해외진출과 플립 (下)

플립의 방식과 절차 개괄

플립의 방식

플립의 방식은 지금까지는 대부분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식교환의 방식은, 국내 법인 기존 주주들이 가진 국내 법인 주식을 해외 법인에 현물출자하여 해외 법인 주식으로 교환하여 해외법인의 주주가 되고, 해외 법인은 한국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모회사가 되어 한국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취할 경우 실제 현금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주식만 교환되기 때문에 더 간편한 면이 있고, 기존의 한국법인도 주주만 바뀔 뿐 다른 물적 요건들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일견 간편해 보인다. 그러나 절차상으로는 오히려 더 복잡한 측면이 있다(이하에서 설명).

한편 삼각합병은 잘 이용되는 방식은 아니나, 해외법인을 설립한 후 해외법인이 다시 국내 자회사를 신설하고 그 신설 자회사와 기존 국내 회사가 합병하면서 해외법인의 주식을 기존 국내 회사의 주주들에게 부여하는 방법이다.

플립의 절차 개괄

아래에서 설명할 각 단계가 모두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단계별로 나누자면, ①한국법인 주주 동의 ②한국법인 가치평가 ③해외법인설립 ④주식교환계약서(주식매매계약서) ⑤외국환거래신고 ⑥기타 절차로 설명할 수 있다.

1. 한국법인 주주 동의

주식을 100% 보유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1] 이 단계는 법적인 어려움이라기 보다 사실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주주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나 정부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VC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꽤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 부분이 까다로운 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2. 한국법인 가치평가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우리 세법의 해석상 플립이 이루어지면 한국 법인 주주들이 일종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한편, 이하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외국환신고와 관련하여서도 한국법인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경우에는 설립자들이나 초기 투자자들에게 부과될 양도소득세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플립을 고려할 때에는 기업가치평가를 낮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VC의 투자를 받을 당시의 ‘가치(Valuation)’와 법인의 세법상 가치평가는 다르다는 점이다. 세법상으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나 매출 등을 고려하여 시가가 평가되는데 투자 유치 시 Valuation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구체적으로 세법상 객관적인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기업가치 산정에 이용되는 방법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보충적 평가방법인데, 회사의 최근 3년 간의 순손익액과 현재 순자산가치를 고려하여 평가한다.

다만, 이미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경우라면 미래가치평가를 현금흐름, 매출, 이익 등으로 평가하는 다른 평가방법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회사가 아직 가벼울 때, 또는 투자금을 소진한 이후에 플립을 하는 것이 양도소득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3. 해외법인의 설립

새롭게 모회사가 될 해외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법인 설립 절차와 다르지 않고 복잡한 절차는 아니다.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3~4주, 급행 비용을 지불할 경우 빠르면 1~2일내로 설립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실제 사업은 다른 주에서 하더라도 법인은 델라웨어주에 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델라웨어 주 법원 판결의 경우 배심원이 아닌 판사의 판단에 따르고, 델라웨어주에 회사법과 관련한 판례가 많이 쌓여 있어 예측가능성이 있으며, 타 주에 비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4. 주식교환계약서

한국법인의 주주가 해외법인으로부터 주식을 받으면서 체결하는 계약서가 주식교환계약서(Stock Exchange Agreement)다. 미국 VC업계에서 사용되는 계약서가 주로 활용되는데 교환되는 주식수, 주주의 권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 투자계약서와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는 점, 모든 주주와 개별적으로 각각 체결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5. 각 과정에서의 외국환 거래 신고

대한민국의 외국환 거래법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증권을 취득하는 거래를 원칙적으로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립과 관련하여서는 한국법인의 주주가 해외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 해외법인이 한국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수령에 대한 신고(주식교환의 경우 현금이 오가지 않기 때문이다)가 각각 필요하다. 외국환 거래 신고는 거래 규모나 지분 취득 비율에 따라서 절차가 다른데, 각 주주가 해당되는 사항에 따라 한국은행과 외국환 은행에 신고를 해야 한다. 외국환 신고가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의 법무법인은 외국환 신고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경우가 많다.

6. 기타

계약이 완결되면 세법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외법인의 주식 증명서(Stock Certificate)가 한국 법인 주주들에게 제공된다. 이와 별개로 IP 등의 무형자산을 해외법인으로 옮기는 경우에는 소유권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해외법인의 셋업과 관련하여 고용주 식별변호(EIN)발급/사업 영위에 필요한 인허가/해외계좌 오픈 등의 세부 절차가 발생할 수 있다.

플립의 절차 진행과정에서의 장애물

주주 동의

플립의 장애물 중 가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장애물은 기존 주주의 동의이다. 앞서 설명했듯 기관투자자들이나 정부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VC들로부터 플립에 대한 동의를 얻기가 현실적으로 까다로울 수 있다. 이는 법적인 문제라기보다 사실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플립을 결심했다면 회사로서는 주주들을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투자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던 주주의 권리가 주식교환계약에서는 그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득과 이해 과정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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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에서 플립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본 사실이 있는 총 32개의 VC 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VC들의 가장 큰 우려점은 “플립하는 나라에 맞추어 새롭게 작성되는 영문 주주간계약 또는 투자계약에서 기존 투자계약상 사전 동의권 등 주주의 권리가 상실됨으로써 회사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37%), 다음으로는 “파운더 또는 초기투자자들의 양도소득세 부과 및 향후 벤처기업법상의 조세혜택 상실 등 세금 문제”(30%), “법률, 제도 및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21%)이 뒤를 이었다.

다만, 위 조사 결과, 플립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결과적으로 부동의를 한 VC는 2곳 밖에 없었으며, 30곳은 플립에 동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동의한 30곳 중 14곳은 투자자의 기존 권리 확보, 외국환 및 세금 관련 적법한 절차 진행, 플립한 국가에서의 투자 유치 등을 조건으로 동의(조건부 동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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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문제: 양도소득세

앞서 설명했듯 플립을 하면 일종의 주식 처분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는데, 세법상 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파운더나 초기 투자자들의 양도소득세가 높아질 수 있고, 양도소득세를 마련하는 과정이 플립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외국환 절차 문제

플립 과정에서 ‘절차상으로’ 까다로운 단계는 외국환신고 절차이다. 대한민국의 외국환거래법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증권을 취득하는 거래를 원칙적으로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플립과 관련하여서는 ①한국법인의 주주가 해외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 ②해외법인이 한국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때 각 절차가 신고의 주체가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외국법인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는지 그렇지 않은 지, 플립 시 실제로 현금이 오가는지 주식교환만 이루어는 지에 따라 신고를 어느 은행에 해야 하는지(외국환은행 또는 한국은행), 작성해야 하는 신고서의 종류와 방법 등이 달라지며 그 방법이 외국환거래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각 시행령, 시행규칙에 복잡하게 나뉘어 규정되어 있어서 외국환신고를 처음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정부나 학계 차원에서 ‘사후규제’로 초점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과 외환신고 절차의 일원화 및 전자화 등 해결책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현재 시점의 외국환신고 절차는 까다로운 실정이다.

그리고 외국환신고 절차가 까다로울수록 법률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재정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1] 우리 상법상 주주 100%의 동의 없이도 동일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주식의 포괄적 이전이라는 방식이 있으나, 이 방식은 외국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결국 완벽한 100% 모자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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