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넘어 창업자로, 베트남 이주 여성 창업 플랫폼 ‘푸자민’을 이끄는 루이옌 교수

법무부에서 발표한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중국인 다음으로 많은 3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결혼 이주, 취업, 유학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정착하길 희망하지만, 상당수가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정체성 확립이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한 베트남 이주 여성이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푸자민(Puzamin)’ 공동체를 이끄는 도 응옥 루이엔(Đỗ Ngọc Luyến)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루이엔 대표는 베트남 국립 호찌민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했다. 2003년에 한국에 들어와 석·박사 학위(한국어교육 전공)를 취득한 뒤, 광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베트남 유학생의 한국어 교육에 앞장서 왔다. 이후 ‘베트남 이주 여성이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창업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푸자민 공동체를 결성했다.

푸자민 공동체를 이끄는 도 응옥 루이엔 대표
(푸자민 공동체를 이끄는 도 응옥 루이엔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그 인면에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경제적 안정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겼다. 그에 걸맞게 푸자민은 일반 기업이 아닌 ‘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이주 여성들이 건강한 정신과 올바른 마인드를 갖추고,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는 의지를 피력한 루이엔 대표는 서울시 글로벌 투자유치 전담기관이자 법무부 창업이민종합시스템(OASIS) 운영 기관인 인베스트서울에서 OASIS-4(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창업 지식을 쌓았다. 또한, 프로그램 수료 후 비자 발급을 위한 점수를 취득하는 등 창업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해왔다.

법무법인 미션 사무실에서 루이엔 대표를 만나 푸자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베트남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허브, 푸자민

푸자민의 첫 번째 목표는 한국에 거주하는, 혹은 한국 이주를 희망하는 베트남 여성을 위한 교육 플랫폼 구축이다. 한국 창업 환경을 잘 이해하는 이주 여성은 많지 않다. 이들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게 루이엔 대표의 생각이다.

푸자민은 현재 온오프라인을 활용하여 한국어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자녀 교육, 심리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유료 강의도 추가할 계획이다. 루이엔 대표는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주 여성 창업은 경제 활동을 넘어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원 베트남 이주 여성인 푸자민의 구성원들 역시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푸자민 홈페이지
(푸자민 홈페이지, 출처=푸자민)

푸자민이 주요 사업으로 이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및 창업 플랫폼을 제공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푸자민 생태계 내부에서 사회적인 기여가 가능케 되면,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장기적으로는 ‘이주민 공동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 ‘베트남 이주 여성’이라는 적지 않은 소비자층을 확보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누구도 진입하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을 푸자민이 개척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푸자민이 봉화군의 ‘K-베트남 밸리’ 프로젝트를 주시하는 이유

푸자민의 다음 행보는 경상북도 봉화군이 추진 중인 ‘K-베트남 밸리’ 프로젝트다. 봉화군은 고령화 및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베트남 이주민 가족을 봉화군에 정착시켜 지역을 활기차게 만들고, 경제적 자립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즉, 정착 지원을 넘어 이주민들이 직접 창업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외국인 창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푸자민은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봉화군에 정착한 베트남 이주민들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업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통 음식점, 베트남 전통 공예품 제작, 베트남 밸리 관광 관련 서비스 같은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베트남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한국인과 이주민 간 문화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루이엔 대표는 K-베트남 밸리를 창업과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일종의 커뮤니티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K-베트남 밸리 프로젝트를 위해 약 3만 명의 베트남 이주민을 유치하는 데 앞장서려고 합니다.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베트남 이주민들이 창업과 경제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도 응옥 루이엔 대표)

(베트남 리 왕조 후손으로 임진왜란 의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이장발을 기리는 충효당, 출처=봉화군)

루이엔 대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젊은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 활성화다. 고령화가 심각한 봉화군에 젊은 베트남 이주민 가족이 유입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지역 내 노동력 증가 및 소비 증대 효과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비전은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베트남 특화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봉화군은 다른 지역의 다문화 마을과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 문화와 경제 활동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앞세워 관광, 교육,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다. 봉성면 창평리 일대에 있는 베트남 리 왕조 후손인 화산 이 씨 유적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루이엔 대표는 “베트남은 한국과 800년 전 리왕조부터 역사적으로 깊은 유대가 관계가 있어 융합이 쉽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창업 중심 모델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베트남 이주민의 노동력만 노리지 않고, 처음부터 이들이 직접 창업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푸자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푸자민은 창업 교육, 멘토링, 초기 자본 지원 등 창업 및 경영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 노동 중심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와 연계된 창업 중심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K-베트남 밸리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지역도 적용하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푸자민 입장에서는 베트남 이주민이라는 작지 않은 시장과 특화된 현지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마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지역과 이주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도 응옥 루이엔 대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6기 박다빈입니다.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의 내일을 그리는 데 함께하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6기 이혜민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법과 사회를 연결하는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양대로스쿨에 재학중인 정우준입니다. 법률적 지원으로 사회적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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