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주목받은 펫테크, AI와 로봇이 바꾸는 반려동물 케어

글로벌 식품 브랜드 ‘마즈’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56%)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현재 반려동물 숫자는 10억 마리에 달한다. 우리나라 추세도 다르지 않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는 개, 고양이, 금붕어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를 2020년보다 2.8% 증가한 552만 가구로 추정했다(2022년 말 기준).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즉 펫 산업도 함께 성장 중이다. 미시간 주립대학교가 추산한 2023년 펫 산업의 전체 경제 기여도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3030억 달러(약 437조 원)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펫 산업이 2021년 3조 7000억 원에서 2027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6조 55억 원까지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시점에서, 이만큼 강력한 성장동력을 가진 산업은 많지 않다.

CES 2025 혁신상 '반려동물 기술 및 동물 복지' 수상작 리스트 (출처=CES)
CES 2025 혁신상 ‘반려동물 기술 및 동물 복지’ 수상작 리스트 (출처=CES)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주관사인 CTA(미국 소비자 기술협회)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혁신상 카테고리에 ‘반려동물 기술 및 동물 복지(Pet Tech & Animal Welfare)’를 추가했다. 펫 산업의 확장, 그리고 반려동물과 기술이 결합된 ‘펫테크’의 대중화가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결정이다.

첫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의 주인공은 ‘펫 케어 존’을 출품한 LG전자다. 이름처럼 반려동물 집이지만, 카메라 등을 통해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 수의사 상담 및 AI 건강검진 등을 추가한 형태다. 넷뷰(Netvue), HRG, 포포트(Pawport), PETPA, 렐리(Reli),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 브레인유는 혁신상을 받았다.

아직 일반 전시에는 카테고리가 없어서 펫 산업 관련 참가사들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지만, 동물 관련 서비스 및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펫테크 카테고리가 생기리라 예상해 보며, CES 2025에서 눈에 띄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정리했다.

1. 더욱 고도화된 펫 라이프 제품과 서비스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의 비중이 큰 CES답게, 펫 라이프 관련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생활용품에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인 업체만 40여 곳에 달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TGM 리서치’는 이를 두고 ‘엔데믹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었다. 그러다가 엔데믹으로 집을 비우게 되자, 좀 더 쉽게 돌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된 제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CES 2025 펫테크 부문 혁신상만 봐도 LG전자를 포함해 5개가 펫 라이프 제품이었다. 포포트는 반려동물이 다가오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모바일 앱이나 음성인식 서비스로 원격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펫 도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PETPA는 여러 마리를 키우는 가구를 겨냥한 자동 급식기로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칩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반려동물의 전용 사료나 적정 분량을 섞이지 않고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넷뷰렐리는 나란히 조류 모이 급식기로 수상했다. 넷뷰는 촬영, 릴리는 전반적인 관리 기능에 좀 더 집중했다.

(관련 링크=CES Innovation Awards 2025)

써니웨이브텍의 독스플레이[왼쪽]와 버드 버디의 원더 블록 (출처=써니웨이브텍, 버드 버디)
써니웨이브텍의 독스플레이[왼쪽]와 버드 버디의 원더 블록 (출처=써니웨이브텍, 버드 버디)

펫 라이프 제품의 콘셉트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자동화한 급식기,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짖음 방지 장치, 로봇과 결합한 장난감 정도다. 그 사이에서 조금 더 눈에 띄는 참가사로 써니웨이브텍과 버드 버디(Bird Buddy)를 꼽을 수 있다.

김학선 대표의 써니웨이브텍 반려동물용 IoT 디바이스 ‘독스 플레이’를 소개했다. 집에 남은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영상 및 음악 서비스나 홈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독스플레이가 눈에 띄는 지점은 각종 최적화 기술이다. 동체시력이 뛰어난 대신 근시와 색맹이 있는 강아지 특성을 고려해 영상에는 시각 필터를 적용했다. 음악도 인간보다 넓은 가청음역대를 반영했다. 여기에 AI 딥러닝을 활용해 개별 선호도를 파악해 맞춤 영상을 제공한다. 추후 웹캠 데이터를 활용해 피로도 및 감정을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인 버드 버디는 정원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장치로 눈길을 끌었다. 모듈형 곤충 집 ‘원더 블록(Wonder Blocks)’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받침대 위에 미니 양봉장, 배식기, 식물 베이스 등을 결합한 형태다.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거주자가 많은 미국 특성을 고려한 디바이스다. 여기에 AI를 결합한 카메라 ‘페탈(Petal)’을 결합하면 자연에 도움을 주면서 취미활동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2. 인간을 넘어 동물로, 펫 헬스케어

헬스케어는 ‘대 AI 시대’가 오기 전까지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꼽혔다. CES 2025는 그 대상이 인간에서 동물로 넓혀지는 트렌드를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상용화된 모니터링 디바이스가 시선을 끌었다.

브레인유의 VET CAI (출처=브레인유)
브레인유의 VET CAI (출처=브레인유)

대표주자가 CES 2025 혁신상을 받은 우리나라의 브레인유(BrainU)다. 브레인유는 반려견용 뇌파 기반 마취심도 측정 의료기기 ‘VET CAI’를 선보였다. 동물은 털이 많고, 품종마다 두상도 크게 차이 나서 마취심도를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혈압이나 심박수 같은 간접 지표를 활용하거나 아예 털을 밀어야 했다. VET CAI는 그동안 브레인유가 쌓은 인간 뇌파 측정 기술을 동물에게 적용, 안정적으로 마취 중인 반려동물의 마취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기다.

미국 업체 ‘알엑스 센스(REx Sense)’, 캐나다 업체 ‘퀘바(Queva)’모니터링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알엑스 센스는 레이더 센싱 기술을 적용한 관찰 카메라와 비접촉식 센서를 활용해 일상에서 반려동물의 활력 징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시했다. 퀘바의 제품은 GPS와 모니터링 센서를 결합한 반려견용 추적기다. 여기에 동물병원 진료시스템을 결합한 구독모델을 이미 상용화했다.

인천-IFEZ관 전시기업으로 참여한 펄송은 고양이에 특화된 트래커 ‘라비태그 프로(LavvieTAG Pro)’를 전시했다. 15g에 불과한 초경량 트래커로, 동명의 모바일 앱에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보호자와 수의사에 공유한다.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을 추가해 약 1주일 간의 이동 기록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업체 ‘노보 센소(NOVO SENSO)’는 말 모니터링 솔루션을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말 사육 두수가 3만 두 수준이지만, 전 세계로 넓히면 100만 두 이상 사육하는 나라가 미국(900만 두 이상)을 비롯해 유럽에만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이 있을 정도로 시장이 작지 않다. ‘노보스 테이블(NOVOs Table)’은 웹캠과 AI를 결합해 말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를 즉각 알려준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사료와 훈련량을 조절하고, 필요하면 말 수의사에게 즉각 알람이 가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인토본의 펫카롱 (출처=인토본)

‘라이카(LAIKA)’는 인공지능을 결합한 수의학 진단 솔루션이다. 엔비디아의 AI 에코시스템 파트너이기도 한 이탈리아 기업 에이아이템(AITEM)이 선보인 서비스로, 모든 임상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수의학에 특화된 솔루션인 만큼, 최신 연구 업데이트, 화상회의 및 훈련 관리, 챗봇을 활용한 보호자와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 인토본은 반려동물 치료기기를 선보였다. 2015년 설립한 뒤 PEMF(펄스-전자기장) 기술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양한 의료기기와 건강보조기구를 개발한 이 업체는 영역을 동물로 확장했다. ‘펫카롱’은 PEMF를 생성하는 코일을 탑재한 반려동물 전용 키트다. 인토본은 혈류 개선 및 면역력 강화 효과가 있으며, 이미 미국 FDA가 승인했을 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3. 기능보다는 만족감, 반려 로봇

잰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언어 모델 기반 AI 다음에는 ‘피지컬 AI’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차세대 AI의 핵심으로 로봇을 지목했다. 그에 걸맞게 굉장히 많은 지능형 로봇이 전시장 곳곳을 활보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신기함’을 넘어 이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는 듯하면서도 비켜 간 존재가 ‘로봇 펫’ 혹은 ‘반려 로봇’이다. 기능적으로는 살짝 떨어질 수 있는 대신, 심리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했다. 지금까진 에이지테크의 일환으로 인식됐지만, 앞으로는 특정 세대에 국한할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이 CES 2025를 통해 더욱 굳어졌다.

유카이 엔지니어링의 미루미[왼쪽]와 로펫의 로펫 (출처=유카이 엔지니어링, 로펫)
유카이 엔지니어링의 미루미[왼쪽]와 로펫의 로펫 (출처=유카이 엔지니어링, 로펫)

이미 ‘아마가미’, ‘쿠보’, ‘코코낫치’ 등 다양한 반려 로봇을 제작한 일본의 유카이 엔지니어링(Yukai Engineering)‘미루미(Mirumi)’라는 소형 반려 로봇을 최초 공개했다. 가방에 달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은 미루미는 거리 센서와 관성 측정 장치를 조합해 주변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대단한 기능은 없으나 귀여운 모습만으로도 위로와 안식을 준다고 유카이 측은 설명했다.

미루미만큼 이목을 끌어모은 반려 로봇이 홍콩 기업 로펫(Ropet Technology)의 ‘로펫(Ropet)’이다. 새끼 올빼미를 닮은 로펫 역시 각종 센서를 장착해 터치, 소리, 제스처에 눈과 팔이 반응한다. 특히 chatGPT와 연계해 주인과 직접 대화하는 옵션이 추가됐다. 로펫은 이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22만 달러(약 3억 1800만 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미국 로봇 기업 톰봇(Tombot) 부스에는 새끼 리트리버를 닮은 반려 로봇 ‘제니’를 보러 온 참관객으로 북적였다. 제니는 인지장애, 치매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리트리버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설계한 이유도 이들이 현실감 있는 외형과 행동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터치 센서를 장착해서 주인이 만지거나 말을 걸면 실제 리트리버처럼 반응한다.

톰봇의 제니 (출처=톰봇)
톰봇의 제니 (출처=톰봇)

더프론티어 편집팀장. 기획자, 편집자, 기자로 일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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