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작하는 글로벌 스포츠 교육, 나숀 오와노 대표의 도전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있는 스포츠 산업.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 스포츠 산업을 깊이 경험한 뒤, 자신만의 스포츠 교육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는 케냐 출신 창업가가 있다. 오와노 스포츠(Owanoh Sports)의 나숀 오와노(Nashon Owano) 대표다.

오와노 대표는 미국 국제대학교(USIU)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이후 8년에 걸쳐 기사, 촬영, 영상 제작, 소셜미디어 관리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경험을 쌓았다. 케냐 메트로폴 TV(Metropol TV)에서 스포츠 기자 겸 편집자, 진행자,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3년 전, 서울대학교에서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DTM(Dream Together Master)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오와노 대표는 학생 대표로 활동하며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방문, 서울 월드컵경기장 경기 관람, 한국 스포츠 산업 종사자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스포츠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오와노 대표는 서울시 글로벌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서울’이 운영하는 OASIS-4(법무부 창업이민종합시스템)에도 참여했다. 이곳에서 한국 창업 환경과 법적 절차 등을 학습하고, 비자 발급 점수를 취득하는 등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법무법인 미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나숀 오와노 대표
법무법인 미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나숀 오와노 대표 (제공=법무법인 미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현재 스포츠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는 온라인 디지털 스포츠 교육 플랫폼인 오와노 스포츠를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미션 사무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오와노 대표를 만나 한국에서의 경험과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양국을 스포츠로 연결하고 싶어요.”

Q: 준비하고 있는 오와노 스포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오와노 스포츠는 온라인 디지털 스포츠 교육 플랫폼입니다. 미디어와 스포츠 경영을 공부하면서 스포츠 분야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직접 대면 교육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교육 대상은 B2B와 B2C를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부 기관 및 스포츠 연맹(B2B)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예정이고요. 이후에는 개인 소비자(B2C)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오와노 스포츠를 대상과 종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포츠 교육 플랫폼으로 키우는 겁니다.

Q: 강사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점은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거든요.

두 번째로는 ‘전문성’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팀에 있어야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근면성’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럭비, 수영, 육상 등 특정 종목 코칭에 전문성을 가진 강사들을 초빙하려고 합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우선 케냐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육상부터 집중할 계획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케냐의 시장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달리기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Q: 초기에는 육상에 집중한다고 하신 점이 흥미로운데요. 두 나라의 육상 경기력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첫 번째로, 훈련 환경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많은 케냐 육상 선수들이 ‘이텐(Iten)’, ‘엘도렛(Eldoret)’ 등 고지대 지역에서 훈련합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익숙해지면, 평지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죠. 몽골, 레소토,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도 비슷한 고지대 훈련 시설을 갖췄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요소는 유전입니다. 작년에 한 학회에서 장거리와 단거리 육상 경기에서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한국 교수님을 만났는데요. 훈련 환경뿐만 아니라 유전적 요소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환경과 유전적 요소가 경기력 차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경험과 문화란 측면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케냐 육상은 1970~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스포츠예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케냐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선수가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접한 선수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국, 오랜 경험과 문화적 기반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거죠.

Q: 장기 계획으로 케냐 스포츠 관광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케냐’ 하면 스포츠 투어보다는 광활한 야생이나 사파리 같은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스포츠를 보기 위해 케냐를 간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케냐의 스포츠’ 하면 아무래도 육상을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육상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자 배구팀이 아프리카 최강입니다. 아프리카 선수권 대회 최다 우승국이 케냐입니다(10회). 올림픽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어요.

축구도 인기 종목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케냐 출신 빅리거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빅터 완야마(Victor Wanyama)가 있습니다. ‘그 선수가 케냐 출신이었어?’라고 놀라는 분이 많을 듯하네요. 케냐 프리미어리그 라이벌전도 치열합니다. 경기 날이면 도시 전체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며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직접 경험하면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바로 ‘사파리 랠리(Safari Rally)’입니다. 이 대회는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 일정에 포함된 몇 안 되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Q: 사파리 랠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파리 랠리는 정말 특별한 경험입니다. 이 대회의 경로 중 일부가 국립공원을 지납니다. 그래서 대회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캠핑하면서 경기를 관람하죠. 수도 나이로비에서 대회가 열리는 장소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려요. 그래서 이 길을 로드트립처럼 즐기곤 합니다. 운전하다 보면 도로 옆에서 얼룩말 같은 야생동물을 우연히 볼 수도 있어요.

케냐 사파리 랠리 결승점
케냐 사파리 랠리 결승점 (제공=사파리랠리 조직위)

“내 역량과 경험, 그리고 강점과 연결되는 분야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해요.”

Q: 모국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다 보면, 여러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님이 겪은 가장 큰 문화적인 차이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역시 언어입니다. 한국어가 부족하면 사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이 많죠. 외국어를 배운 경험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 텐데요. 책에서 배운 한국어와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내가 배운 한국어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꽤 좌절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적응해 나갔습니다.

스포츠만 놓고 보자면, 재정 지원 방식이 크게 다르더군요. 한국은 ‘스포츠토토’처럼 스포츠 베팅을 통해 재투자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케냐는 아직 베팅 산업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한국 스포츠 정책이 철저한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또한 케냐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외국인 창업가들에게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사업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창업을 생각할 때 ‘규모가 큰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곤 하죠. 큰 꿈을 꿈을 좇는 물론 좋지만, 현실적인 접근도 필요해요.

그리고 네트워킹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저와 협업하고 있는 분들 중 상당수를 학창 시절에 만났습니다.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 연결될 일이 많아지더군요. 우리가 찾는 협력 파트너나 고객이 멀리 있지 않고, 이미 구축한 네트워크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대학교 DTM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윈드서핑에 참여한 오와노 대표
서울대학교 DTM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윈드서핑에 참여한 오와노 대표 (출처=오와노 링크드인)
Q: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혹은 비즈니스적으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 재능, 경험을 단순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속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요.

저는 케냐 TV, 라디오, 인터넷 언론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도 여러 경험을 쌓아왔죠. 우리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지식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제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변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겁니다. 케냐와 한국, 양국의 스포츠 인프라나 운영 방식을 서로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스포츠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결국 제 목표는 서로 다른 두 나라를 연결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스포츠와 미디어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민지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창업가들의 도전적인 순간들을 전하겠습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류준희입니다. 혁신 기업의 도전을 응원하고 창업가의 열정과 비전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겠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지우입니다. 변화의 혁신의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고민 중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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