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실패하는 미국 진출, 1%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법무법인 미션 주최 ‘밸리 고 비욘드(VALLEY GO BEYOND)’
투자 성향, 현지 채용 및 마케팅 등에서 다양한 전략과 팁 제시

밸리 고 비욘드 행사장 전경, 제공=법무법인 미션
밸리 고 비욘드 행사장 전경, 제공=법무법인 미션

“미국 VC(벤처캐피탈)는 각 하우스와 파트너마다 뚜렷한 투자 성향과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투자받고 싶다면, 전략적으로 이에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세감’이 중요하지만,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파생되는 입소문이 더 효과적입니다. 가격 경쟁력보다 제품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 및 VC 관계자 60여 명이 모인 ‘밸리 고 비욘드(VALLEY GO BEYOND) : Silicon Valley Lessons Learned in Seoul’에서 다양한 실전 전략과 팁이 쏟아졌다. 지난 2월 10일 열린 이 행사는 주관사인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가 ‘전환의 시대: 크로스보더 전략’이란 주제로 미국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설명한 데 이어 분과별 네트워킹 세션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주요 VC 관계자와 법무법인 미션 소속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가 각 분과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자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각 분과 별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전체 참가자에게 공유했다. 투자 전략 분과는 미국 VC의 특성과 단계별 접근법,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을 강조했다. 인재 채용 및 지배구조 설정 분과에서는 현지 전문가 채용 전략, 미국 노동법의 복잡성, 그리고 플립(FLIP) 과정에서 발생하는 난관 극복 방안을 다뤘다. 마케팅 및 세일즈 분과에서는 한국과 미국 시장의 차이점을 기반으로 한 ‘챔피언 전략’과 가치 중심 마케팅이 소개되었다.

“99%가 실패하는 미국 진출, 명확한 생존 전략과 투자사 스터디가 필요”

먼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박희덕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방진호 스트롱벤처스 이사가 나와 글로벌 벤처투자 및 크로스보더 투자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희덕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제공=법무법인 미션
박희덕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제공=법무법인 미션

박희덕 대표는 미국 투자 환경의 특징과 접근 방식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는 한국 VC와 달리, 미국 VC는 명확한 색깔과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공부한 뒤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VC는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집중하는 곳이 많습니다. 한 VC 안에서도 파트너별로 고유한 특성이 존재하기도 하죠. 따라서 창업자는 이들의 특성을 충분히 스터디한 후 접근해야 합니다.” (박희덕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투자 단계별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투자 단계(시리즈 A, B, C 등)마다 요구되는 조건이 뚜렷하다. 시리즈 A와 B에서는 창업자의 비전과 초기 성과가 중요하다. 시리즈 C 이후부턴 매출과 이익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창업자들이 글로벌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단계별 요구사항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박 대표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방진호 스트롱벤처스 이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방진호 스트롱벤처스 이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방진호 이사는 “99%는 실패한다”라고 단언하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미국에 진출하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거두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초기부터 철저히 미국 시장을 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현지에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방진호 스트롱벤처스 이사)

방 이사는 성공 사례로 당근과 리벨리온을 언급했다. 당근처럼 한국 시장에서 낸 확실한 성과를 앞세워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리벨리온처럼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 집중해 현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과 단단한 마음가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진출 성공, 인재 채용과 지배구조 설정이 꼭 필요”

글로벌 팀 빌딩 및 창업 과정 경험을 공유한 분과에선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의 주관하에 정성희 법무법인 미션 파트너변호사와 권오란 소풍벤처스 파트너가 발언했다.

권오란 소풍벤처스 파트너, 제공=법무법인 미션
권오란 소풍벤처스 파트너, 제공=법무법인 미션

서울로보틱스 공동창업자로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팀을 운영했던 권오란 파트너는 채용 실패 및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권 파트너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한국어와 영어가 가능한 코리안-아메리칸 인재를 먼저 채용했으나, 최적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후 현지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타기팅하기로 채용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특히 업계 내 추천을 통해 능력 있는 현지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권오란 소풍벤처스 파트너)

권 파트너는 미국의 다양한 고용 방식을 적극 활용해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린(Lean)’한 접근법을 추천했다. 또한, 한국-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창업자가 현지에 상주하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희 변호사는 바로 정규직을 채용하기보단 컨설턴트 혹은 서비스 계약을 통해 적합성을 검토한 뒤, 고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노동법은 주마다 다르므로, 근로자 거주지 노동법을 고려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성희 법무법인 미션 파트너변호사(왼쪽), 제공=법무법인 미션
정성희 법무법인 미션 파트너변호사(왼쪽), 제공=법무법인 미션

또 다른 화두는 한국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플립(FLIP)’이다. 권 파트너는 CEO 시절, 미국에 진출하면서 플립을 검토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금, 시기와 비용, 주주 동의와 사전 준비 등 실제 시행하려고 하니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았다.

그는 플립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난관을 뛰어넘을 만한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정 변호사는 플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비용보단 주주 동의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주 유형에 맞게 전략을 짜고, 충분히 소통하라고 제안했다.

“플립하기로 결정한 뒤에 소통하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최소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투자자 성격, 예컨대 개인투자 조합인지 LP인지 기관투자자인지에 따라 세금뿐만 아니라 법적 이슈가 다양하거든요. 각 주주의 입장을 사전에 파악하고 충분히 협의해야 합니다. (정성희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정 변호사는 플립을 단순한 비즈니스 목적으로 접근해서 기존 투자자와의 소통을 게을리하면, 실행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세감보다 신뢰가 중요한 미국, ‘챔피언 전략’을 주목해야”

마지막으로 여인경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와 김기동 브렉퍼스트 대표가 등장해 마케팅, 세일즈 분과의 핵심 내용을 공유했다.

김기동 브렉퍼스트 대표(왼쪽)와 여인경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김기동 브렉퍼스트 대표(왼쪽)와 여인경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김기동 대표는 한국에서 사용했던 마케팅 전략을 미국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세감’이 중요한 한국에선 퍼포먼스 마케팅 등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지만,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이나 좁은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쌓고 팬덤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챔피언 전략’을 활용해야 합니다. 특정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명예와 가치를 부여한 뒤에 제품을 바이럴시키는 구조가 효과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등을 활용해 적합한 인물을 물색해야 합니다.” (김기동 브렉퍼스트 대표)

가격 전략도 달리 가져가야 한다. 한국 소비자는 제품 비교와 가격 경쟁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는 사용성과 가치, 패키징과 브랜드 방향성을 살펴본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방식보단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이 미국 시장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선 박리다매 전략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단순 가격 인하는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 합니다. 가격 우위도 물론 신경 써야 하지만, 고객이 어떤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기동 브렉퍼스트 대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 제공=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살인적인 뉴욕 물가 때문에 비를 맞으며 피자를 먹고, 중요한 미팅 때문에 택시비 50만 원을 내고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이동했다는 참가자 사연을 소개하며 “이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환대와 연대라는 가치가 가장 위협받는 이 시기에,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크로스보더 컴퍼니로 나아가는 길에 협력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법무법인 미션이 함께 하겠다”고 강조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더프론티어 편집팀장. 기획자, 편집자, 기자로 일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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