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기업에 투자한 이유는 ‘네트워크’ 때문입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직접 발굴하고 구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저희가 가진 역량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준상 차봇모빌리티 CFO)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은 현지 지사 설립이나 파트너십이 전부가 아니다. 현지 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미국 진출을 꾀하는 기업이 이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차봇모빌리티는 미국 현지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법무법인 미션이 주최한 ‘미션 아메리카: M&A 전략과 성공 사례’ 세미나에 연사로 나선 조준상 CFO는 차봇모빌리티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으며, 어떤 어려움과 성과를 거두었는지 공유했다.
9년 차 스타트업, 미국 현지 기업 투자를 단행하다
9년 차 스타트업인 차봇모빌리티는 차량 구매부터 보험, 정비, 세차, 대리운전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기업이다. 지난 2024년 9월에 마감한 시리즈C에서 120억 원을 확보하는 등, 지금까지 2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으며 비즈니스모델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차봇모빌리티가 미국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차량 관리 측면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무른 요소가 많기에 디지털혁신(DX) 측면에서 자사의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에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차량이 필수품에 가깝고,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차나 정비 같은 차량 관리 측면에서는 디지털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저희 모델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조준상 차봇모빌리티 CFO)
차봇모빌리티의 미국 시장 진출 방식은 ‘현지 기업 투자’였다. 직원이 10명 남짓인 작은 규모였지만, 지역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우량 기업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양측의 방향성과 비전이 일치해 투자로 이어졌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 인수가 아닌 전략적 투자 형태로 진행했다.
조 CFO에 따르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현지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차봇모빌리티가 자동차 생애 전 주기 플랫폼을 직접 론칭한다면, 딜러부터 금융, 정비 네트워크 등을 직접 발굴하고 구축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미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우리의 역량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조 CFO는 설명했다.
“쉽지 않은 투자라고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아선 안 돼”
물론, 해외 기업 투자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한국 회사에 투자할 때도 많은 검토가 필요한데, 미국 회사에 투자하려니 더 복잡했습니다. 법률적으로도 검토해야 하고, 회계적인 부분도 살펴봐야 하죠. 양국의 규제 관련 요소도 모두 충족해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준상 차봇모빌리티 CFO)

그는 “상호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밝히면서 “직접 미국을 방문해 함께 비즈니스 현장을 다니고 전략적 싱크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차봇모빌리티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조 CFO는 “애초에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사업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투자자, 비즈니스 파트너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고, 자율주행 관련 기술 협업 등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됐다고 밝혔다.
조 CFO는 해외 기업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먼저 투자는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야 하는 작업이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의 상황과 해외 진출 전략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만큼의 효익을 낼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기업에 맞는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 사정과 전략에 따라 적합한 진출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조준상 차봇모빌리티 CFO)
또 다른 쟁점은 ‘밸류에이션’이다. 그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밸류에이션 리포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라며 “결국은 상호 이해관계 파악과 협상이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차봇모빌리티는 미국 시장 외에도 일본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동차 보험과 금융 서비스 온라인화가 상대적으로 덜 진행된 시장이라서 한국에서 쌓은 디지털 노하우를 활용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조 CFO는 “한국은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갔지만, 미국과 일본은 아직 50% 미만”이라며 “한국에서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전망했다.
차봇모빌리티 사례는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도 현지 기업 투자라는 전략적 접근법을 통해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더프론티어 편집팀장. 기획자, 편집자, 기자로 일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