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스타트업 필드가 큰 성장세를 보이면서 한국-일본 스타트업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2024년 12월에 개최된 국내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 UP) 2024’에서도 여러 일본 혁신 기업이 피칭 세션에 참여했다.
그중 한 곳이 도쿄에 있는 ‘파인디(Findy)’다. 야마다 유이치로 대표가 2016년 창업한 파인디는 엔지니어링 조직이 개발 경험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정규직 엔지니어와 기업 간 인력 매칭 서비스인 ‘파인디(Findy)’와 엔지니어링 팀의 생산성을 생산성 측정과 시각화를 지원하는 ‘파인디 팀(Findy Team)’이다.
법무법인 미션 사무실에서 야마다 대표를 만나 그들의 비전과 한국 진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컨설팅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에서 창업으로
Q. 직장을 다니던 도중에, 그것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창업자란 힘든 여정을 선택하셨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창업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
대학 졸업 후 미쓰비시 중공업과 보스턴 컨설팅에서 일했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해 고민하던 중 ‘전략 컨설팅 회사 그만두고 창업하기’라는 블로그 포스트를 봤습니다. 관련해서 조언을 얻고자 작성자와 만났고, 이후 급변하는 스타트업 필드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작성자가 사장으로 있던 ‘레어잡(RareJob)’이라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하루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커 연봉 협상도 없이 바로 옮겼죠.
회사는 급성장해서 상장까지 성공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평범한 사람도 CEO가 될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내가 더 잘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에는 겁이 많은 성격이어서 2년 정도 회사를 더 다니며 고민했습니다. 스님을 찾아가 상담받기도 했죠. (웃음) 헤드헌팅 에이전시에게 창업에 실패해서 이직하게 되면, 내 연봉이 어느 정도 될지 미리 확인 받았습니다. 레어잡에서 임원 자리까지 가 있던 상태지만,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임하고 파인디를 시작했습니다.
Q. HR 분야의 디지털 솔루션, 그중에서도 특히 엔지니어 채용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양한 직무 중에서 왜 엔지니어인가요? |
그동안 인사와 마케팅 직무를 경험했기 때문에 인사 영역에 마케팅 지식을 접목한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선 회사의 직무 설명을 기반으로 지원자 역량을 점수로 매기는 서비스 ‘파인디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아직 AI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기였기에 기업 채용 공고 1만 건 정도를 직접 읽고, 직무 역량 항목별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채용 공고의 절반이 엔지니어 채용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에 초점을 맞춰 ‘인사 제도와 연봉 등을 혁신할 수 있는 HR 시스템’으로 사업을 구체화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아버지와 동생이 엔지니어이기도 하고, 전 직장에서 엔지니어들과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채용 시장에서 그들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엔지니어 연봉이 다른 직무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해외에 진출한 일본 제조 기업은 많지만, 삼성이나 LG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일본 IT 기업은 없었습니다. 제조업에서 일본이 이뤄낸 것을 IT 업계에서, 파인디를 통해 이뤄내고 싶었습니다.
Q. 창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
2020년 상반기였습니다. 코로나로 비상사태가 선언되어 많은 회사가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1월 말까지는 투자를 약속했던 회사에서 철회하는 경우가 생겨 자금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직원 30명 중에 그만두는 인원도 많았죠. 지금은 300명 정도로 늘어났고,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CEO 입장에선 30명 정도의 인원이 가장 컨트롤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책임과 중압감이 오로지 저에게 집중되기도 하고, 제가 직원 한 명 한 명씩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인원이니까요.
Q. 일본에는 파인디 말고도 온라인 채용 서비스가 여럿 존재합니다. 파인디만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
초기에 많은 채용 공고를 직접 분석하면서, ‘좋은 채용 공고를 쓸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채용 공고가 명확하다는 말은 신입 지원자에게 맡기고자 하는 RnR이 명확하다는 방증이니까요. ‘좋은 채용 공고를 내는 회사만 있다’라는 방향으로 포지셔닝한 것이 저희의 경쟁력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구인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도 채용 공고가 별로면 거절했습니다.
또한 파인디는 엔지니어를 위한 플랫폼으로써 차별점을 가집니다. HR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역량 관련 스터디를 개최하는 등 엔지니어들의 도전을 돕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필요가 있는 서비스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해외 진출에 더 적극적”
Q. 파인디가 처음으로 진출한 해외 국가는 인도입니다. 인도에서의 사업 성과는 어떤가요? 왜 인도를 첫 진출지로 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현재 해외 진출은 리쿠르팅 서비스 ‘파인디‘보다 엔지니어링 팀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파인디 팀’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인도에 진출한 것은 2024년 여름이었기에 현재 고객은 10개가 안 되는 규모입니다.
3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었고, 이를 검증하려고 스코어링 서비스를 전 세계적으로 테스트했습니다. 일본으로 이직했을 때, 연봉을 얼마로 올릴 수 있을지 점수화하는 서비스인데요. 반응이 좋았던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인도였습니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특히 하이 스킬 엔지니어가 많아 저희가 진출하기 적합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진출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엔저 현상으로 인도 엔지니어에게 일본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Q.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시리즈 D 투자유치까지는 일본 투자자들만 만났었는데,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습니다. 마침 우리의 최대 주주인 ‘글로벌 브레인(Global Brain)’이 한국에 거점을 두는 등 긴밀한 관계가 있는 벤처 캐피털이라서 한국 VC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들로부터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진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일본과 달리 엔지니어 백그라운드를 가진 CEO가 많고, 해외 진출을 거의 디폴트로 잡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나라가 우리에게 유망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한국 진출을 위해 한국의 HR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셨을 것 같은데요. HR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
한 나라에서 발달한 서비스는 그 나라의 경제, 환경, 문화를 보여줍니다. 일본은 인구 감소가 한국보다 일찍 시작된 탓에, 현재 젊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각종 채용 서비스가 한국보다 더 발달한 이유입니다.
파인디가 엔지니어에 특화된 채용 플랫폼인 것처럼 다양한 직업에 특화된 플랫폼이 각각 존재합니다. 한국에는 절대 없을 것 같은 ‘트럭 운전수 채용 플랫폼’ 같은 서비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 수수료율도 한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역량 교육 서비스가 많이 발달했더군요. 같은 HR 분야를 다루더라도 일본은 채용, 한국은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봅니다.
“목표는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
Q. 한국 진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
현재 저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초기 트라이얼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곧 한국 로컬라이즈 버전을 출시하고, 현지 채용 팀도 따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최근 내부적으로 R&D 센터를 한국에 세우는 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면서 어딘가에 해외 거점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한국에서 테스트했을 때, 개발 생산성 스코어가 높았습니다. 한국이 좋은 개발 거점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바램은 한국 기업의 활발한 해외 진출 흐름을 저희가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한국 글로벌 기업이 파인디 유저가 되고, 그 글로벌 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파인디의 프로덕트를 해외 현지 기업에 소개해 주는 식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저희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웃음)

Q.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은 어떠한가요? |
리스킬링적인 테마를 도입해 파인디를 통해 어떻게 업무 역량을 증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또한, 생성형 AI로 생산성 향상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싶기도 합니다.
일본 대기업 ‘M3’는 의사를 위한 의료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했는데요. 파인디는 엔지니어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신사업뿐만 아니라 M&A도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해외 진출 관련해서는 진출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영어권은 미국 자체 프로덕트가 강하기 때문에 아직 진입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비영어권인 유럽 지역 진출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Findy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인구 감소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입니다. 외화를 벌어 일본 국내로 가져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아직 IT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 기업은 등장하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파인디가 가져가고 싶습니다. 30년 후에는 가능한 많은 나라로 진출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기자 김성희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생생하게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