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우 발효기로 미국 베이킹 시장 공략, 토스터즈 배기쁨 대표의 도전

최근 미국에선 빵을 사 먹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지역 주민과 나누는 ‘마이크로 베이커리(Micro bakery)’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 베이커리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빵을 매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발효의 정교함과 번거로움’ 사이 틈을 기술로 좁히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사워도우 발효기 ‘사워팟(Sourpot)’를 제작하는 ‘토스터즈’다.

사워팟은 천연발효종 ‘사워도우 스타터’를 맞춤형 발효할 수 있도록 설계한 IoT 기반 소형 사워도우 발효기다. 사용자가 발효 수준, 시간 등을 설정하면, 그에 맞춰 발효 온도, 속도 등을 자동 조정한다. 단순한 타이머 조작 수준을 넘어, 장시간 발효의 미세한 편차를 정밀하게 관리한다.

발효 빵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미국 베이킹 커뮤니티 시장을 겨냥해, 사워팟은 현재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 출시를 앞두고 있다. 취미로 사워도우 빵을 만들다가, 아예 발효기 스타트업을 창업한 토스터즈 배기쁨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과 향후 비전을 들어보았다.

토스터즈의 배기쁨 대표
(토스터즈의 배기쁨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한 이유, 초도 물량과 런웨이

Q: 사워팟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요? 시제품 제작 이후 본격적인 유통까지의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제품 개발, 성능 검증과 PMF(Product Market Fit) 검증은 마친 상태예요. 이제 양산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산은 개발과는 또 다른 영역입니다. 적절한 플라스틱 사용 방법을 찾고, 음식을 다루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인증을 거치고요. 내부 칩셋도 통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 조립 후에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Q: 아직 킥스타터에 제품이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끈따끈하게 다음 달에 올라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한창 작업 중이고요.

기획부터 개발까지 목표로는 3~4개월을 잡았습니다. 제품이 실제로 배송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올해 4월에 킥스타터에 출시 되면 10월쯤에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킥스타터에서는 제품을 플랫폼에 올린 뒤, 2개월 안에 배송하는 것이 하나의 분위기로 잡혀가고 있나 봐요.

또한, 과거에는 아이디어와 간단한 시각화만으로도 충분히 펀딩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사기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다 보니, 이를 방지하고자 주기적으로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요구합니다.

그런 요구에 대응하면서,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컨택하고 있어요. 꼭 킥스타터와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Q: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선택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자금 조달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양산으로 넘어가면 초도 물량이라는 큰 벽을 만납니다. PMF 검증을 했지만, 몇 개를 팔 수 있고 몇 개를 보관할 수 있을지 초도 물량으로 계산해 첫 생산량을 정해야 해요. 물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워킹 파트너도 바뀝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제일 큰 이점은 초도 물량이 명확해진다는 데 있어요.

두 번째로, 출시 이후 유통, 개발을 거쳐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런웨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업체에 특히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아이디어만으로 매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돈을 가지고 초도 물량을 계산하고, 파트너들과 수입을 미리 분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런웨이를 지속성 있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죠.

미국의 베이킹 커뮤니티를 기회로

Q: 한국에도 와디즈나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있는데요. 미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미국이 타깃이었습니다.

제가 사워도우라는 빵에 빠진 지 5년쯤 된 것 같아요. 그 때는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물어물어 빵을 배우다가 당시 멤버가 20만 명 정도 되는 미국의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발견했습니다. 사워도우를 하는 사람들이 레시피를 공유하고 불만 사항, 어려움을 서로 토로하는 거예요.

그 곳에 제가 ‘어려움을 발견해 내가 쓰려고 제품을 만들었다’라고 경험을 공유했더니 입소문을 타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소비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었어요.

당연히 타깃은 미국이고, 확정된 PMF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20만 명을 바라보고 사업을 했어요. 그런데 사업을 준비하는 약 2년 동안 커뮤니티 가입자가 대략 80만 명으로 4배가 늘었습니다. 지금은 초기 시장 단계로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고 판단해서 더 부스팅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같은 경우는 KC 인증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어요. 그 말인즉슨 제품 양산이 끝나야 제품을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공동 구매 형식이 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어서 그 모델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획부터 하되 대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인 연습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가끔 문의 연락이 와요. 그래서 한국 시장도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음에, 한국을 지켜보며 적합하다고 판단이 되면 확장할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토스터즈 본사에서 업무를 보는 배 대표
(토스터즈 본사에서 업무를 보는 배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Q: 베이커리 산업에 진입할 때, 일반적인 외식업이나 제조업과는 다른 특수한 고려 사항이나 진입장벽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베이커리 산업에 진입할 때 장벽보다는 기회를 많이 보고 시작했어요.

물론 진입 장벽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죠. “누가 요즘 집에서 된장을 담가 먹어요?”라는 질문처럼 누가 집에서 빵을 먹겠다고 30시간 이상 시간을 들이겠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투자를 받을 때도 설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밥도 아니고 빵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벽을 넘고 나니, 그 자체가 오히려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전 세계 인구가 8명이라고 하면 그중에 6명은 밥이 아닌 빵을 먹어요. 실제로 80만 명 규모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장벽인 동시에 기회인 점은 빵이 생각보다 과학적이라는 점이에요. 발효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빵을 만들다가 실패를 경험합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소구점이 많다는 거죠. 사업하는 사람에게 문제는 곧 기회잖아요.

저도 계속해서 실험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품으로 정규화해야 하니까요. 미국 진출을 앞두고는 이런 식이 미국에서도 잘 작동할지, 압력 때문에 차이는 없을지 여러 가지 변수를 테스트해야 하니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화, 최적화로 제빵 라이프스타일 혁신

Q: 미국의 사워도우 문화는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다양성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워팟은 이런 취향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나요?

저희는 그 지점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어요.

발효 과정도 사람마다 다르고, 원하는 발효 정도도 다 다릅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 있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힘듭니다. 개인이 전문성을 굉장히 높이고, 자신의 스케줄을 빵에 맞추어야 하거든요.

저도 빵을 처음 배울 때,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제빵은 분명 취미인데, 삶을 빵에 맞추는 희생을 요구하더라고요. 새벽에 일어나는 건 기본이고, 맛의 원인을 몰라서 선배에게 물어보면 “그건 30년 하면 알게 돼.”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어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자부심일 수 있지만, 효율과 일상의 균형을 원하는 사용자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 과정을 기술로 정규화하고, 그 안에서 사용자가 옵션을 선택해 개인화, 최적화할 수 있게끔 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앱도 함께 개발 중이고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김치도 지방마다 차이를 반영해 나오는 것처럼, ‘더 시게’ 또는 ‘더 고소하게’ 빵을 만들고자 하는 입맛의 차이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요. 동일한 레시피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에 AI 학습을 통해 알림, 제안을 주는 기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 외에도 미국 시장을 고려해 제품을 설계할 때, 현지화를 위해 특히 신경 쓴 요소가 있나요?

KC 인증처럼 미국에 별도의 인증 체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규정들을 충족시키는 것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 미국은 전압이 110V이고 플러그 형태도 한국과 다릅니다. 기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원, 전자부 구조 등을 미국 규격에 맞게 설계해야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이나 UI를 설계할 때 문화 차이를 고려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한국에서 UI는 정말 ‘식판’처럼 섬세하고, 메뉴가 많잖아요. 그에 비해 미국의 디자인은 볼드한데, 그게 제 취향이랑 잘 맞아요. 그런 감성을 제품에도 녹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팀원들과도 이 부분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눠요.

한국 사람 특유의 ‘올인원’ 욕심이 생길 때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제품의 발효 기술을 활용하면 요거트 모드나 막걸리 모드도 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샘솟는 대로 기능을 다 넣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질에 집중하고 핵심 기능을 명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킥스타터에는 이미 다른 회사에서 만든 사워도우 발효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사워팟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워도우 스타터는 상온에서 제일 잘 자라요. 25도, 뜨거워 봐야 28도 정도요. 기존에 있던 발효기들은 사워도우 스타터가 아니라, 더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상업용 이스트를 위한 제품입니다. 상온 영역대를 타깃으로 해 출시한 사워도우 발효기가 시장에 있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죠.

제가 답답함을 느꼈던 포인트는 30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아니라,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옆에서 클 때까지 계속 지켜보라’가 레시피에요. 분명 30시간 안에 해결될 줄 알고 약속을 잡아놨는데, 스타터가 커지지 않아 가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시간을 설정하면 반대로 그 시간에 맞게 스타터가 크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온도 조절을 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상온 발효보다도 냉장 발효가 핵심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제품에 냉장 기능을 탑재하고, 원하는 시간에 맞춰 상온 숙성과 저온 숙성을 알아서 맞춰줘요.

예전에는 30시간 동안 계속 쳐다보며 온도를 바꿔줘야 했다면, 이제는 시간 설정으로 ‘베이커 중심 사이클’이 가능해져 생활이 윤택해질 겁니다. 글루텐 조직을 많이 파괴할 필요가 없다면 냉장 숙성을 생략해 8~9시간으로도 충분히 사워도우를 완성할 수 있어요.

‘사워팟’ 이미지
(‘사워팟’ 이미지, 출처=토스터즈)

‘마이크로 베이커리’ B2B와 B2C 사이, 사용자층의 재정의

Q: 사워팟은 홈 베이커뿐만 아니라 베이커리 사업자 등 다양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 회사 차원에서 더 타기팅한 고객층은 어디인가요?

B2B와 B2C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봤을 때 특히 더 그렇고요. 최근 미국 베이킹 시장 안에서 핫하게 회자되고 있는 해시태그 중의 하나가 ‘마이크로 베이커리’예요.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먼저 주식인 빵이 대상이 되었어요. 기존 베이커리는 상업용 화학 이스트를 사용하면서 노동력을 절감했습니다. 잘 부푸는 화학적 이스트는 40분이면 부풀어 오르거든요. 그런데 이런 빵이 건강에 좋은지를 따져보면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건강한 사워도우를 만들자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죠.

이런 불편함의 굴레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서 제빵을 하는 ‘홈베이커’가 꾸준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천연 효모에게 ‘밥’을 주어야 하는 일이 고되기에 탈주한 사람도 분명히 있겠죠. 이 흐름 속에 이웃에게 빵을 나누거나 판매하기 시작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마이크로 베이커리라고 부릅니다. 그 수는 계속 늘고 있고요.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이들을 B2B라 불러야 할지, B2C라고 불러야 할지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B2B 측면이 더 클 거라고 보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디저트류 빵이 강세예요. 그래서 저희 제품은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다만, 식사류 빵을 드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인플루언서나 1인 베이커리 등에서 충분히 수요가 있으리라 봅니다.

각자 가진 요구 사항을 하드웨어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결합해 스케줄링할 수 있게 된다면, 최적화도 가능해집니다. 그 땐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Q: 마이크로 베이커리, 처음 들어본 문화인데 정말 신기합니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네요.

네, 맞아요. 소통하는 맛이 있거든요.

베이킹은 단순히 빵 굽는 취미를 넘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중심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사워도우 스타터 만들기가 유행했었어요. 외로운 일상에서 빵을 매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거죠. 저희는 이 사워도우 스타터를 사실상 반려동물이라 부르고 있거든요. ‘사워팟’ 콘셉트도 강아지처럼 잡았고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분석했을 때, 일반적인 정보 교류 등을 제외하면 스타터 1주년 돌잔치를 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나타나더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댓글에서 축하해주고요. 이런 문화를 보며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강아지 콘셉트의 ‘사워팟’ 설계도 일부
(강아지 콘셉트의 ‘사워팟’ 설계도 일부, 출처=더프론티어)

미국 진출의 구조적 장벽과 기회

Q: 미국에서 제품 제작 및 유통 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가장 크게 부딪혔던 벽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정보 부족’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게 없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IR 발표할 때 “제품을 만들어봤냐?”라는 질문이 기분 나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사업 아이디어나 전략이 아니라 자꾸 제품부터 만들었냐고 물어봐서 서운했죠. 그런데 그 질문이 저를 걱정하고 도와주기 위한 따뜻한 조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처음에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 보려고 해도 철판과 유리 용기가 필요한데, 딱 맞는 유리 용기를 어떻게 찾겠어요? 방산시장에 프로토타입을 들고 가 유리를 일일이 끼워보기도 했고, 원하는 모양의 스테인리스 통이 없어 다이소에서 주전자를 열로 늘리고, 톱으로 자르고···. 사무실이 없던 시절이라 집 앞에서 작업하니까 동네 주민들이 다 나와서 구경하셨던 기억도 나요. 프로토타입과 양산의 간극도 상상 이상이었고요.

적절한 멘토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마루’에 입주해 있고, 작년(2024년)에는 생애 최초 청년 창업 지원금을 받아 멘토링 기회가 생겼지만, 한국에는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이 많지 않아서 경험을 나눠줄 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사람을 많이 아는 멘토에게 연락해 설명하고, 그분의 친구나 지인에게 연락해 처음부터 설명을 다시 하며 계속 찾아 나갔어요. 정보가 부족하니 양질의 파트너사를 찾는 과정도 힘들었고, 관계에서도 상처도 많았습니다.

여러 버전의 ‘사워팟’ 프로토타입으로 가득 찬 벽장, ‘사워팟’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여러 버전의 ‘사워팟’ 프로토타입으로 가득 찬 벽장, ‘사워팟’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출처=더프론티어)
Q: 해외 진출을 고민 중인 한국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정보통신업을 하는 앱 기반 스타트업은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 법인 설립도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저희처럼 실물 제품을 다루는 푸드테크 기업은 ‘유통 파이프라인’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오피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각 주마다, 또 연방마다 법인 설립의 비용이 다른데요.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을 설립할 지역을 선정하면 나중에 웨어하우스를 세울 때 입지 문제가 생기는 등 꼬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는 지사화 사업처럼 해외 진출을 돕는 제도가 잘 마련이 되어있습니다. 지원을 활용하면서 천천히 고민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푸드 테크가 현재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과거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나갔을 때와 지금은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저희도 느끼는 부분인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졌잖아요.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그 벽을 넘어서면 저희를 반겨줄 수 있는 시장과 고객은 분명히 많다고 생각해요.

Q: 정식 미국 법인 설립이나 유통 파트너십 등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은 계획이라기보다 이미 유통 파트너십을 진행 중입니다.

킥스타터 펀딩을 준비하면서, 처음에 가장 당황했던 것은 미국 법인이 없으면 론칭을 못 하더라고요. 약관상 미국 법인 없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나라 목록에 한국이 없습니다. 일본, 홍콩은 있는데 말이죠.

혹시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 있다면, 일본에 법인을 내고 킥스타터 펀딩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미국을 타깃으로 삼았기에 일본으로 순회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 법인을 동시에 보유하기에는 토스터즈는 시작하는 단계라서 벅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킥스타터 펀딩을 함께할 업체와 에이전시를 구해 유통망과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다른 업체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면 기술적 해자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F&B를 다 먹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드웨어에서 PB까지, 브랜드 생태계 확장 추진

Q: 마지막으로 사워팟 이후로도 구상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신가요? 대표님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도우 믹스처럼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투자사에서 해 주신 좋은 표현을 빌려보자면, 중국산 가전제품은 괜찮으면 삽니다. 그런데 중국산 음식은 힘들어하는 건 한국인도, 미국인도 같거든요. 그러면 토스터즈는 토스터즈 이름이 붙은 도우믹스도 판매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은 베이킹 믹스가 굉장히 발달한 나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워도우 믹스를 생산하는 것도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저희 제품에 잘 맞는 도우 박스도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컸는지 잘 보이는 플라스틱 용기를 찾아 헤매게 하기보다는 제품과 잘 호환되고 친환경적인 박스를 번들링 할 생각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하드웨어가 시장을 선점하는 역할을 하고 뒤따라오는 PB 상품, 앱의 번들로 들어가는 기능, 액세서리류가 순차적으로 OEM과 PB 방식으로 계속 침투하면 토스터즈가 ‘네스프레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사워도우 베이킹 라이프 스타일’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재 PB 상품을 준비하면서 투자 유치도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워팟이 4월에 공개되어 생산에 들어가면, 다음으로 PB 상품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걸 위해서 유통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분들과 협업도 논의 중입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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