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앱에서 AI 웰니스로” 20억 투자받은 베스펙스 정주원 대표의 글로벌 도전

시그널링 서비스
(출처=베스펙스)

베스펙스가 2024년 2월에 출시한 ‘시그널링’은 최근 돋보이는 성과를 내는 커플 앱 중 하나다. 출시 10개월 만인 연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40만 건에 월간활성이용자(MAU) 10만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선 ‘AI 웰니스 111 혁신상’을 수상했고, 첫 글로벌 진출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 순조롭게 안착하고 있다.

베스펙스는 이런 성과를 앞세워 지난 3월 31일, 20억 원 규모의 Pre-A 라운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인라이트벤처스 관계자는 “AI와 헬스케어, 웰니스 기술을 이용자 친화적인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실행력과 인사이트를 갖춘 팀으로, 특히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준비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남구 베스펙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주원 대표는 시그널링의 궁극적인 목표가 ‘커플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또한, 베스펙스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신체·정서적 건강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B2C 웰니스 기업’이자 글로벌 펨테크(FemTech)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그널링의 성과? MVP로 시작해서 계속 밀어붙인 결과”

정 대표는 시그널링이 당초 목표의 2배에 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약 50만 유저와 20만 MAU를 확보했다. 이중 미국 이용자가 3만 명, 일본은 1만 명입니다.

이런 시그널링은 원래 메인 서비스가 아니었다. MVP(최소 기능 제품)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지표가 훨씬 좋게 나와서 계속 밀어붙인 서비스에 더 가깝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베스펙스 정주원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베스펙스 정주원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초창기 시그널링은 커플 캘린더와 메신저를 결합한 형태였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 결과, 이용자의 90% 이상이 메신저보다 캘린더 기능을 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서치 결과, 커플 앱 이용자의 55% 이상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이었어요. 이들은 사회 초년생으로 바쁘고, 건강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이면서 결혼 적령기라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죠. 하지만 이런 니즈를 타겟팅한 커플 앱은 없었습니다.” (정주원 베스펙스 대표)

베스펙스는 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단순한 커플 앱이 아닌, ‘건강과 일정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았다. 생활, 일정, 건강 데이터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캘린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툴이었다. 확장성과 대중성 또한 챙길 수 있었다.

북미 AI 웰니스 시장 본격 진출

한국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베스펙스는 2024년 10월, 미국과 일본에 정식 출시했다. 일본에는 ‘타임트리’가 커플을 포함한 국민 캘린더 서비스로 자리잡았고, 미국에는 플로(Flo)처럼 유니콘이 된 펨테크도 존재한다. 하지만 양국 모두 아직 성장 중인 시장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시그널링은 출시 1년 만에 기대보다 많은 누적 이용자를 확보하며 서비스 확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시그널링이 처음 진출한 지역은 서부는 샌프란시스코, 동부는 뉴욕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인프라와 네트워크, 뉴욕은 타깃층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타트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이미 알고 있는 네트워크가 많아 FGI(표적집단면접)와 이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기 좋았습니다. 뉴욕은 여성, 특히 전문직 여성이 많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시그널링 타깃층이 풍부하다는 뜻이죠. 또한, 지역에 기반한 데이팅 앱이 많습니다. 그만큼 진지한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니즈가 있으니, 시그널링 같은 서비스의 필요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정주원 대표)

그런데 정작 시그널링 이용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텍사스 오스틴(샌프란시스코-뉴욕 순)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정 대표는 ‘얼리어답터가 많으면서도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파트너의 일정과 위치, 상태를 알고 싶다는 남성의 니즈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출처=베스펙스)
(출처=베스펙스)

국가별 이용자 특성과 맞춤 전략

국가 혹은 지역별로 이용자 특성은 어떨까? 우선 생각보다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정 대표는 밝혔다. 건강하고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는 지점은 국가에 상관없이 동일했다.

미국 이용자의 특징은 결제 전환율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시그널링이 처음 도입한 프리미엄 기능이 구글 캘린더와 월경 주기 공유 기능인데, 여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결제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정 대표는 분석했다.

또한, 미국 커플들은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여성이 앱 설치를 제안해도 남성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히스패닉, 아시아계, 유대인 커뮤니티와 같이 여성이 관계를 주도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월경 주기 공유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공유 캘린더 사용에는 익숙하다. 그래서 타임트리에 건강 관리 기능을 추가한 버티컬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베스펙스는 각 국가 및 문화적 특성에 맞는 웰니스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나르시스트 감별법’이나 ‘알파메일’, ‘오메가메일’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 수요가 많다. 이를 위해 테라피스트들과 협업하고, 미국에서 살아온 미국인들을 초빙해 현지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각국 지인과 프리랜서를 활용한 현지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임신, 피임, 성생활, 관계 심리 관련 프리미엄 웰니스 콘텐츠를 유료 구독 모델로 제공할 계획이다.

“웰니스 콘텐츠는 건강 소매상 역할을 합니다. 의료와 웰니스는 원래 비싸다는 인식이 있죠. 월 1만원 정도의 구독료는 피트니스나 명상 프로그램에 비하면 이득이라고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정주원 대표)

(출처=베스펙스)
(출처=베스펙스)

베스펙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형 웰니스 생태계 구축’

정 대표는 글로벌 펨테크 시장이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펨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에서 여성 건강 앱 ‘플로’가 유니콘에 등극했습니다. 기업가치 1조원, 매출 2억 달러(약 2700억원), MAU 7천만을 달성했죠. 이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지난 UKF에서 만난 눔의 정세주 대표도 ‘미국에서 펨테크가 정말 많이 뜨고 있으니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주원 대표)

베스펙스는 올해 북미 시장에서 MAU 30만 및 연 매출 20억 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 대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수익화 PMF(제품-시장 적합성) 도출을 꼽았다. 최근 유치한 투자금을 이 가설 검증에 투입할 예정이다.

우선 상반기 중에 파트너십 확대, 콘텐츠 현지화, 구독 기반 수익모델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연애, 동거, 부부 등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신호와 생활·건강 리듬을 기반으로, AI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코칭, 맞춤형 건강 관리, 루틴 리마인드 등 관계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베스펙스 정주원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베스펙스 정주원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베스퍼(금성)’와 ‘X 염색체’의 합성어인 베스펙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관계가 건강한 개인을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관계 속 신체·정서적 건강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B2C 웰니스 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시그널링 외에 자체 개발한 여성 호르몬 진단 소프트웨어 ‘슈얼리 스마트(Surearly Smart)’와 배란 테스트기 판독 중심의 호르몬 트래커 ‘슈얼리즈(Surearlyz)’를 통해 관계형 웰니스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베스펙스는 대중성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성과 관계에 관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글로벌 펨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펨테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정주원 대표)

더프론티어 편집팀장. 기획자, 편집자, 기자로 일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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