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의료기기, 美 상호관세 변수에 정부, 업계 ‘비상’

미용 의료기기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트럼프발 상호관세가 변수로 떠올랐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서 기업과 정부 모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정책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미국 수출품에 기본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앞서 추가 관세로 이미 높은 세율이 적용된 자동차, 철강과 필수제인 의약품 등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 발표가 있기 전까지 미용 의료기기에는 기본관세 10%만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상호관세의 적용을 피하지 못해 미용 의료기기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EBD 시장 급성장…K-미용 의료기기 빠르게 정착 중

최근 미용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뷰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코트라(KOTRA) 시카고 무역관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미 미용 의료기기 수출액은 126만 달러(약 18억 2500만 원)로, 전년 대비 71.4% 증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좌 클래시스의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 ‘사이저’, 우 이지클레어의 가정용 미용 의료기기 ‘이지클레어 LED 마스크’
좌 클래시스의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 ‘사이저’, 우 이지클레어의 가정용 미용 의료기기 ‘이지클레어 LED 마스크’ (출처=클래시스, 이지클레어)

미용 의료기기는 ‘레이저ㆍ고주파 등 에너지 기반 기술을 이용해 주름 개선, 리프팅 등 미용적 목적을 달성하는 의료기기’를 뜻한다. 단순 공산품인 미용기기와 목적, 과학성, 사용 장소 등에 차이가 있다. 제품에 따라 해외 일반 미용기기와 의료기기의 분류가 국내와 다른 경우가 있어서, 제품을 원활하게 수출하기 위해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전 세계 에너지 기반 미용 의료기기(EBD, Energy-Based Device) 시장은 2022년 56억 달러(약 8조 1200억 원)에서 2027년 100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2.2%에 이른다. 여러 EBD 관련 기업이 피부과, 피부미용업소 등을 겨냥한 병원용 미용 의료기기부터 가정용 미용 의료기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한국 기업으로 하이로닉(더블로), 클래시스(슈링크), 원텍(라비앙), 비올(스칼렛) 등이 있다.

과거에는 독일 멀츠(Merz)의 ‘울쎄라(Ulthera)’, 미국 솔타메디칼(Solta Medical)의 ‘써마지(Thermage)’ 등이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울쎄라’의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기술 특허가 2024~2025년 사이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등 주요 장비의 특허 만료에 발 맞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미용 의료기기의 강점은 개선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따라서 상호관세가 적용되어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올린다면, 불리한 국면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세 우회 전략 시급” 정부에 지원 요청

업계에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미국 현지 직접 생산, 생산 위탁 또는 미국 현지 법인, 파트너와 협력하며 조치를 취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마스턴’ 조셉 오 대표, 하이로닉 이상원 대표이사, 테일러 브랜드 라이델 시장, ‘EDC’ 마크 토마스 대표
왼쪽부터 ‘마스턴’ 조셉 오 대표, 하이로닉 이상원 대표이사, 테일러 브랜드 라이델 시장, ‘EDC’ 마크 토마스 대표 (출처= 하이로닉)

하이로닉은 2024년 3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테일러 시, ‘마스턴(Mastern America LLC)’, ‘테일러 텍사스 경제개발공사(EDC, The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 of Taylor)’와 4자간 업무협약을 맺어 테일러 제조시설 구축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대륙 진입과 물류비용 절감이 주요 목표다.

그러나 미국 공장 설립은 인건비와 투자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거나, 수출을 계획하던 기업이 많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비교적 관세율이 낮은 인접국, 예컨대 멕시코나 캐나다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오후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조치 관련 의료기기·화장품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오후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조치 관련 의료기기·화장품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출처=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4월 9일,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조치 관련 의료기기·화장품 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바이오헬스 산업이 받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관세조치로부터 바이오헬스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의 통상 협상에 임하고, 업계 의견을 반영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이튿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정보 교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 제안을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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