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 특수, 한국 브랜드가 미국 음악 페스티벌에서 노리는 것

2023년, 블랙핑크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한국이 들썩였다.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메인 헤드라이너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코첼라 밸리 사막에서 열리는 코첼라는 하루 평균 12만 5000명이 찾는 미국 최대 규모 음악 축제이다. 전 세계 리스너가 코첼라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 라인업을 기다리며 열광하고, 이처럼 큰 규모와 높은 주목도는 뮤지션에게 코첼라를 ‘꿈의 무대’로 만들었다.

그런데 ‘코첼라 2025’에서 주목받으며 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가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불닭볶음면 마스코트 ‘호치’다. ‘조선미녀’, ‘엔트로피’, ‘아임프롬’ 등 한국 뷰티 브랜드도 코첼라와 ‘리볼브 페스티벌(Revolve Festival)’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불닭볶음면 마스코트 ‘호치’
불닭볶음면 마스코트 ‘호치’ (출처=불닭볶음면)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이번 코첼라는 4월 11일부터 20일(현지 시각)까지 열린다. 같은 시기, 캘리포니아 주 서멀(Thermal)에서는 리볼브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리볼브 페스티벌은 패션 소매업체 ‘리볼브(Revolve)’가 주관하는 행사로, 코첼라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뮤지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객을 유치하려는 브랜드도 탐을 내는 무대, 코첼라와 리볼브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과 성과를 정리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불닭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발표에 따르면,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127%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국내 최초로 코첼라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양식품은 페스티벌 현장에 불닭 부스와 5개의 불닭 디스펜서를 설치했다. 불닭 부스에서는 ‘불닭 듀엣(Buldak Duets)’, 불닭 론치’(Buldak Launch)’, ‘디저트 샘플링 바’ 등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를 운영한다.

‘불닭 듀엣’ 이벤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른 래퍼 글로리아와 협업해 키오스크에서 불닭 팝콘을 시식할 수 있게 한다. 관람객은 QR코드를 스캔해 팝콘에 불닭을 곁들여 먹는 영상을 즉석에서 촬영하고, 소셜 미디어로 공유한다.

‘불닭 론치’도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하며, 관람객 영상을 즉석에서 촬영해 제공했다. 관람객은 맵기 정도를 선택한 후 이에 따라 이벤트 공간의 LED 스크린의 영상과 바람, 연기가 맞춤 조정되는 4D 체험형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불닭 듀엣'과 '불닭 론치'를 즐기는 관람객. 각 영상은 조회수 352만, 104만을 기록했다.
‘불닭 듀엣’과 ‘불닭 론치’를 즐기는 관람객. 각 영상은 조회수 352만, 104만을 기록했다. (출처 =불닭볶음면, ‘Karissa dumbacher’ 인스타그램)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1주 차에만 1만 명 이상 인파가 몰리는 등 불닭 부스는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국내외 셀러브리티의 방문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불닭볶음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buldak_global)에 게시된 코첼라 관련 영상은 최대 조회수 350만을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김정수 삼양그룹 부회장 겸 해외영업본부장은 코첼라 불닭 부스에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며 이번 행사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드러냈다. 삼양식품은 2주 차에도 불닭 부스와 샘플링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랜딩인터내셔널의 케이뷰티 브랜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리볼브 페스티벌’에서 활약하고 있다. 리볼브는 티켓을 구매해 관람하는 코첼라와 달리 초대받은 셀러브리티만 참가할 수 있다. 코첼라를 활용해 셀러브리티가 리볼브 브랜드를 홍보하게끔 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다양한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기술 분야의 외부 브랜드와 협업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K뷰티 유통사 ‘랜딩인터내셔널(Landinginternationl)’은 ‘K뷰티 월드시티투어’의 일환으로 리볼브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랜딩인터내셔널은 ‘코스알엑스’, ‘한스킨’ 등 100개에 달하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미국에 정착시킨 유통사다. 현재 ‘엔트로피’, ‘아임프롬’, ‘자빈드서울’, ‘누텍스처’, ‘라엘’, ‘믹순’, ‘성분에디터’, ‘썸바이미’, ‘언리시아’, ‘토코보’ 등 10개 한국 뷰티 브랜드와 ‘K뷰티 월드시티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리볼브 페스티벌에 참가한 케이뷰티 마트
리볼브 페스티벌에 참가한 케이뷰티 마트 (출처=랜딩인터내셔널)

눈길을 끄는 건 편의점 테마로 꾸민 ‘케이뷰티 마트(K-Beauty Mart)’다. 랜딩인터내셔널은 그동안 한국 편의점을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Korean convenience store(#한국편의점)’ 해시태그를 사용한 틱톡 게시물이 3월 기준 5억여 개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편의점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유행하자 선택한 전략이다.

‘케이뷰티 마트’에선 한국 화장품을 대거 선보였다. 영화 배우 줄리아 폭스, 모델 알렉스 콘사니, 가수 크리스티나 밀리안과 모델 테일러 힐 등 약 100명의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가 초청되어 10개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했다.

랜딩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에 텍사스에서 열린 문화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가했으며, 7월에는 시카고에서 개최될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미국의 다양한 소비자에게 몰입형 리테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뷰티 월드시티투어’를 기획했으며, 한국 뷰티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인플루언서들은 리볼브 페스티벌의 케이뷰티 마켓을 방문해 영상을 촬영한다. 각 영상은 조회수 5만, 40만을 기록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리볼브 페스티벌의 케이뷰티 마켓을 방문해 영상을 촬영한다. 각 영상은 조회수 5만, 40만을 기록했다. (출처=’Emily Lorem’ ,’Karen Sarahi Robles’ 인스타그램)

18일~20일 진행될 코첼라의 2주차 현장에서는 한국 뷰티 브랜드 ‘조선미녀(Beauty of Joseon)’도 참여한다. 총 12대의 랩핑 차량을 운영해 관람객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크림 1만개를 배포할 예정이다.

‘몰입형 체험’, ‘인플루언서’, ‘소셜 미디어 바이럴’

최근 몇 년 간, 코첼라는 ‘인플루언서 올림픽’, ‘인플루언서를 위한 멧 갈라(Met Gala)’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트로지나, 게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여러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후원하며 콘텐츠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브랜드도 이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단순히 샘플링을 넘어 몰입형 체험으로 현장 방문객에게 인상을 남기고,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 노출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탄산음료 브랜드 ‘파피(Poppi)’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피’는 2024년 코첼라에서 인플루언서 알릭스 얼(Alix Earle)과 협업했다. 그의 콘텐츠는 1억 1,900만 노출을 달성했고, 코첼라가 열린 주말에만 ‘파피’ 매출은 20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들이 코첼라 마케팅으로 얻는 이익은 최근 몇 년간 감소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 ‘크리에이터 IQ(CreatorIQ)’가 코첼라에서 정기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뷰티 및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코첼라 1주차 기준 EMV(Earned Media Value)가 4080만 달러(약 580억 원)로 전년도 대비 1180만 달러(약 170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첼라를 비롯한 페스티벌 마케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한다. 크리에이터 IQ의 리서치 디렉터 알렉스 라위츠(Alex Rawitz)는 “신규 소비자층을 유입하고, 콘텐츠 제작 기회를 확보하려는 브랜드에게 코첼라는 여전히 높은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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