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공소와 미국 치과를 잇다, 이노바이드 국진혁 대표의 글로벌 혁신

임플란트, 크라운, 라미네이트같은 ‘기공물(치과 치료에 필요한 보철물)’은 치과 치료 과정에서 흔하게 사용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공물을 만들려면, 먼저 환자 치아의 본을 떠서 기공소에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스캐너로 정밀한 3D 이미지를 확보해서 기공소에 보낸다. 디지털화가 치과 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치과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목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대학생이 있다. 국진혁 대표는 연세대 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2021년 12월, 이노바이드를 설립했다. 그는 디지털 치과 기공 서비스 ‘덴트링크(Dentlink)’로 해외 치과가 한국 기공소에 기공물을 의뢰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덴트링크는 2025년 4월 기준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5개국에 진출했고, 매월 1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이노바이드는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투자를 유치했다. 뮤렉스파트너스, 원익투자파트너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빅베이슨캐피탈이 투자에 참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국진혁 대표를 만나 ‘덴트링크’의 미국 진출과 헬스케어 시장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이노바이드 국진혁 대표
이노바이드 국진혁 대표 (출처=더프론티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을 포착하다

Q. 덴트링크를 소개해 주세요.

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치과가 굉장히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엔 치과기공물을 제작하려면, 본을 떠야 했는데요. 구강 스캐너를 활용한 디지털 스캔 방식으로 바뀌면서 물리적인 한계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치과가 거리와 상관없이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공소와도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겠다고 예측했습니다.

한국 기공소가 실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가성비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다 보니, 이를 이용해 미국 시장에 한국 기공물을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현재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5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치과 기공 솔루션 ‘덴트링크’입니다.

Q. 그렇다면 덴트링크 이전에는 한국 기공소와 해외 치과 간의 커넥션이 없었나요?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공물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본을 떠서 보내줘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 절차가 필요하고,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기공물을 치과로 보내야 합니다. 환자가 1~2주 만에 내원 하니까요. 그 기간 동안 해외 치과에서 본을 배송받아서 기공물을 제작해 다시 해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니 생각을 못 했죠.

하지만 지금 덴트링크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적 발전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하드웨어, 즉 구강 스캐너가 등장해 디지털화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기공물 제작 과정 자체도 디지털화되었고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통’입니다. 기공물은 모두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되기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치과의사와 기공사 간 소통, 연결 배송 시스템, 결제 등 커뮤니케이션도 함께 디지털화될 수 있었기에 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출처=이노바이드)
Q. 현재 5개국에 진출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덴트링크는 해외 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하고 있습니까?

미국에는 치과가 약 18만 개 있습니다. 현재 저희와 함께하고 있는 치과가 400개 정도니까 점유율로 따지면 적죠. 그래도 아직 2년 정도 된 스타트업이고,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려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치과는 기공사를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하게 고민합니다. 그냥 B2C처럼 이것저것 써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치과의사들이 직접 나서 주위에 덴트링크를 소개해 주십니다. 실제로 소개를 통해 유치한 치과의사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저희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 덴트링크가 단순 서비스명을 넘어 ‘대일밴드’처럼 보철물에 대한 대명사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나라는 호주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이어 호주에도 법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이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되셨나요? 해외 시장에서 수요를 파악하셨나요?

저는 치과대학 본과 4학년 때 처음 창업했습니다. 구강 스캐너가 치과 진료 현장에 등장했고, 하드웨어도 발전하고 있으니까,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당시 아이템은 덴트링크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치과와 한국 기공소 간 의뢰를 전산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원래 종이로 작성하던 의뢰서를 전산화해 두 주체를 연결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이 아이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돈이 별로 안 됩니다. 월 이용료로 충당하기에는 가격도 높지 않고요.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기공소가 원하는 것은 전산화가 아니었어요. 워낙 영세하니 전산화 자체는 효율이나 비용 절감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공소는 새로운 거래처, 새로운 치과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치과를 새로운 거래처로 제공한다면, 그 치과와 거래했던 기존 기공소는 고객을 빼앗기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 자체를 키워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경험과 고민을 계기로, 해외로 나가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포화 상태고, 해외에 좋은 시장이 마련되어 있다고 판단해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피봇을 했죠.

크라운(Crown)과 브리지(Bridge) 보철물
크라운(Crown)과 브리지(Bridge) 보철물 (출처=이노바이드)

미국 시장의 특성과 진출 과정

Q. 미국 치과 시장의 보험 구조나 진료 환경, 환자 특성도 미국 진출에 있어 영향을 미쳤을듯 싶습니다.

확실히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치과는 하루에 40~50명을 진료 하지 않으면 돈을 벌기 힘듭니다. 그런데 미국은 치과 진료비용이 비싸다 보니 하루 진료 환자가 현저히 적더라고요. 또, 한국은 임플란트를 해야 수익이 나는데, 미국에서는 충치 치료를 몇 번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미국 의사가 갖고 있는 마인드셋이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한국은 다다익선, 즉 박리다매식으로 운영하는 반면, 미국 치과는 하루에 많이 진료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퇴근합니다. 진료 환경도 다르고, 의사도 한국보다 훨씬 더 여유롭습니다.

이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처음에 계산할 때 오류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치과 수가가 한국보다 2~4배 정도 더 비쌉니다. 이 수가를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고, 한국 치과 하루 평균 기공물 의뢰량을 반영해 수익 계산을 했는데 그 예상이 틀렸던 거죠.

한편으로는 진료 환경의 차이 덕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구강 스캐너 보급률이 20%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50%를 넘었습니다. 덴트링크는 구강 스캐너를 구비한 치과를 대상으로 하니 오히려 더욱 유리한 환경인 거죠.

제도와 기술에서도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기공소가 미국 기공소보다 실력이 좋은 배경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치과 기공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치기공학과를 졸업한 뒤에 시험을 보고 면허를 획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는 관련 면허 제도가 없습니다.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니 품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품질 차이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재제작 비율’입니다. 기공물이 환자에게 맞지 않아서 기공소가 다시 제작하는 것을 재제작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재제작 비율이 8~12%인 반면, 한국은 2~5%로 굉장히 낮습니다.

저희는 이 재제작률을 0.6%까지 낮췄습니다. 기공소와 치과를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거든요. 주문부터 커뮤니케이션, 제조, QC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 최적화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품질 차이를 체감하게 된 거죠. 미국 치과에선 보통 환자 100명 중 10명은 다시 내원해야 했습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선 새로운 환자 10명을 볼 수 있는 시간에 동일한, 심지어 굉장히 화가 난 환자를 봐야 했던 겁니다. 덴트링크는 그 비율을 1명꼴로 낮췄습니다. 그래서 의사 입장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정말 큽니다.

Q. 그래서 동료 의사에게 소개하는 경우도 많은 거군요.

맞아요. 이건 사실 자랑이기도 한데요. 오늘 미국에서 치과 여러 개를 하고 있는 그룹의 회장님에게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최근에 덴트링크 랩에서 봤던 케이스가 정말 좋았다. 덴트링크 팀에 응원과 격려를 꼭 전달 부탁한다’라고 치과 의사에게 전달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만족하면 연락을 하지 않고, 불만족스러우면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도요.

메일을 보시면, 이 의사분이 환자분에게 앞니 기공물을 사용했습니다. 치아 기공물은 기존 치아와 색깔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색깔을 거의 동일하게 맞추어서 의사도, 환자도 매우 기뻐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이 정도의 품질을 경험하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한국 기공소가 경쟁력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출처=펙셀스)
Q. 한국 기공소와 미국 치과 간 협업 과정을 짧게 언급하셨는데요. 각 단계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덴트링크가 플랫폼은 아닙니다. 고객사인 치과 의사들은 덴트링크를 기공소로 여기는데요.

먼저 치과의 구강 스캐너를 덴트링크의 솔루션과 연동 합니다. 그 후 치과의사는 구강 스캐너로 스캔하고, 의뢰서를 작성합니다. 이 의뢰서를 바탕으로 기공소 측에 전송할 주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그 품목에 배정된 기공소로 주문이 갑니다. 기공소에서는 주문서를 보고 질문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에, 저희가 치과 용어를 학습시킨 AI를 이용해 번역합니다. 기공사의 초반 디자인을 치과 의사가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생산에 착수합니다. 생산이 완료되면, 운송 업체인 UPS나 DHL을 통해 수출 신고를 하고 바로 치과로 전달됩니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굉장히 간편하게 치과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치과가 미국 기공소를 이용하면, 통산 2~3주가 소요되는데요. 저희는 주문부터 치과에 도착하기까지 10~14일 정도 소요되기에 시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Q. 수출을 위해 보철 기공물도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보철 기공물도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FDA 인증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보철물은 상대적으로 인증이 어렵지 않는 편입니다. 3~6개월 정도 소요되고, 서류 작업과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FDA 인증 덕분에 통관을 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FDA 인증을 받고, 물류사와 계약을 맺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별 기공소가 법적 과정을 밟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하나의 기공소의 개념으로 FDA 인증을 받았고, 개별 기공소를 감독하고 있습니다. FDA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치과 측에서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방어할 수도 있죠. 만약 개인 기공소가 FDA 등록 없이 치과에서 클레임을 받았다면, 대응하기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Q. 실제 운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문제가 있었다면요?

기공물은 커스텀 제작물이고 환자마다, 의사마다 원하는 바가 모두 다릅니다. 그것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저희는 기공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위탁하는 구조인데요. 기공소마다 업무가 다릅니다. 이러한 점을 통합시키기 쉽지 않았습니다.

시차 문제도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저희 팀은 대한민국에 있고, 일상 생활도 하는데, 퇴근하고도 연락이 오니까요.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4시간 응대를 하려면, 한국과 시차가 큰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미국 동부, 뉴저지를 선택했습니다.

(출처=이노바이드)
Q.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산업계 전반에서 우려가 큽니다. 치과의 기공물과 보철물도 그 대상인지,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대응 전략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치과 기공물과 보철물은 의료기기로 분류되기에 저희도 그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행히 저희가 공급하는 상품은 타사와 가격 차이가 2~4배고, 관세로 인한 영향은 마진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원재료 대부분이 미국 밖에서 생산되기에 기공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도 많은 경우, 기공소를 외주로 보내기도 합니다. 미국에 있는 기공소가 물량을 해외로 보내고, 제작이 완료되면 미국으로 받는 거죠. 기공물 해외 외주 제작 비율이 약 30%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은 보통 이런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공물을 외주제작해주는 국가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저희보다 상호 관세가 높은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또 다른 대응 전략으로, 최근 일부 상품은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미국에 있는 기공소도 인수했거든요. 디자인은 한국에서 진행하고, 실제 기계를 통한 출력은 미국에서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 이 분업 구조를 더욱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미국 헬스케어의 현주소, 치과의 빠른 디지털화와 심미성 중심

Q. 미국 구강 헬스케어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디지털화가 가장 빠른 의료 분야가 치과라고 생각합니다. 치과는 의료계 단일 분과 중 가장 시장이 크기도 하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치료 방식’입니다. 치과는 제약보다 보철물을 이용해 이빨 형태를 갖추는 등 다른 분야와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이 들어가기 굉장히 유리합니다.

두 번째는 ‘위험성’입니다. 다른 분과는 치료에 생사가 달린 경우가 많으니 디지털화가 조심스럽습니다. AI 오판독 시 책임 소재도 더욱 문제가 되고요. 치과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기술이 도입되고 상용화되기 수월합니다.

또한, 캐드(CAD)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건축 분야처럼 익숙한 영역 외에도 캐드를 활용하는 산업은 굉장히 많습니다. 캐드 시장은 시가총액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상품도 많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함께 임플란트도 발전하면서, 저희는 이 시장이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치과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분야 전체 수출액이 연간 약 15조 원인데, 그중 5조 원이 치과 분야에서 나올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전체 의료 산업에서 치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출 실적만 놓고 보면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임플란트 기업인 ‘오스템’ 같은 경우를 봐도, 세계적으로 매우 주목받고 있죠.

이런 흐름을 보면, 앞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치과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직 저희처럼 회사 단위로 해외 치과 기공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없기에, 그만큼 선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헬스케어 분야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치과 영역에서는 심미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라미네이트’라고 부르는 ‘비니어’ 시술을 현재 미국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매우 새하얀 치아가 최근 유행하고 있죠. 또, 교정기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 교정도 미국에서 인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K뷰티의 인기처럼 헬스케어 분야도 심미성과 관련된 치료가 앞으로 더욱 빛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AADGP(American Academy of Dental Group Practice,미국 치과 단체 진료 학회) 전시회에 참가한 국 대표
AADGP(American Academy of Dental Group Practice,미국 치과 단체 진료 학회) 전시회에 참가한 국 대표 (제공=이노바이드)

미국 진출, 완벽한 준비보다 빠른 속도가 핵심

Q.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려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처음부터 한국보단 미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마다 분위기가 워낙 다르고,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규제나 보험 체계 같은 제도부터 문화까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헬스케어로 성공하긴 쉽지 않다고 봐요.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인구 문제도 있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작고, 자본도 제한적입니다. 같은 노력을 들인다면 한국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의료는 미국에 비해 굉장히 저렴합니다. 미국은 워낙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해 병원 가길 두려워할 정도죠. 따라서 똑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도, 해외에선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헬스케어를 시작한다면, 저는 해외부터 공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법적 이슈나 인증 등을 완벽히 준비한 후 진출하기보다는 먼저 나가서 시장 검증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인증 등은 비용도 많이 들기에 병행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투자 유치와 함께 아산보이저에도 선정 되셨는데요. 이노바이드의 향후 비전과 로드맵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앞으로 미국, 호주 시장에서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치과 수를 늘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급입니다. 더욱 질 좋은 보철물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치과에서 환자 사진을 보내주면, 저희가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제공합니다. 치료 후 예상 모습을 먼저 제공하면, 환자도 미리 보고 판단할 수 있어요. 그렇게 결정이 나면, 보철물을 제작해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심미적인 보철물의 경우, 단순히 치과의사와 기공사의 만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환자가 만족해야 성공적인 치료가 되는 것이죠. 기존 방식처럼 기공물을 완성 후 보여주는 환자에게 방식은 환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다시 제작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환자의 동의를 받아 제작에 들어가는 구조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임플란트 당일 식립과 임시 치아 장착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임플란트를 심은 후 본을 떠서 다시 보철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저희는 사전에 임플란트 식립 위치를 정하고 가이드를 제작합니다. 이렇게 하면 그 가이드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식립이 가능하고, 보철물도 미리 만들어 둘 수 있어, 환자는 당일 임시 치아까지 장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계속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기공소와 관련해선 현재 한국에 기공 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기공 장비에 투자해 그 기술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대량 구매를 통해 재료 단가를 낮추어 전체 공급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런 구조가 잘 갖춰지면 공급 측면에서도 큰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최근 AI가 화두입니다. 치과 진료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이전에 내부적인 효율성 개선이 먼저라고 봅니다. 현재 AI로 언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고, 이제 시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 중입니다. 시차 때문에 치과와 기공소 간 커뮤니케이션이 하루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질문을 하면 상대가 자고 있고, 답이 오면 질문자가 자고 있으니까요. AI를 활용해, 치과 의사의 질문에 대해 기공사가 해야 할 응답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공사가 직접 응답하지 않아도 가능한 부분은 AI가 처리하는 거죠.

향후 2년간은 이 워크플로우를 안정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치과의사의 단순한 주문으로 고품질 보철물이 자동 전달되는 구조가 갖춰진다면, 기공 시장에서 저희가 주도권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환자입니다. 환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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