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기업, 글로벌 무대에서 길을 찾다

5월 22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다시, IMPACT 2025’ 컨퍼런스가 열렸다. 유디 임팩트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선 임팩트 생태계 실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적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IPO(상장)라는 현실적인 과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글로벌 전략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현장’과 ‘자신감’이었다. 일본 소셜벤처 ‘보더리스 재팬(borderless Japan)’의 카즈나리 타구치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으려면, 결국 현지에 가서 직접 보고 듣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회적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일본 소셜벤처 ‘보더리스 재팬(borderless Japan)’의 카즈나리 타구치 대표. 글로벌 진출 ‘현지화 전략’ 성공 요인으로 ‘현지 경험’을 강조했다. (촬영=이아림)

일본의 친환경 식품 유통기업인 ‘오이식스 라 다이치(Oisix ra daichi)’는 아시아 각국 유기농 생산자와 협력해 현지 맞춤형 식재료 배송 서비스를 확장했다. 오이식스는 현지 농가와의 신뢰 구축, 식문화 이해, 물류 시스템 현지화에 집중해 대만·홍콩 등지에서 프리미엄 식재료 배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타라쿠 펀드(Hataraku Fund)’는 일본 내 취약계층 고용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해, 동남아 파트너와 협력한 청년 고용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현지 정부, NGO와의 협업을 통해 일본식 직업훈련 모델을 현지 실정에 맞게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아룬(ARUN)’은 일본 최초의 임팩트 투자 펀드로,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의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현지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지원했다. 투자 이후에도 현지 경영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일본의 경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전수했다.

타구치 대표는 “단순히 일본의 성공 모델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필요와 맥락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장에 직접 가서 부딪히고, 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글로벌 임팩트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문성화 언더독스 부사장 역시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는 현지의 규제, 소비자 특성, 파트너십 등 다양한 변수를 직접 경험하며 배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회적기업 IPO, 성공의 조건

패널 토론에서는 사회적기업의 IPO 경험과 성공 사례가 공유됐다. 문성화 부사장은 “상장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선에서의 의사결정”이라며, “내가 하면 안 될 것 같으면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상장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상장은 단순히 자본 조달의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미션과 성장 전략을 외부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상장 후에도 사회적 가치를 지키며 성장한 일본 기업들의 사례도 공유했다. 대표적으로 오이식스는 상장 이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사회적 신뢰와 기업가치를 동시에 키워가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임팩트 투자 펀드 아룬은 상장 이후에도 투자 대상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현지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단순한 재무적 성과가 아니라, 현지 일자리 창출, 여성·청년의 경제적 자립 등 사회적 임팩트 지표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았다.

타구치 대표가 보더리스 재팬의 가치관을 소개하고 있다. ‘On Okuri’ 가치관 하에서 ‘단기적 수익 회수’가 아닌 ‘서로의 창업 여정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전한다.(촬영=이아림)

타구치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사회적기업이 미션을 잃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을 활용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명한 정보 공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그리고 사회적 미션에 대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상장 이후에도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상장과 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준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질의응답 시간에는 “상장과 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준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문성화 부사장은 “상장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우리 기업이 왜 성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상장과 글로벌 진출은 각각 복잡한 절차와 도전 과제를 수반한다. 이를 동시에 준비하려면 조직 내에서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마다 규제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부 역량과 외부 파트너십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문성화 언더독스 부사장, 서종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김태오 미래에셋증권, 박태홍 SV인베스트먼트 팀장.

서종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사회적기업 제도는 원래 상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글로벌 진출과 성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춰 제도적 지원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소 사회적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겪는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맞춤형 컨설팅과 네트워크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질의응답은 임팩트 기업들이 상장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가지 큰 도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관리할지 현실적 고민과 해법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현재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생생하게, 법률 정보는 유익하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As a student at Yonsei University studying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 offer a fresh, relatable perspective on Silicon Valley startups. My goal is to make legal information beneficial and easy to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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