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콘텐츠 산업 포럼 기조 발제 연사로 나서
“우회하지 않고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는 방식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
“키워드는 단번에 메인스트림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여러 단계를 걸쳐 인맥을 소개받을 때 실패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죠.” (모팩 스튜디오 장성호 대표)
지난 6월 18일~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콘텐츠 산업 포럼’이 서울 중구 CKL 스테이지에서 개최됐다. ‘넥스트 K’를 향한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3일간 정책, 방송, 스토리, 음악, 게임 등 5개 분야의 전문가 28명이 참여했다. 개회사 연사로 나선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기존의 성공 공식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전 세계인의 삶에 더 깊이 스며들 우리의 다음 콘텐츠’라고 넥스트 K를 정의했다.

첫날 정책 포럼에서는 모팩 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가 기조 발제를 맡아 ‘넥스트 K를 향한 글로벌 협력 사례’를 발표했다. 장 대표의 넥스트 K는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지난 4월 11일 북미에서 개봉한 후 5월 말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 6000만 달러(약 820억원)를 달성하며, 한국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던 ‘기생충’의 기록 5384만 달러(약 735억원)를 경신했다.
‘킹 오브 킹스’는 오는 7월 16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지난 11일, 한국판 티저 예고편을 공개한 장 대표는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견인한 전략과 협력 사례를 청중과 공유했다.
킹 오브 킹스, 세계 시장을 겨냥한 네 가지 전략
장성호 대표는 킹 오브 킹스를 택한 이유를 “개인적인 소명 의식과 사업적 전략의 균형을 맞추었다”라고 설명했다. 기독교 신자로서 개인적 신념을 담았지만,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라는 현실적 조건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의 미출간 원고 ‘The Life of Our Lord(예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 대표는 “디킨스의 도덕주의적 시선은 영화에 그대로 담기엔 맞지 않았다”며, “성서에 기반을 둔 보편적 이야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원작 베이스’와 ‘기독교’ 콘텐츠 전략
그가 세운 첫 번째 전략은 ‘원작 베이스’였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나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조차 북미 시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배급사, 감독이 있어도 오리지널로는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장 대표는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만료된 원작) 중에서 영화화되지 않은 작품 30여 편을 리스트업했고, 그중에서서 디킨스의 작품을 선택했다.
다음 전략은 ‘기독교’ 소재 콘텐츠였다. “일반 상업 영화는 박스오피스 대비 부가 판권 시장이 최대 2.6배 수준이지만, 기독교 콘텐츠는 최소 5~6배에 이르고 수익을 내는 기간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며 기독교 콘텐츠의 지속적인 수익성에 주목했다. 또한 “미국은 청교도가 세운 나라고, 기독교 문화가 일반적”이라며 2,000여 년간 인류 역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기독교 문화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 사례로 언급한 콘텐츠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이다. 제작된 지 28년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콘텐츠 시장의 수익 규모를 입증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집트 왕자는 박스오피스에서는 2억 2,000만 달러(약 3,020억원)를 기록했지만, 후속작 없이도 현재까지 박스오피스의 7~8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독교 콘텐츠이자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디즈니처럼 보이되, 독창성을 갖추어야
메인스트림 시장 진입을 위해 장 대표는 미술 콘셉트와 시각적 완성도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디즈니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디즈니처럼 보이지 않으면 마이너하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디즈니의 복제처럼 보여서도 안 됩니다.”
킹 오브 킹스의 캐릭터는 디즈니 풍의 부드러운 외양을 따르면서도, 유럽 성화의 느낌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독창성을 확보했다. “예수는 목수였기에, 성경시대 캐릭터는 목각 인형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기술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오랜 VFX(Visual effetcs, 시각효과) 경력을 바탕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전면 도입했다.
“언리얼 엔진으로 실시간 시뮬레이션 가능한 제작 프로세스를 구축해 배우 연기부터 조명, 카메라 무빙까지 실사 영화 촬영처럼 구현한 뒤 사전에 편집을 완료했습니다. 이후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 방식은 차기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AI 기술 활용 계획도 이어졌다. 다만, AI는 다른 이의 독창성을 차용하기 때문에 뻔한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하면서 “기존 파이프라인에 AI를 통합해 모든 요소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R&D 중”이라고 밝혔다.

‘메인스트림 진입’ 위한 글로벌 협업
장 대표는 ‘넥스트 K’의 핵심 전략으로 ‘메인스트림으로 곧장 진입하는 구조’를 꼽았다. 우회하지 않고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는 방식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다이렉트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기존 헐리우드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즈니 출신 최고 캐스팅 디렉터 제이미 토마슨을 영입했다. 덕분에 오스카 아이작, 케네스 브레너, 우마 써먼 등 A급 배우 캐스팅에 성공했다. 또한, 콜리드 미디어 그룹의 공동 창립자 밥 엘더를 수소문해, 내슈빌의 콘퍼런스에 직접 찾아가 작품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엘더는 미국에서 기독교 콘텐츠 마케팅의 최고 전문가로, 그의 참여 덕분에 미국 내 14만 개에 달하는 대형 교회 및 기독교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가능했다”면서, 이 네트워크로 배급사인 엔젤 스튜디오와의 계약도 성사됐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결국 이 접근 방식이 북미 박스오피스 성과로 이어졌다”면서 현지 시장을 겨냥해 핵심 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