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네일 ‘오호라’의 글로벌 전략, 그 중심엔 한국적 경영 ‘눈치’가 있었다

6월 19일, K-Business & Consumer Insight Forum 개최
중앙대 박다인 연구팀, ‘오호라’ 한국형 기업가정신 사례 발표
글로벌 마케팅, 핀테크, LG 가전 … K-매니지먼트 경쟁력 강화

지난 6월 19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K-Business & Consumer Insight Forum 2025’가 개최됐다. 연세대 한국기업경영융합연구원(IRKOM)과 한국마케팅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2024년 제1차 IRKOM 연구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행사를 기획한 IRKOM의 김동원 원장은 “한국적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집대성해 보자는 게 이번 포럼의 취지”라며 “연구자들이 1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바탕으로 도출할 수 있는 교훈을 함께 탐색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호라, 강남언니, 아모레퍼시픽, 하이브 등 한국 기업 및 브랜드에 관한 8건의 연구 사례가 소개됐다.

 ‘K-Business & Consumer Insight Forum 2025’의 연사와 관계자
‘K-Business & Consumer Insight Forum 2025’의 연사와 관계자 (출처=더프론티어)

대학 창업-누적 글로벌 매출 3000억, ‘오호라’의 성장 스토리

중앙대 박다인 연구원은 한국공학대 박종석 교수, 중앙대 이혜민 연구원과 함께 수행한 스타트업 ‘글루가’의 젤네일 브랜드 ‘오호라’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글루가는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젤네일 시술의 주요 페인포인트인 ‘높은 비용’에 주목해 휴대용 젤네일 제품 오호라를 개발했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초창기, 창업팀은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관계자의 공장에서 반경화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제조에 참여하며 제품을 완성했다. 이렇게 개발된 오호라는 반경화 젤을 스티커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고가의 젤네일 시술을 대체할 수 있는 셀프 뷰티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민간의 지원 프로그램도 성장에 한몫했다. 이후 오호라는 일본,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진출하며 누적 글로벌 매출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 네일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5~6배 큰 만큼 그 수요도 크다. 글루가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 등 관련 규제를 면밀히 분석하며 제품 성분과 안전성 요건을 충족시켰다. 매장 체험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를 고려해 팝업스토어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전개했다. 그 결과 기업의 안정성, 생산, 배송, 일본어 응대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해 입점이 결정되는 일본 최대 플랫폼 라쿠텐에 진입했고, 신인상 수상과 함께 3년 연속 네일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세계 최대 네일 시장을 형성하는 미국에서는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CVS 등 주요 유통망에 입점했다. 특히 높은 인기에 힘입어 타깃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에 동시에 입점했는데, 두 채널을 동시에 확보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는 공급망관리를 고려한 재고 최적화 전략을 추진하며 글로벌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박다인 연구원이 '오호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박다인 연구원이 ‘오호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더프론티어)

고맥락 사회의 해석력, 글로벌 전략으로 확장되다

박 연구원은 이번 오호라 연구 사례의 핵심으로 한국형 기업가정신(K-DNA), 그중에서도 ‘눈치’를 중심에 둔 경영 전략의 체계화를 제시했다.

‘눈치’는 고맥락 사회에서 맥락을 읽고 비언어적 피드백을 감지하는 문화적 역량으로, 연구팀은 ‘눈치’를 세 가지 축으로 구체화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 간접적인 피드백을 감지하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비언어 독해력, 검증된 파트너와 유통망을 선택하는 등 ‘불확실성 회피’ 전략이 이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특히 박람회 등 현장에서의 소비자 비언어적 표현에서 피드백을 얻어 빠르게 제품 개발에 반영한 오호라의 경험을 주목했다. 또한 마케팅 역량이 부족했던 초기, 에코마케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분을 공유하며 브랜드를 확장한 것도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눈치 기반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오호라의 전반적인 성장 과정에서 ‘눈치’가 핵심 역량으로 작동했다”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마케팅, 핀테크, LG 가전 … K-매니지먼트 경쟁력 강화

이어진 패널 세션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고객, 기업,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의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대홍기획 양수경 상무, KPMG 김세호 상무, 한국외국어대 박지혜 교수, 연세대 박경민 교수가 무대에 올라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사진 두 번째 인물부터 차례로 박경민 교수, 양수경 상무, 김세호 상무, 박지혜 교수가 패널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두 번째 인물부터 차례로 박경민 교수, 양수경 상무, 김세호 상무, 박지혜 교수가 패널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더프론티어)

대홍기획의 양수경 상무는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국가 단위가 아닌 ‘언어와 문화권 단위의 권역 전략’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베트남 시장에서 BTS 대신 현지 유명 배우 부부를 모델로 기용한 코웨이 사례를 소개하며 로컬 정서와의 조화를 이루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조했다.

KPMG 김세호 상무는 전자금융업 시장 경쟁이 포화된 가운데, 간편결제의 확장이 단순결제 기술을 넘어 기업의 생태계 전략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금융사가 글로벌 확장에 소극적인 구조임을 언급하며 AI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이 금융사의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토스의 미국 상장 도전이 K-금융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혜 교수는 ‘K-세탁 문화’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바꾼 LG전자의 사례를 설명했다. ‘평균 5.2시간에 달하는 세탁 시간과 세심한 분류 등 한국의 세탁 문화를 기반으로 출시한 세탁기가 북미, 유럽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박 교수는 해외 시장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한국형 생활 방식에서 출발한 ‘역방향 글로벌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경민 교수는 앞선 8개 연구 사례를 종합 분석하며 ‘K-매니지먼트’의 공통된 성공 전략과 기업별 차이를 도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업그레이드를 지향하고, 기회의 창을 민감하게 포착해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며, 정교한 위험관리와 정부 지원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직 내부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임직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구조가 성과를 이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K-매니지먼트는 시장과 고객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있다”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그 본질을 밝혀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추천 기사

품격 있는 노년을 향한 기술의 동행, CES에서 만난 에이지테크

여성 90.7세, 남성 86.3세. 보험개발원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측정해 올해 1월에 발표한 평균수명이다. 한국 여성 평균 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넘은 지금, 어르신에게 드리는...

숙면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CES가 건네는 슬립테크

헬스케어는 CES 2024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러 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디지털 헬스케어관에서는 전통적 수요층인 의료계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들이 다수...

대체재인가, 동료인가? CES에서 만난 콘텐츠 AI

빗나간 예상, AI는 예술가의 적인가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AI로 인한 대체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직업들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조립원 등이 대체 가능성이...

위험을 통제해 혁명에 올라타는 방법, AI와 인간의 미래

AI는 CES 2024에서 가장 화두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맞붙었던 2015년만 해도 인공지능은 일부 전문분야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