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의 대안모델과 우리가 가야 할 길

플립의 대안모델

이전 르포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진출을 위한 플립 과정에서는 복잡한 조세, 외국환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투자자와 창업자 그리고 대상기업 모두 플립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 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플립 과정에서의 이러한 부담은 곧 해외진출 자체의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특히 투자자 및 창업자로서는 대상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른 가치 성장 및 수익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고, 있더라도 먼 미래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해외진출을 위한 첫 단계부터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외진출 첫 단계에서는 절차적 문제가 덜 발생하도록 간이한 방법론을 채택하고 구체적으로 해외진출 이후 투자회수가 가능한 시점에 이익의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하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 플립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존속형 대안 플립 모델 (MAMF-P)

존속형 대안 플립 모델

[개요]

전제 : X 회사 (창업자 A 70%, 투자자 B 30%)

창업자 A가 해외법인 Y(창업자 A 100%)를 설립

창업자 A, Y 법인 – 투자자 B 주주 간 계약(SHA) 체결

(투자자 B에게 Tag-along, 주식매수청구권, 주식교환에 관한 권리 부여)

(Y 법인의 X 법인 주식에 대한 Call Option 부여)

(1) 해외법인 Y M&A 진행 시

투자자 B, 창업자 A에 대한 Tag-along 행사

투자자 B, 창업자 A 또는 Y 법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투자자 B, 창업자 A 보유 Y 법인 주식과의 교환 청구

  • 위 각 권리 행사 시 매각가액은 Y 법인 설립 시점 플립을 진행했을 경우 투자자 B가 취득했을 지분을 기초로, Y 법인 주식의 M&A 시 주당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함
  • 주식교환의 경우, Y 법인 설립 시점 플립을 진행했을 경우 투자자 B가 취득했을 지분을 기초로 교환을 진행함

(2) 해외법인 Y IPO 진행 시

투자자 B, 창업자 A 또는 Y 법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투자자 B, 창업자 A 보유 Y 법인 주식과의 교환 청구

존속형 플립모델은 기존 한국법인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한국법인의 창업자가 해외법인을 설립하여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이후 해외법인의 M&A 또는 IPO와 같은 회수 이벤트 발생 시, 한국법인의 투자자가 해외법인 설립 시점의 투자자 포함 플립 진행이 이루어졌을 경우와 동일한 회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존속형 대안플립 모델은 한국법인 투자자가 창업자의 해외법인 설립을 허용하면서도, 해외법인 설립 시점에 플립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해당 해외법인 회수 이벤트 발생 시점에, 그 시점 해외법인의 가치에 따른 회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존속형 대안플립 모델은 투자자와 창업자 및 해외법인 사이에 투자자에게 해외법인 회수 이벤트 발생시 Tag-along, 창업자 및 해외법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해외법인 주식과의 교환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해외법인 설립 시점에 플립을 진행하지는 않으면서도 해외법인의 가치실현 시점에 플립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존속형 대안 플립모델의 경우, 기존 플립 모델과 비교할 때 해외법인 설립 시점에 플립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플립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창업자 입장에게는 해외법인 설립 및 해외법인으로의 투자유치, 투자자에게는 해외법인 가치 상승 분에 대한 회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존속형 대안 플립 모델의 경우 투자자는 기존 한국법인과의 투자계약에 따른 권리를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어서 일반적인 플립 진행시 기존 투자계약상 권리 상실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창업자 입장에서 해외진출 과정에 대한 투자사의 동의를 수월하게 이끌어 내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존속형 대안 플립 모델이 성공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플립의 근본적 이유 중 하나인 해외법인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해당 모델에 대한 이해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해외투자자들의 경우 기존 한국법인의 가치와 자산을 해외법인으로 온전히 귀속시키도록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 이 경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추가적인 계약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본 모델에 더하여 ① 해외법인의 한국법인 주주들에 대한 Call Option 부여(해외법인 회수 이벤트 발생시), ② 한국법인과 해외법인과의 영업 양수도 계약 체결, ③ 해외법인과 창업자 간의 주식교환계약에 따른 한국법인의 자회사화 등의 옵션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2. 영업양수형 대안 플립 모델 (AMF-T)

영업양수형 대안 플립 모델

[개요]

전제 : X 회사 (창업자 A 70%, 투자자 B 30%)

창업자 A가 해외법인 Y(창업자 A 100%)를 설립

Y 법인 – X 법인 간 포괄적영업양수도 계약 체결

Y 법인 양수도 대금에 갈음하여 X 법인에게 Convertible Note 발행

(1) 해외법인 Y M&A 진행 시

X 법인, Y 법인의 Convertible Note 전환하여 Y 법인 주식 취득

Y 법인, 주식 처분 대가 X 법인에 귀속

X 법인, 청산 및 잔여재산 분배 / X 법인의 투자자 B 주식 매입

(2) 해외법인 Y IPO 진행 시

X 법인, Y법인의 Convertible Note 전환하여 Y 법인 주식 취득

Y 법인, 주식 상장 시장에서의 처분 및 처분 대금 X 법인에 귀속

X 법인, 청산 및 투자자 등에게 잔여재산 분배 / X 법인의 투자자 B 주식 매입

영업양수형 대안 플립모델은 한국법인의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괄적으로 신설 해외법인에 양도 또는 현물출자하고, 한국법인은 그 양수도의 대가로 해외법인이 발행한 Convertible Note를 취득하는 계약을 전제로 하는 모델이다. 영업양수형 대안 플립모델은 한국법인이 향후 해외법인의 M&A 또는 상장 이벤트 발생의 경우 한국법인이 Convertible Note를 해외법인의 주식으로 전환하여 해외법인 주식의 처분에 따른 가치를 한국법인에 귀속시킨 뒤, 한국법인을 청산하여 투자자 주주들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하거나 한국법인 투자자 주식을 일반적 플립 시를 전제로 하는 투자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가격으로 자사주로 매입하도록 함으로써, 투자자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영업양수형 대안플립 모델의 경우, 존속형 모델에 비하여 해외법인의 주식가치를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한국법인 및 투자자의 이익에 연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영업의 가액 산정에 있어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법인 Convertible Note 취득과 관련하여 존속형과 달리 해외법인 설립 시점에서 외국환과 조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3. JV형 대안 플립 모델 (AMF-J)

JV형 대안 플립 모델

[개요]

전제 : X 회사 (창업자 A 70%, 투자자 B 30%)

창업자 A가 해외법인 Y(창업자 A 100%)를 설립

Y 법인 – X 법인 간 Joint Venture 계약 체결 및 Joint Venture Z 법인 설립

X 법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Z 법인에 양도

  • JV Z 법인 M&A 또는 IPO 진행 시, Z 법인 주식 처분 대가 X 법인에 귀속
  • X 법인 청산 및 투자자 등에게 잔여재산 분배 / X 법인의 투자자 B 주식매입

JV형 대안 플립 모델은 창업자가 해외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해외법인과 한국법인 사이에 Joint Venture 계약 체결 및 Joint Venture를 설립하고, 한국법인의 영업 및 자산 전부 또는 일부를 Joint Venture에 양도 또는 현물출자한 뒤, 향후 Joint Venture의 M&A 또는 IPO 진행 시 한국법인에게 해당 대가를 귀속시키는 모델이다.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해외투자 유치 목적 또는 해외투자 유치와 동시에 진행되는 JV형 대안 플립 모델 진행의 경우 해외법인이 해당 JV의 지분의 과반 이상을 취득하여 모회사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며, 이에 따라 창업자가 가치 조정을 위하여 한국법인의 지분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안분하여 양도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JV형 대안 플립 모델은 해외법인 중심의 지배구조 설정을 원하는 해외투자자의 요구와 일반적 플립 실행에 따른 비용과 절차를 피하면서도 해외법인의 가치를 귀속받기를 원하는 국내 기존 투자자의 요청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JV형 대안 플립 모델은 창업가가 해외에서 현재의 사업영역 이외에 새로운 사업영역을 새롭게 만들고 이를 별도 법인으로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경우 유연하게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4. 자회사 설립형 대안 플립 모델 (AMF-S)

자회사 설립형 대안 플립 모델

[개요]

전제 : X 회사 (창업자 A 70%, 투자자 B 30%)

X 법인이 해외 자회사 Y 법인 설립

Y 법인에 대한 해외투자 유치 및 해외투자자와의 SHA 계약 체결

Y 법인에 대한 해외투자자 투자 시, 해외 투자자에게 A가 보유한 X 법인 주식 일부에 대한 Call Option 또는 교환권리 부여

자회사 설립형 대안모델은 한국법인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해외법인인 자회사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모델이다. 따라서 자회사 설립형 대안모델은 소위 해외법인 중심의 영업 및 지배구조 설계, 자본회수를 전제로 하는 플립에는 해당하지 않는 대안모델이다.

다만 실무상 해외투자 유치 외에 해외시장 개척 등의 목적을 이유로 한국법인이 해외에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고, 해당 자회사 해외법인에 대한 해외투자 유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대안모델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외투자자로서는 전체 가치를 지배하는 한국법인의 지분에 대한 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해외투자자와 모회사인 한국법인의 지분(창업자 보유지분)에 대한 Call Option 또는 교환권리를 부여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본 모델을 구성할 수 있다.

자회사 설립형 대안모델의 경우 플립 없이 해외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해외진출 기업들이 이후 해외투자 유치 기회가 발생하는 경우 해외투자사에게 플립 대신 제안할 수 있는 대안모델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그리고 급격한 인구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이제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은 성장만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국경을 넘어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고 이를 위한 시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스타트업 해외진출 방법론에 대한 개발과 논의는 그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고자 하는 승객은 많은데 항로 개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셈이다.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여 해외 자본시장에 이르는 방법에는 여러 항로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주로 플립만이 사실상 거의 유일한 해외진출 및 해외투자 유치의 방법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해외투자자의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법적 모델 및 방법론에 대한 고민과 플립 절차 및 실무상 문제점에 대한 논의 대신 플립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 상품처럼 여기며 마케팅에만 매진했던 일부 전문가들의 안이함과 무책임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해외진출은 생존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로서는 해외진출 서비스 ‘상품’을 팔기에 앞서서 무엇이 해당 기업을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이익을 존중하면서도 불필요하고 과도한 절차와 비용이 야기되지 않도록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르포에서 제안하는 대안모델들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온 모델들이다.

각 대안모델들은 기본적으로 해외진출에 따른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외진출 시점에서는 가능한 플립과 같이 복잡한 절차와 갈등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해외진출에 따른 투자유치 및 해외진출의 성과 회수 시점에서 가치의 조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각 모델은 해당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과 상황에 따라 적합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여러 모델이 상호 결합되거나 변형된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각 대안모델은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방법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각 대안모델 효용 및 한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치열한 논쟁과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먼 바다로 나아가는 우리의 혁신가들을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안전하고 각자에게 적합한 항로를 탐색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르포가 이러한 길을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성자 | 김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미션 MISSION 대표변호사 김성훈 변호사는 벤처투자 및 스타트업 분야의 전문가로서 MISSION의 비전과 전략을 총괄하고,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좋은 이웃이자 신뢰받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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