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을 달리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
서울 대도심,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화제다. 마켓스앤마켓스의 지난해 4월 발표에 따르면 2,517억 원이던 세계 배달로봇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1조 1,36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등 자율주행 로봇은 미래 배송산업의 핵심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 역시 올해부터 5년 간 주소 정보 인프라를 확충하여 자율주행 배송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스타트업 (주)뉴빌리티는 현재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세븐일레븐과의 협업 하에 강남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포레스트는 2022년 7월 14일 배달로봇 분야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정책협력 총괄 및 사업전략 이성은 팀장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뉴빌리티 사옥에서 만났다.
총 23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 받은 스타트업 뉴빌리티
2017년 11월경 설립된 뉴빌리티는 처음부터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한 회사는 아니었다. 로켓 발사라는 공통된 흥미 하에 모인 대학생들은 게임 햅틱 글러브, 전동 킥보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거쳐 로봇 사업에 이르렀다. 여타 로봇 기업들과 달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한다는 점이 뉴빌리티의 특색이자 강점이다.
배달로봇 ‘뉴비’는 값비싼 라이다(LiDAR) 센서 대신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을 적용하고, 로봇 하드웨어를 자체 개발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2’에서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에서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그러면서도 서울 강남 지역과 같은 복잡한 도심에서의 자율주행 배달 임무 수행에 최적화되어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븐일레븐·카카오모빌리티·SK텔레콤 등과 협업하면서, 최근에는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 받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빌리티는 명실상부하게 자율주행 배달 산업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는 ‘뉴비’ 사업의 필수 선행조건, 아쉬운 점도 있어
이성은 팀장은 뉴빌리티의 사업을 위해서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 실증특례를 받는 것이 필수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뉴빌리티가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존 법제도 하에서는 도심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사용한 배달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개인정보보호법」 및 승강기 안전기준상 뉴비의 통행이 제한되거나 이용가능 여부가 불명확한 점이 많았다. 규제의 일부 완화를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면 뉴빌리티의 사업은 애초에 현실화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규제샌드박스의 혜택을 본 뉴빌리티지만, 이 팀장은 규제샌드박스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 구조상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시간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이 팀장은, “심의위원회를 기다린 후 통과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의 생존이 달렸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곧 돈이고 소중한 자원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뉴빌리티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승인의 경우, 행정안전부·경찰청·국토교통부 등 다양한 부처의 소관 하에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절차 진행이 느려지는 한계도 있었다고 한다. 여러 부처가 동시에 빠르게 검토를 해준다면 지금보다는 더 절차가 빨라질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행히 뉴빌리티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신청 과정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신청 및 승인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 것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 실증특례를 받은 ‘로보티즈’라는 선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우리가) 최초 케이스는 아니었기 때문에 로봇에 대한 실증 케이스를 근거로 나름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탔다. 선례가 있다는 것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받을 대답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다고 보면 됐고, 다만 그 과정에서 충실히 설명을 드리는 역할이 중요했다.”고 부연설명 했다. 달리 말하면, 선례가 없었을 경우 승인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뉴빌리티의 최종 목표는 ‘전국적인 규제 해소’
이성은 팀장은 배달로봇 산업과 관련하여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고 직언했다. 현행 법상 ‘차’로 분류되는 로봇의 특성상,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기 위해 뉴비 운행 시에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현장요원이 함께해야 한다는 부가조건이 있다. 이는 라스트 마일 로봇 배송을 개발하고자 하는 뉴빌리티의 기본 방향성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팀장은 “지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전국적으로는 이러한 조건을 해제해 주셔야 로봇이 활용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상 로봇 촬영영상 수집 및 이용가능 여부가 불분명하여 부가조건이 붙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동식 영상정보 처리 기기의 특성상 촬영되는 사람이나 차량 번호판 등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없다면 (촬영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아직 국회에서 말끔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의 신속한 개정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이 팀장의 말에 따르면, 관련하여 현재까지 두 번의 기업 간담회가 열렸고, 2022년 1월 국무조정실에서 연내 현장요원 동행·공원 출입·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부가조건의 완화 조치 등을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능형로봇법」의 개정안을 발의해 시내 배달로봇이 보행로를 통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해당 조치들은 여전히 규제샌드박스를 전제로 한 것이기에, 뉴빌리티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규제 해소’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이 팀장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도 안정성 시험은 2년 혹은 4년이라는 기간 내에서만 가능한 점, 뉴빌리티의 경우에는 특정 코스와 지역 내에서만 실증이 가능한 조건이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현재의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시한부에 불과한 셈이다. 이 팀장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업을 해야 기업에게 수익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래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큰 세상의 큰 물에서 나가 놀게 해주어야 한다. 기업이 규제샌드박스 하의 부가조건에 갇히게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플레이어 및 생태계 육성 방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미국은 이미 PDDA(Personal Delivery Device Act)가 제정되어 현재 20개 이상의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보행로를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우리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로드맵상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통행 관련 규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25년이다. 올해 1월 그 시점을 2년 정도 앞당기겠다는 국무조정실과 산업자원통상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안은 제공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약 7년의 시간이 뒤쳐진 상태’라며, ’10년만 지나면 더 이상 신사업이 아니게 되는 스타트업 분야에서, 실험을 넘어 상용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선제 요소는 규제의 마련’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는 결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을 증대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증 과정에서 취득한 데이터 및 경험치를 활용해 실제 규제의 개선까지 빠르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국내 상황과 별개로, 이미 해외에서 사업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한국 시장으로의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팀장은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어, 규제 개선과 동시에 국내 산업 플레이어들을 보호하면서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모래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이제는 큰 세상으로 보내줘야 할 때
뉴빌리티는 현재 또 한 번의 실증특례를 건국대학교 주변 코스로 신청해둔 상태이다. 승인받은 기간은 2023년 10월 3일까지이며, 그 안에 다양한 주행 환경 및 주문 여건에 대한 경험을 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운영 경험을 쌓으려 한다. 추후 정부의 규제 장벽이 더 걷혀지면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해외진출 또한 모색하고 있다.
이 팀장 역시 중앙부처에서 일한 이력이 있는 만큼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규제 이슈가 생기면 당장 어디에 문의하고 신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채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시작한 이후에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부처가 스타트업의 현실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일분, 일초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큰 세상으로 나가 활약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