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존과 청산의 기로에서 ㅡ ② 법인파산의 과정

생소한 절차, 청산 ㆍ 파산

스타트업의 ‘뜨거운 안녕’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방법이 청산, 파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청산, 파산 절차 자체가 생소하고 용어 역시 난해해, 실제로 청산 등을 고려하는 창업자들도 그 과정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 기획에서는 세 편에 나누어 스타트업을 정리하는 방법 중 청산과 파산에 초점을 맞추어 상세히 정리한다. 2편에서는 법인파산의 과정을 상세히 살핀다.

파산 절차
그림. 파산 절차

기업파산의 절차는 크게 파산신청, 심문, 파산선고, 채권신고, 파산재산 현금화, 채권조사, 변제, 채권자 보고절차, 종결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1) 파산신청, 심문, 파산선고

파산절차는 개인이나 회사(법인)가 파산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음으로써 시작된다. ‘선고’의 어감에서 절차가 종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실재로는 파산개시를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개인파산과 법인파산을 불문하고 파산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에서는 개인, 또는 법인의 경우 대표자를 불러 구체적인 사정을 듣는 등 심문을 진행한다. 이후 파산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파산이 선고된다. 법인파산의 경우 채무자회생법상 신청부터 선고까지의 기간이 정해져있지는 않으나, 실무적으로는 1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2) 파산관재인 선임, 재산조사, 채권신고

법원은 파산을 선고하며 동시에 파산관재인을 선임한다. 파산관재인이란 회사의 설립이나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제3자로서 그 개인 내지 회사의 재산을 현금화하고, 변제하는 등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자를 의미한다. 즉, 법인파산이 선고되면 이후 회사는 창업자와 기존 주주들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에서 비롯되는 부담 역시 존재한다.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관재인이 선임되므로, 관재인의 인건비를 신문 뒤 파산 선고 전에 예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예납금은 달리 책정되나, 법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500만 원 이상이 책정된다. 이러한 예납금은 특히 지급 불능 상태에 있는 채무자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예납금의 허들을 넘어 파산선고를 받으면 파산관재인이 재산 목록을 작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하게 된다. 이때 채권신고기간도 진행되고 법원으로부터 각 투자자에게 A기업의 파산이 선고되었으므로 채권을 신고하라는 통지가 전달된다. 채권이 있는 투자자는 법원의 양식에 따라 채권 신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채권신고기간 중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가 금원을 변제받을 수 있는지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목록에 넣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채무자가 처음 파산 신청을 하며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 본인이 있었다면 그대로 확정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를 목록에서 누락하고 그대로 채권 신고 기간이 경과한 경우 원칙적으로 그 채권은 전부 면책되므로 채권자는 어떠한 채권도 변제받을 수 없다. 다만 채무자가 채권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고의로 목록에서 누락한 경우 예외적으로 채권이 면책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VC인 경우 다른 회사들을 통해 특정 기업의 파산 소식이 쉽게 누락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만약 투자 내역이 많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 파산을 신청하며 VC를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하였는데, 그 누락이 고의인지, 혹은 실수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극단적으로는 파산절차에서 배당조차 받지 못한 채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3) 파산재산 현금화, 채권조사

채권신고기간이 종료되면 파산 관재인은 재산목록을 토대로 파산재산을 가치평가한 뒤 처분하여 현금화한다. 스타트업의 파산에서 제일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이 지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제조업을 영위하는 경우 사무실, 집기, 공장건물 및 부지 또는 임차보증금, 기계설비 등 처분하여 현금화할 만한 재산이 적지 않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정이 다르다.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차하는 스타트업도 많고, 현금화할 만한 유형 자산이 사실상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파산재산의 현금화가 불가능한 경우 파산절차는 폐지되고 이를 전제로 하여 법인은 청산절차를, 개인은 면책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조사란 채권자들의 신고 내용과 채무자의 작성 목록을 비교하여 비교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신고내용과 작성목록의 내용이 동일한 경우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그 내용이 동일하지 않고, 채권자와 채무자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규명되지 않는 경우 이를 확정하기 위해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이라는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이 절차는 소위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여겨진다. 채권조사 단계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 정식재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사확정재판 자체는 간이한 결정에 해당하나, 일방이라도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민사소송으로 넘어가 1심부터 시작한다. 심급을 계속하여 대법원에 상고되었다가 파기환송되는 등의 과정까지 거치면 최대 10년의 시간까지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4) 변제

이러한 어려움 끝에 채권자 목록이 확정되고 파산재산도 현금화되면 변제를 시작하는데, 이를 ‘배당’이라 한다.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목록을 토대로 배당표를 작성하고, 통상 채권자들은 파산재산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다만 이때 예외가 되는 채권들이 있다. ‘재단 채권’의 경우 우선변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세금, 직원에 대한 임금, 부양료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채권들이 있는 경우 파산재산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되기 때문에, 투자자 등 일반채권자(파산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자산이 현금화되었더라도 반드시 배당이 이뤄지지는 않을 수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처분한 뒤 배당까지 마무리하면 파산관재인의 결산보고를 끝으로 파산절차가 종결된다.

작성자 | 법무법인 미션 강인원 변호사

법무법인 미션 강인원 변호사는 은행, 벤처투자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다년간 금융자문,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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