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에 필요한 주주 동의
플립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절차상의 까다로움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해결 불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플립의 장애물은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플립 과정은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이전과 동일한 구조이나, 국내 회사가 외국 회사와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하는 경우에는 상법상의 위 제도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즉,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이 있으면 주주 전원의 동의 없이 진행이 가능한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이전과 달리, 외국 법인이 한국 법인의 주식 100% 보유하는 구조를 설정하려면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실무적으로 대부분의 주주들(투자자)은 다른 주주들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플립에 대한 동의를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이에 실제로 플립을 경험하였던 VC들이 우려하는 사항이 무엇인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스타트업포레스트는 한국벤처투자 벤처 금융 연구소와 함께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수행하여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고려 사항이나 어려움을 확인해 보았다. 이를 통해 얻은 답변들을 통해 투자사들이 플립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크게 다섯 가지였다.
첫째, LP 보고의 어려움
기본적으로 기관 주주들은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GP의 위치에 있으므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투자기업에 발생한 상황에 대하여 LP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에 주주(투자자)들은 플립을 하게 되면 주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 법인의 주식은 어떻게 되는지, 한국법인과 외국 법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 플립의 각 과정에 대하여 명확하게 이해를 하고, 향후 자금 회수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없는 지에 대하여도 LP에게 직접 설명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특히 아직까지 플립한 기업이 EXIT하여 투자자가 자금 회수를 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플립 이후 한국 투자자들이 회수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예측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기관 주주도 플립의 절차, 과정, 플립 이후의 리스크와 관련하여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자신이 제대로 소화하기도 어려운 지식들을 일목요연하게 LP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소통하는 데에는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VC나 기관투자자, 로펌,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의 세미나 개최 등의 방법을 통해 플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정확한 절차와 비용,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주목적 투자 비율’에 포함되는지 여부 불투명
VC나 VC가 조성한 벤처투자조합은 규약상, 법령상 일정 비율 이상의 운용액을 국내 회사에 투자하여야 한다. 이미 기존에 국내 법인에 투자된 금액이 플립을 통해 미국 법인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 기존 투자가 투자 비율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투자자(주주)의 의사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의 규약상 “일정 비율 이상을 주목적 투자에 한정하여 소진”하도록 투자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주목적 투자는 주로 국내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관리보수를 차감 당하거나 수익배분에서 불이익이 있다.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잔액을 관리보수 산정 시 제외하도록 하는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는 규약도 있다.
결국 플립을 통해 미국법인의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 이를 국내 기업 주식 취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러한 점이 VC나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피투자사 사후관리의 어려움 (기존 투자계약상 권리 상실)
플립을 하게 되는 경우 기존에 피투자사와 주주(투자사)간 맺었던 투자계약 및 주주간 계약은 효력을 상실하고 미국 법인의 신규 투자사와 주주간 계약을 신규로 체결하게 된다. 이때 신규로 체결되는 주주간 계약상 기존 투자자의 권리는 기존 권리보다 약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벤처 투자 관행과 한국 벤처 투자 관행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후속 투자자의 권리가 기존 투자자의 권리보다 강력하게 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투자사들은 라운드 별 투자사들의 과반수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한편, 투자계약 자체에서도 사전동의권이 한국 투자계약에 비해 축소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초기 투자자들이 다양한 사안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보유하고 있고, 피투자사에 대한 후속 투자가 진행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동일한 권리를 보유하게 되며, 대다수 투자자들은 피투자사의 중요한 경영상 결정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벤처 투자 관행을 수용하는 것 자체를 권리상실로 느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피투자사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서 사실상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투자사로서는 기존에 투자자가 갖던 권리가 약화되는 상황에 대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넷째, 세금 이슈
한국 세법상,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이 있으면 그 이익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플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한국 세법상 한국법인 주주들의 주식이 ‘처분’되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세 신고가 필요하다.
주식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플립 과정에서 회계법인을 통해 가치평가작업을 진행한다. 이때 회사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회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경우에는 아직 정식으로 Exit을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먼저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향후 미국 법인이 성장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경우, 주주들로서는 중간에 양도소득세만 내고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게 되는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벤처투자법상 벤처투자조합의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감면되는데, 이러한 양도소득세 감면의 범위는 국내 법인에 대한 투자에 국한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4조 제1항 제2호)고 해석되어 기관 투자자로서는 국내 비상장 주식 양도 시와는 달리 양도소득세를 추가 지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외환 이슈
한국회사의 주주들은 플립 절차를 진행하려면 원칙적으로 해외직접 투자신고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해외직접 투자신고는 주주마다 개별적으로 신고서가 작성되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주주들의 총 투자비율이 외국회사 전체 자본의 10% 이상이어야 하며, 신고서 제출 시 사업계획서, 공인회계사법에 의한 회계법인의 주식평가에 관한 의견서 등이 함께 제출되어야 하므로 절차가 까다롭고 절차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비용 지출을 수반한다. 특히 시중 외국환은행의 담당자들의 플립 절차에 대한 이해나 업무처리 경험의 부족으로 심사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플립에 소요되는 기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외환 이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작성자 | 김성훈 변호사, 장건 변호사, 옥다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