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규제, 스타트업 위홈의 이야기
유일하게 내국인도 도시에서 공유 숙박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위홈’
여행을 가려고 할 때, 호텔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는가? 답은 ‘공유숙박’이다. 공유숙박이란, 주택의 빈 공간을 일정기간 게스트에게 빌려줌으로써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의 홈셰어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가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한국만이 도시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공유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어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자가 외국인에게 도시에서 공유 숙박을 제공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내국인은 농어촌 지역에서의 숙박 혹은 한옥체험을 위한 숙박 이외에 도시에서 공유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당신이 안심하고 서울에서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위홈(wehome)’이다. 위홈은 현재 국내에서 불법으로 되어 있는 내국인 대상의 도시민박업을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공유 숙박 플랫폼이다.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국내에서 도심형 공유숙박을 제공할 수 있는 1호 업체가 되었다.
2019년 11월 28일 ICT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위홈의 경우, 서울 지하철역 인근 1km의 주택만 호스트로 등록할 수 있다는 부가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2022년 7월에 만료 예정이었던 실증특례가 2024년 7월까지로 2년 연장되면서 거리 제한 없이 서울시 전역의 주택이 합법적인 공유숙박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조건이 완화되었다. 다만 호스트별 ‘연간 180 일’만 내국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조건은 붙어있다.
서울 전역으로의 서비스 확대, 과연 규제 ‘완화’인가
“과거에는 (서울) 지하철역 1km 제한 있었는데, 이번에 ‘서울지역’으로 (조건을) 정하면서 1km 거리 제한을 풀어줬다. 제한을 풀어준 이유는 모른다.”
2022년 7월, 스타트업포레스트는 (주)위홈(이하 ‘위홈’) 조상구 대표와 2년 실증특례 연장과 기타 조건 변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상구 대표는 “표면상으로는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로 오히려 범위를 제한한 것.”이라며 숙박 범위에 대한 조건 완화가 사실상 또 하나의 제한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조건 변경에 대해 ICT규제샌드박스 담당자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담당자는 “위홈 건은 코로나 발발의 특수성이 있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부가조건의 조정과 완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부처와 전반적이고 총체적인 논의를 진행해 부가조건이 조정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위홈은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머물 수 있는 임시 숙소를 제공하면서 2021년 월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그러나 위홈은 이런 정부의 입장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표했다. 위홈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완화된 규제를 받고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인데, 실상은 오히려 미등록 불법 사업자들이나, 암암리에 내국인 도시 공유숙박을 제공해 논란이 되었던 외국 업체들(에어비앤비 등)에 비해 더 규제만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런 상황을 규제샌드박스가 아니라 ‘규제 콘크리트 박스’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말처럼 오히려 미등록 공유숙박업자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위생과 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채 (규제샌드박스에 붙은 부가조건과 무관하게)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규제샌드박스가 생산해 낸 규제 역차별에 대해 관계부처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위홈에 붙은 여러 부가조건이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지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특히 조 대표는 ‘내국인 공유숙박을 연 180일만 제공’하라는 조건에 대해 반발했다. 조 대표는 ‘숙박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공유숙박에 대하여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1년 중 절반만 장사하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소관부처가 실사를 통해 위와 같은 조건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ICT규제샌드박스 담당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서 ICT 규제샌드박스를 관리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승인이 완료되면 관리주체는 과기부이지만, 실제 숙박업을 관장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이기 때문에 문체부에서 부가조건을 설정한 것이고, 상호 협의도 같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업무처리 과정에서는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로 샌드박스 부가조건에 대한 소통 자체가 어려웠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실증특례 승인 과정에서도 절차 지연으로 어려움 겪어
💡 위홈 규제샌드박스 타임라인
2019.4. 준비시작(서류준비, 숙박업중앙회 미팅 등)
2019.8. ~ 9. ICT규제샌드박스 신청
2019. 11. 28. 실증특례
2020. 3. 서비스 준비
2020. 4. 현장점검(보험문제 발생)
2020. 7. 15. 사업시작
ICT규제샌드박스 신청 전까지 약 5개월 간의 준비과정을 가진 위홈은 변호사와 함께 실증특례를 위한 사업계획서와 법적 서류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숙박업 중앙회와 미팅하는 과정도 이 시기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실증특례로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위홈의 본격적 사업 시작은 8개월 뒤인 2020년 7월에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보험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조 대표는 “(부처에서) 대뜸 호스트들에 대한 산재보험을 요구했다. 애초에 보험사 상품에도 없는 걸 요구해 모든 보험사에 연락했지만 보험사 역시 협조가 안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당 문제는 결국 예외조항을 통해 해결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 부처가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면서 절차가 무한정 지연되었고, 사업 개시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인터뷰에서 조 대표는 청와대와 국회에 까지 적극적으로 연락해 보험위원회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4개월이나 지나 절차가 진행되었던 일화를 말하였다).
위홈 측은 2019년 초경 나이파(NI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먼저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위홈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후 발생한 보험 문제에서 문체부와 과기부가 서로 자신의 책임을 미루려는 모습만을 보였고, 그 결과 위홈은 사업 연기로 인한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21세기 쇄국정책 같은 현행 규제..”,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위홈의 조상구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아이템은 규제가 있어서 어렵지 않느냐.”는 대화를 자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규제가 많기 때문이란다. 신사업을 기획할 때 사업자로서 사업의 긍정적 효과와 부가가치 창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규제가 사업 운영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부터 걱정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조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현 규제정책은 ’21세기의 쇄국정책’과 같다며, 규제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당장 위홈과 같은 서비스가 모두 합법화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일까. 특히 에어비앤비라는 막강한 글로벌 업체가 있는 만큼, 지금 당장 합법화가 되면 오히려 그들의 영향력이 시장을 지배하지 않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에 관해 조 대표는 “에어비앤비를 뒤따르는 2등이 없는 걸 보면 (공유숙박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고 말하면서도 위홈이 규제샌드박스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규제샌드박스의 지금과 같은 보호가 오래 가기를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규제가 아닌 서비스 퀄리티로 에어비앤비에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거나, 설사 위홈이 규제샌드박스의 보호에서 벗어나 막강한 경쟁 업체와 겨루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당장의 혁신과 창의적 사고를 억제하는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취지를 긍정하면서도 “규제를 아예 풀 생각을 해야지, (부가조건을 두고) 제한적으로 풀어준다는 생각은 여전히 문제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유숙박’은 사회적 문제인 주거 문제 해결의 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도시 공유숙박으로 인해 예상되는 기존 숙박 산업에의 피해와 이에 대한 지원책 등을 지속해서 마련해 왔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여전히 규제에 막혀 정체 상태이다. 규제샌드박스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부처는 법령 해석과 법 제도 개선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