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과 플립 (上)

대한민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진출”이란 시장 진입, 인재영입, 법인 설립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의 의미와 해외 진출 형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후, 플립의 절차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진행해보고자 한다.

해외진출의 목적과 형태

해외진출 목적

해외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먼저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 필요한 ‘해외진출’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해당 기업이 해외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나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인지, 해외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의미인지,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한다는 의미인지, 또는 이 모든 것을 다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해외진출 의미와 목적에 따라 해외진출 형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외 투자자로부터의 투자 유치 목적 없이 단순히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들여서 플립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Entity가 필요하다면 자회사를 설립하면 되고, 심지어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일정한 절차만 거치면 한국 기업의 지사로서 영업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각 Entity의 특징에 따라 법적인 효과가 달라지는 면이 있는데, 이는 다음에서 다루겠다.

해외 진출의 형태: Entity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면 법인 설립부터 고민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법인 설립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비용도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앞서 언급한 대로 어떤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따른 의사결정이다. 이때 고민해 볼 수 있는 Entity의 형태는 크게 3가지가 있다(온라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아예 Entity의 설립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이는 논외로 하겠다).

1. 자회사 (Subsidiary)

자회사는 한국 회사가 50% 이상의 주식을 가지는 별도의 법인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한국 회사와 법적으로 책임이 분리된다는 의미다. 즉, 자회사는 한국 본사와 별개로 정관, 주주총회, 이사회 등을 갖춘 별도의 법인격을 갖추게 되고 자회사가 맺는 여러 법률 관계는 자회사가 책임을 지게 될 뿐 원칙적으로 한국 본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회사는 주주가 한국 회사일 뿐 그 나라의 법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은행계좌를 열고 사무실을 임대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체류신분 즉 비자(Visa)와 관련된 이슈는 별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 지사 (Branch)

지사는 별도의 법인이 아니라 한국 본사의 사무소 개념으로, 한국 본사와 법적 책임을 같이 한다. 법적 책임을 같이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지사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소송의 당사자가 지사가 아니라 한국 본사가 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지사라고 하더라도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나 주 정부에 등록을 한다면 자회사처럼 은행계좌를 열 수 있고 사무실을 임대하거나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즉, 법적 책임 유무가 자회사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것이다.

3. 플립 (Flip)

끝으로 플립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이하에서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플립의 정의와 이유

플립의 정의

플립(Flip)은 “뒤집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기업의 플립은 쉽게 말해 국내 회사의 본사를 외국회사로 바꾸는 걸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외국법인이 기존의 한국법인을 자회사의 형태로 지배하도록 지배구조를 전환하거나 아예 외국법인만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플립의 이유

플립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 VC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당연하지만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또는 회수할 때 법적인 리스크가 생기는 것을 싫어한다. 한국 상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VC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 부담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일이다. 이에 피투자사들은 해외 투자자의 심적, 법적 장벽을 줄이기 위해 플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서 더 나아가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플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인재 유치의 측면에서 플립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VC와 마찬가지로, 해외의 유능한 인재들은 한국 상법이나 한국 회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받을 때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 현지 고객이나 현지의 거래처들과의 계약에 있어서 해외 법인이 존재한다면 신뢰를 얻기 좋고, 신속한 계약 처리 및 송금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플립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점은 꼭 플립이 아니더라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플립을 해야만 해외진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에 법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지에 외국법인으로 등록해서 현지 고객들과 계약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플립이 아니라 자회사만 설립하더라도 그러한 목적은 충분히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플립을 하는 진짜 이유는 투자금 유치와 인재 유치, 더 정확히는 투자금 유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 다음 하편에서 플립의 절차를 살펴보고, 플립 진행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들을 마주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작성 | 장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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