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K-치킨, 전 세계를 누비다

‘두 유 노 김치(Do you know Kimchi?)?’ 대신 ‘두 유 노 코리안 치킨(Do you know Korean Chicken)?’의 시대가 왔을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식 취식 경험자의 최선호 메뉴는 ‘한국식 치킨'(16.5%)이다. 치킨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최선호 한식 메뉴 1위에 올랐다. 한국인 입장에선 치킨을 전통적인 한식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국제적으로는 한식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치킨 시장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한식 음식점’ 다음으로 많은 2만9348개에 달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치킨 업계는 다양한 메뉴와 높은 수준의 맛을 제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물론, 치밀한 전략없이 무작정 진출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예컨대 롯데리아는 상당히 이른 1993년에 중국으로 진출했지만, 손실만 안고 5년 뒤에 철수했다. 중국인 입맛에 맞춰 기존 메뉴를 개선하고, 중국 매장 전용 신메뉴까지 선보인 경쟁업체 KFC와 달리 현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적절한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2010년대부터 세계 곳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기업들은 어떤 현지화 전략을 펼쳤는지 살펴보았다.

1. 조각 단위 판매 및 한식 메뉴 추가

많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치킨을 보통 ‘마리’ 단위로 판매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조각’ 단위 판매가 일반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일 KFC도 조각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해외 지점에서는 조각 단위를 도입했다. BBQ의 경우, 한국에서는 ‘황금 올리브 치킨’이 한 마리에 2만3000원이다. 미국 지점에서는 같은 메뉴를 8조각에 18.99달러(약 2만 5300원), 16조각에 35.99 달러(약 4만 8000원), 24조각에 49.99 달러(약 6만 6600원)로 판매하고 있다. 보통 한국의 ‘1마리’와 해외의 ‘8조각’이 동일시된다고 볼 수 있다.

위치 BBQ 국내 지점
(한 마리)
BBQ 미국 지점
(8조각)
KFC 미국 지점
(8조각)
가격 2만 3000원 18.99 달러
(약 2만 5300원)
28.79 달러
(약 3만 8200원)

 

또한 우리나라 치킨집은 보통 치킨이 메인 메뉴이고, 사이드도 치킨과 어울리는 메뉴가 대다수다. 하지만 해외 지점에선 치킨뿐만 아니라 떡볶이, 비빔밥 등 다양한 한식을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치킨 요리를 먹을 때, 다른 요리를 곁들여 먹는 현지 식습관을 반영한 모습이다.

치킨과 함께 제공되는 한식 메뉴 (출처 = BHC, BBQ)

2. 신메뉴 출시

현지 입맛을 고려한 신메뉴 개발에 나선 기업도 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현지인 니즈에 맞는 제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굽네치킨이다. 굽네치킨은 2018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오픈해 첫 발을 내딛었다. 현재 셀랑고르, 푸트라자야, 케다 등에서 7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굽네치킨은 지난 8월, ‘페퍼 크리스피 치킨 삼발 소스’라는 신메뉴를 출시했다. 동남아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삼발 소스를 사용하여 현지인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갔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맞춤형 신메뉴를 출시했다. 베트남은 고기에 밥과 야채를 곁들여 먹는 식문화를 가졌다. 이에 맞춰 개발한 ‘치킨 라이스 메뉴’는 현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롯데리아 베트남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출처 = 굽네치킨, 롯데리아)

3. 사이드 메뉴 선택의 다양성

최근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교촌치킨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총 7개국에서 7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매장의 운영 정책에 주목할 만하다.

두바이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외국인인 동시에, 여행 방문객이 많은 관광 대도시이다. 교촌 치킨은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모여있는 특성을 반영해 세트 메뉴를 주문할 때, 사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인이 선호할 볶음밥, 서양인을 위한 웨지감자, 야채가 필요한 고객을 위한 샐러드 등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철저한 현지 시장 조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교촌치킨의 두바이 매장 모습 (출처 = 교촌치킨)

4. 차별화된 소스 및 메뉴 연구

미국 식품전문지 ‘잇디스낫댓(Eat this, not that)’에서 BBQ, BHC, 교촌 치킨 등을 제치고 최고의 한국식 치킨’으로 소개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있다. 정작 우리나라에는 가맹점이 하나(해운대)뿐이라서 생소한 이 브랜드는 바로 ‘본촌치킨’이다.

(관련 기사 = 10 Restaurant Chains That Serve the Best Korean Fried Chicken [Eat this, not that!])

지금까지 소개한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했다면, 본촌 치킨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노렸다. 특히 ‘소스’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본촌치킨은 2006년 뉴욕에 1호점을 개점한 이후, 3년 간 현지인 입맛에 맞춘 소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서진덕 대표는 창업 초창기 소스 납품 매장을 직접 방문하여 소스가 제대로 공급되었는지, 소스를 그대로 사용하는지, 사람들이 어떤 소스를 선호하는지 파악하는데 전념했다고 밝혔다. 현지 시장 선호도를 조사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낸 소스는 본촌치킨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요리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 학교’와 계약을 맺고 메뉴를 공동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그렇게 나온 메뉴가 매콤한 핫소스를 추가한 치킨 립아이 미니버거, 돈가스 소스를 발효된 빵에 묻히고 두꺼운 삼겹살을 올린 포크 번 등이다.

(출처 = 본촌치킨)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운 K-치킨은 곳곳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BHC의 2023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20억 2200만원을 돌파했다. BBQ 또한 2023년 해외 47개국 700여개 매장에서 소비자 매출 3000억원, 해외 법인 매출 1100억원으로 글로벌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세웠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치킨 브랜드가 진출한 지역은 아시아, 중동, 북미에 편중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유럽은 대다수 국가가 자국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해외 식품 수입 규제도 강력해서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이 유럽에 조금씩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2020년, BBQ가 한국 식품 프랜차이즈 중에선 처음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지점을 열었다. 뒤이어 2023년 3월, 본촌치킨도 프랑스 파리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BBQ가 2023년에 코스타리카, 파나마 매장을 개점하는 등 남미 지역 개척도 본격화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해외 진출을 노림에 따라 더욱 다채로운 형태의 한국식 치킨이 세계 곳곳에 등장할 전망이다.

인턴 기자 김성희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기사로써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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