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노년을 향한 기술의 동행, CES에서 만난 에이지테크

여성 90.7세, 남성 86.3세. 보험개발원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측정해 올해 1월에 발표한 평균수명이다. 한국 여성 평균 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넘은 지금, 어르신에게 드리는 “장수하세요”라는 인사는 소망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사 역시 바뀌었다. “장수하세요”에서 “무병장수”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품격 있는 노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이지테크(AgeTech)’는 고령자의 건강, 일상생활의 안전, 사회적 연결, 이동성, 여가, 노동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총칭한다. 신체적 건강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과거와 달리 정신적, 사회적 건강으로도 시야가 확대되고 있다. 고립되지 않고 사회적 존재로서 역할하며, 적절한 여가와 노동을 가지는 주체적 인격으로서의 노년으로 에이지테크의 관심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기반에는 에이지테크의 전통적 영역인 신체적 건강의 측정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신체적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신적ㆍ사회적 건강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프론티어가 CES 2024에서 만난 에이지테크 부스들에서도 신체적 건강을 기반으로 한 정신적, 사회적 건강으로의 범위의 확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스들을 소개한다.

전미은퇴자협회(AARP), 집에서 노년을 누리는 기쁨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미국의 고령자를 위한 메디케어나 사회보장 등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을 이끄는 비영리단체이다. 작년 CES 2023에서도 당당하고 멋진 주체로서 노년이라는 컨셉을 제시한 AARP는 금번 CES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CES 2024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삼성전자와 함께 에이지테크 전시관을 개설하고 AARP와 협업하는 10곳의 에이지테크 스타트업 부스를 마련한 것이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이라는 테마로 꾸린 금번 전시를 통해 행복하고 품격 있는 노년을 위해 에이지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였다고 평가받는다.

Tembo.Health, 병원에 가지 않고도 내 몸을 알 수 있도록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에 관한 관심 역시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 의료기관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원격의료 기술이 대두되기도 했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이 축소되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Tembo.Health는 원격의료, 특히 치매 환자들을 위한 건강관리ㆍ원격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embo.Health는 개인화된 모니터링 서비스와 검진 디바이스를 통해 병원에 자주 방문하지 않고도 환자들의 건강을 피드백하고, 약을 처방하는 원격의료 솔루션을 제시한다. 사전 관리를 통하여 치매 환자들이 응급실에 갈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는 걸 막아주는 것에 초점이다. 중증 치매의 경우 만성 질환 관리가 어려워 병원에서 삶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병원에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건강 상태를 트래킹해 만성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 Tembo.Health의 목적이다.

옐로시스ㆍ비마인드, 화장실에서 측정하는 몸 건강과 마음 건강

<사진=프론티어>
<사진=Baracoda>

아무리 측정 도구가 정확하다 하더라도 침습적이거나 사용이 불편할 경우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옐로시스는 매일 아침 소변을 통해, 비마인드는 얼굴 모습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측정한다.

옐로시스의 소변 측정 솔루션 매일 아침 소변을 통해 잠혈, PH, 단백질, 포도당, 케톤뇨 수치 등을 측정하여 정상 수치와 얼마나 벗어났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격의료 솔루션과 결합될 경우 해당 수치를 통한 질병의 진단과 처치가 가능해지고, 건강상태가 지속적으로 트래킹되어 만성질환 관리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마인드는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사용자의 모습을 통해 스트레스 상태를 진단한다. 특히 노년기의 경우 신체운동과 사회적 활동의 저하로 정신적 건강도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바라보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확인하고, 주의할 요소가 있는 경우 정신과적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고, 세수를 하는 아침 일과만으로도 노년기 자신의 건강을 트래킹하고, 원격의료로까지 연결되는 삶. 에이지테크가 꿈꾸는 미래의 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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