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있는 신념으로 학생 창업 생태계를 이끌다 : 소브먼트 이윤지 대표

창업센터의 본질은 ‘선순환’이다. 다방면으로 지원해서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그 기업이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에 도움을 주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1998년, 창업보육센터로 시작한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도 이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면서 2019년부터 회수한 투자금만 72.5억에 달한다. 2024년 9월에 개최한 ‘2024 연세 스타트업 리유니온(Yonsei Start-up Reunion)’은 연세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크게 성장했고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

여기,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선순환 창업 생태계 안에서 최고의 스마트 시티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 21학번에 재학 중인 이윤지 대표의 ‘소브먼트(Sovement)’다. 소브먼트는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담배꽁초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기업이다. 올해에는 삼성, LG 등 굵직한 대기업과 함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윤지 대표는 10대 시절부터 창업에 뛰어들어 대학 재학 중인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대학 초기 창업팀의 성장을 돕고자 비슷한 연세대 창업가들과 액셀레이터 ‘연세벤처스(Y-Ventures)’를 세운 학생 창업 생태계의 선도자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이윤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공 = 이윤지 대표)

“창업이란 유형의 가치를 무형의 제품에 담는 것”

Q. 창업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제 처음으로 창업을 시작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게 이어져 지금 생활디자인을 본전공으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첫 사업은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예요. 중학생 때 제가 만든 머천다이즈를 SNS에 올렸더니, 우연한 기회로 해외 쪽에 바이럴이 되어 중국,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수출할 수 있었어요. 지구 반대편 사람이 내가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가슴 뛰는 경험이었죠.

그 외에도 강릉산불 소방장갑 기부 프로젝트, 개발도상국 양치 교육 제품 판매, 점자 팔찌 판매 및 기부 프로젝트 등 펀딩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제가 만든 아이템을 판매해 왔어요. 이런 경험들로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제품에 담아내는 창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제공 = 이윤지 대표)
Q. 소브먼트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소브먼트는 ‘IoT 기반 담배꽁초 관리 솔루션’입니다. IoT 센서가 달린 수거함, 여러 대의 수거함을 관제하는 시스템, 내부에 설치되어서 화재를 조기에 방지해 주는 자동 소화 장치 등 총 세 가지 스트럭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거함을 일일히 확인하는 담배꽁초 수거에서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국내에서 하루 평균 17건 발생하는 담배꽁초 화재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와 카이스트 출신 엔지니어 3명, 운영 1명, 대표인 저까지 구성원은 5명입니다. B2C와 B2B 형태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 공기업 공단과 경기도 북부 공장 지역, 쇼핑몰 등에 총 30~50대를 설치해서 운영 중입니다. 놀이공원, 강남 지자체와도 설치 협의 중이고요.

소브먼트의 담배꽁초 관리 솔루션 (출처 = 소브먼트)
Q. 소브먼트는 처음엔 대외활동으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외활동을 창업으로 연결시킨 계기는 무엇인가요?

소브먼트는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과 SK행복나눔재단 소셜비즈니스 동아리 ‘루키(LOOKIE)’활동으로 시작됐습니다.

제가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담배꽁초 솔루션’이라는 비즈니스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특별하면, 그 자체로 사업이 경쟁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흡연자는 990만 명이고, 세계로 보면 10억 명입니다. 국내에서 매일 발생하는 담배꽁초만 1200만개 정도 되죠. 이렇게 엄청난 폐기물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관제하는 솔루션은 저희가 글로벌 최초입니다. 대학생 스타트업인데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창업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동기에 있는데요. 이 사업 아이템을 보여줬을 때, 보수적으로 보는 어른이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편견 어린 시선이 있었죠. 저는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소셜, 지속 가능한 발전 분야에서의 창업을 꼭 해내고 싶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아무래도 돈만 보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가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지금 이 젊은 나이에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공간, 네트워킹, 사업비, 특허 등의 지원으로 성장

Q. 창업 초기에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은 무엇이 있나요?

먼저 한국기상산업기술원과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이 개소한 ‘기상기업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하여 공간 지원을 받았고요. 입주 기업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후에도 네트워킹 행사, 사업비, 특허 출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신촌역 지하철 광고 설치에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개인적으로 받고 있는 도움도 있습니다. 현재 재학생으로서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면서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창업지원단을 통한 학점 인정입니다. 창업 현장 실습 과목과 사업 실적 보고서를 통해 학점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제공 = 이윤지 대표)
Q. 창업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은 사실 매일매일이 어려운데요(웃음). 사업적인 측면에서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소브먼트는 처음에는 흡연 구역을 알려주는 ‘여기담’이라는 B2C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담배꽁초 솔루션은 신사업으로 추가했다가 볼륨이 더 커진 것이죠. 원래는 서비스 개발, 디자인, 기획 쪽 일을 하다가 테크 중심 사업을 하다보니 경험이 없었어서 초기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저작권 관련 어려움인데요. IR이나 관련 대회를 나가다보면, 사업 구조가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저작권 보호가 중요한데, 초기에는 특허 및 IP 관리가 막막했었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과 지원으로 잘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공 = 이윤지 대표)

앞으로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회적 가치 창출

Q. 소브먼트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1차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겁니다. 올해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독일 베를린 IFA 2024에 참가하면서 해외 접점이 많아졌습니다. 독일,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세계 각지 바이어가 소브먼트 솔루션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현재 35만 달러, 한화로 4~5억 정도 되는 계약을 진행 중입니다. 현지 컨트롤이 가능한 독일 지자체와 영국 공항 등 유럽 위주로 수출 협의 중입니다.

또 다른 목표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측면에 있습니다. 저희 서비스는 노동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도 맞지만, 환경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창출되느냐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SDGs 목표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도시 형성’을 달성하는 것이 저희 사업을 구성하는 큰 축입니다. 이를 산술적으로 잘 표현하는 방향으로 내부 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 가서 임팩트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저희 서비스의 가치 창출, 사회 혁신적 측면을 더욱 더 홍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FA 2024에 참여한 이윤지 대표 (제공 = 이윤지 대표)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

Q. 학생 창업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 있을까요?

장점은 당연히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시기이기에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다는 점이겠고요. 단점은 아무래도 경험 부족 같습니다. 기술 창업 특성 상 대회를 나가거나 네트워킹 자리를 가게 되는데요. 교수님 주축의 실험실 창업이거나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에서 근무했다가 창업하신 분이 많았어요.

항상 저희가 제일 어렸기에 경험 차이에서 나오는 갭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 알고, 적절한 도움을 적시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로서 메타 인지를 발휘하는 것이죠.

감사하게도 항상 투자, 법률, 기술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세대학교 내 네트워크가 잘 마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경험이 쌓인 다른 기업보다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해서, 빠르게 고치는 겁니다. 이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학생 창업가 양성을 위해 창업지원단 측에서 더 힘써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너무 많이 고생하고 계세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낌 없이 지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창진단에서 관할하고 있는 분야로 학부생 창업, 대학원 창업, 실험실 창업, 교원 창업 등이 있는데, 그 중 학부생 창업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제가 학부생으로 입주해있다 보니 학부생 커리큘럼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더불어서 이 창업 분야 구분이 조금 더 명확해질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대회를 준비하다가 나중에서야 대학원생 대상 대회란 사실을 알게 된 제 지인의 사례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창업 상담 창구와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조금 더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입주한 경우에는 문의 메일을 쓰거나 하면 되지만, 아예 접점이 없는 학생들은 창업 관련 어려움을 겪을 때, 바로 관련된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처럼 다양한 지원을 해 주시되 조금만 보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공 = 이윤지 대표)
Q.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이 창업 적기니까 당장 시작하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 금리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어려운 점은 있으니까요.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으면, 일단 한 번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도 인턴, 대회, 대외활동 등을 모두 해 봤지만 창업만큼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성과를 내서 보람을 느끼는 경험은 없었습니다.

더불어 이렇게 창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는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업 초기에는 좋게 말하면 조언, 나쁘게 말하면 까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말을 들어도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동시에 그 신념에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내가 유저를 만나 인터뷰해 봤더니 필요한 서비스라고 했다’, 혹은 ‘테스트해 봤는데 데이터가 말해주더라’처럼 명확한 근거가 있으면 신념은 저절로 따라올 겁니다. 소브먼트도 이 신념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중입니다.

인턴 기자 김성희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기사로써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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