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현재로, 초개인화 뷰티테크

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즉석에서 만들어낸 로션을 바른다. 오늘 의상에 딱 맞는 입술 색을 가상 필터를 사용해 고른다. 피부과에 가지 않고 방 안에서 피부 집중 관리를 받는다. 뷰티 테크가 깊숙히 들어온 일상 속 어느 날의 모습이다.

더이상 머나먼 미래가 아니다. 현재 산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뷰티 테크의 핵심은 ‘초개인화’이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홈 케어까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제품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K뷰티’로 각광받고 있는 한국 뷰티 테크 기업들은 이 초개인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스킨케어

인스타그램에서 ‘koreanskincare’를 검색하면 게시물 321만개가 나온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결점없는 피부와 스킨케어 루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스킨케어에 기술이 접목된 모습은 어떨까?

‘릴리커버’의 안선희 대표는 개개인의 피부 타입은 각각 다른데, 모두 같은 공산품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릴리커버의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발란스(BALANX)’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피부 진단부터 솔루션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이다. 피부 진단부터 화장품 제조까지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발란스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저마다 다른 피부 성격을 40가지의 MBTI로 정의했다. 소비자는 간편 설문을 통해 피부 MBTI를 파악하고, 그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25000여 개 조합 중 자신에게 최적화된 화장품 조제 레시피를 제시한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설문에 참여해 보았다. 피부 MBTI는 PBFA형으로 나왔고, 헤비 제형의 베이스 타입, 평균 오일량, 트러블 보습 성분의 스킨 토너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릴리커버의 피부 진단 (출처 = 릴리커버)

이렇게 진단, 결과분석, 레시피 매칭 단계를 거쳐 소비자가 화장품을 주문하면 조제에 들어간다. 조제에는 특허 받은 맞춤형 화장품 조제 로봇 ‘에니마(ENIMA)’를 이용한다. 에니마는 주문과 동시에 즉석 맞춤형 화장품을 정량적으로 생산 가능한 조제 시스템이다. 로봇을 이용해 제조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IoT 시스템을 통해 정량토출이 가능하며 플라즈마 살균 소독 항온/항습 시스템으로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한다.

릴리커버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B2B 뷰티 전시회에 참가해 중동 진출에 박차를 가했고,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서는 튀르키예의 화장품 제조기업인 더 모시(The Mossi)사와 150만 달러(약 20억 9700만원)의 수출계약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K-뷰티테크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 시스템 ‘에니마’ (출처 = 릴리커버)

또 다른 뷰티테크 기업 ‘BSG 코스메틱’은 초개인화 마스크팩을 선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마스크팩 수출 실적은 총 1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6% 증가했다. 마스크팩은 한국에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이 대량구매하는 ‘사재기템’ 중 하나이다.

BGS코스메틱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 진출한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대표 상품은 프리미엄 마스크팩 제조기 ‘스킨 젤 메이커’이다. 개인 피부컨디션에 맞는 맞춤형 기능성 고보습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즉시 만들어준다. 기능성 앰플을 선택해 기기에 넣으면 2분 만에 마스크팩이 완성된다. 피부과, 화상 전문병원 성형외과, 피부관리샵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소용과 가정용 등 2종으로 출시됐다. ‘스킨 젤 메이커’ 전용 앰플은 총 20여 종으로 미백, 주름개선, 피부결 개선, 항산화, 여드름 개선, 노폐물 배출, 멜라닌 억제, 홍조 개선 등 피부 상태에 맞는 원료를 고를 수 있다.

‘스킨 젤 메이커’ (출처 = BSG 코스메틱)

메이크업

2024년,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 ‘CES’에서 사상 처음으로 뷰티 기업인 로레알 그룹이 기조 연설을 맡으며 뷰티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의 선두주자인 로레알은 뷰티 브랜드 ‘입생로랑 뷰티’를 통해 스마트 틴트 디바이스 ‘루즈 쉬르 메쥬르’를 선보이며 립스틱 계의 혁신을 일으킨 바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 기기인 루즈 쉬르 메쥬르는 뷰티 덕후들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주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가상 필터로 체험하고, 마음에 드는 색상을 촬영해 그 색상과 완벽히 일치하는 립 컬러를 뽑아낸다. 그리고 기기를 통해 원하는 색상을 실제 립 제품으로 구현해낸다. 간단히 말하면, ‘립 제품의 컬러 프린터기’라고 할 수 있다. 메이크업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는 초개인화 뷰티 경험이 가능해졌다.

(출처 = 입생로랑)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테크 기반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TONEWORK)’도 같은 비전을 가졌다. 2023년 1월, 아모레퍼시픽은 톤워크에 적용된 맞춤형 메이크업 조제 기술로 ‘CES 2023’에서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모두 다른 피부 색을 가졌는데, 17호, 21호, 23호 등으로 획일화된 파운데이션 컬러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이어 5월에 론칭한 톤워크는 전 세계인의 피부톤을 연구해 0.5 호까지 세분화 된 205가지 세이드를 제공한다.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톤워크 스토어에 방문하면 AI 기술이 탑재된 피부측정기를로 자신의 피부톤을 1분 만에 진단할 수 있다. 본사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톤워크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에 사용하던 베이스 제품을 입력해 AI의 자동 매칭컬러 추천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제품과의 컬러 일치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톤워크)

MZ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퍼스널컬러’를 AI로 구현한 기업도 있다. 디지털휴먼 스타트업 ‘앙트러리얼리티’가 그 주인공이다. 앙트러리얼리티의 ‘트위닛(twinit) AI 뷰티’는 스마트폰 3D 스캔으로 100가지 이상의 얼굴 데이터를 1분 내에 분석해 초개인화 매칭을 제공한다. 앙트러리얼리티 또한 AI 얼굴분석과 퍼스널컬러 솔루션으로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앱을 직접 사용해보니, 스마트폰 카페라로 내 얼굴을 촬영하자 자동으로 내 퍼스널 컬러와 어울리는 헤어 색상, 악세사리, 메이크업 제품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가상 필터를 통해 추천받은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체험도 가능했다.

트위닛의 퍼스널컬러 진단 (출처 = 트위닛)

홈 디바이스

홈 뷰티 디바이스(가정용 미용기기)는 뷰티 테크 시장에서 큰 파이를 차지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800억원이던 국내 가정용 미용기기 시장은 2023년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성장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코로나19를 계기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도 고품질의 피부 관리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 둘째,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이용 편의성이 뛰어나다. ‘울쎄라’, ‘인모드’ 등의 피부과 시술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꾸준히 병원을 찾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셋째,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며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홈 디바이스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을 소개한다.

2024년 1호 코스피 상장 기업 ‘에이피알’은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점유율의 3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2024년 1분기 매출액 1489억원 중 661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대표 글로벌 뷰티 테크 기업 중 한 곳이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부스터 프로’, ‘더마 EMS 샷’, ‘부스터 힐러’ 등 다양한 홈 뷰티 디바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메디큐브가 개발한 기술에는 피부 탄력의 지지대인 근막층부터 끌어올리는 마이크로 포커스 초음파, 진피층 3mm 깊이 침투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듀얼 튠 웨이브 등이 있다. 핵심 제품 ‘부스터 프로’는 위 기술들을 접목해서 한 기기로 피부 광채, 탄력, 모공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에이피알의 해외 진출 전략은 국가별 성격에 맞는 채널 진출과 탄탄한 고객층을 바탕으로 한 자사물 기반의 운영 전략이다. 현재 각 국 현지에서 자사물에 차별화된 혜택을 우선 제공하는 ‘자사몰 중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사몰 회원 수는 190만명을 훌쩍 넘겼다. 또한, 자체 생산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한다는 평가를 극복하고자, 최근 평택항 인근에 전문 생산 시설과 글로벌 물류 센터를 열었다. 다양한 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출처 = 메디큐브)

에이피알 이외에도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뷰티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디바이스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있다. 뷰티&헬스케어 기업 ‘셀리턴’은 문제성 피부 개선에 효과적인 ‘LED 마스크’를 주력 상품으로 한다. 2020년 12월부터 영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영국 유명 매거진 ‘엘르 UK’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2년 7월에는 첫 해외 지사를 일본에 설립하고, 백화점에 입점되는 등 일본 진출도 가속화했다. 미용·의료 융복합 분야 스타트업 ‘레지에나’는 고강도 집속초음파(HIFU) 디바이스 ‘코어쎄라’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진피층 깊숙히 초음파 에너지를 침투시켜 피부 속 탄력을 끌어올리는 원리이다. 코어쎄라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코어쎄라’ (출처 = 레지에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에 따르면, 뷰티테크 시장규모는 2023년 591억 4000만 달러(약 82조원)에서 연평균(CAGR) 14%씩 성장해 2028년에는 1161억 7000만 달러(1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커져가는 뷰티 테크 시장 속에서 또 어떤 초개인화 뷰티 테크가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인턴 기자 김성희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기사로써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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