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뷰티(K-beauty)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1년 수출액 91억 달러(약 13조 원)를 기록한 이후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지만, 2024년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돌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석한 무역통계진흥원의 ‘2024년 12월 (잠정)자료’에 따르면, 미국(19억 달러; 약 3조 원)은 2023년 대비 57%, 일본(10억 달러; 약 1조 5000억 원)은 29.2%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중국(24억 달러; 약 3조 5천억 원)에 이어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가파른 대미 수출 증가가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그런데 최근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의 화장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한국 화장품 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PFAS는 탄소와 플루오린(불소)이 결합한 인공 화합물로 열과 물, 기름에 모두 강한 내성을 가진다. 그동안 많은 국내외 화장품 제조업체가 방수 기능, 지속력, 발림성, 질감, 광택을 위해 화장품에 첨가했다. 특성상 ‘워터프루프’, ‘지속력’이 강조되는 마스카라,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아이라이너 등 제품군에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PFAS가 체내에 축적되어 간, 신장,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음용수, 식품 포장재, 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美 PFAS 규제 본격화··· 한국 화장품도 영향권에
2025년 1월 1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2022년에 발표한 ‘PFAS-Free 화장품법’(AB2771)을 시행했다. 이 법안은 ‘완전히 플루오린화된 탄소가 최소한 하나 이상 포함된 유기화합물’을 PFAS로 규정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 화합물을 첨가한 화장품의 제조, 판매, 배송, 보관 및 판매 제안을 금지했다.
2020년 9월 발표된 ‘독성 화학물질 첨가 금지법’(AB2762)도 2025년 1월 1일 부로 발효됐다. PFAS 13종을 포함한 수은, 포름알데히드 등 24개 물질의 화장품, 모발 제품 등 미용 제품 첨가를 금지했다.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주는 ‘안전한 음용수 및 독성물질 방지법’에 근거해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포함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강제한다. 유해 화학 물질 목록은 PFOA(Perfluorooctanoic acid), PFOS(Perfluorooctanesulfonic acid) 등 PFAS를 포함한다.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 채널 아마존에서 ‘Numbuzin No. 3 Cream’ 같은 키워드로 PFAS를 이용한 화장품을 검색하면, 캘리포니아 소비자를 위한 경고 문구가 표시된다.

FDA(미 식품의약국)는 화장품에 흔히 사용되는 PFAS 성분으로 다음과 같은 물질들을 지목했다.
– 퍼플루오로헥실에틸트라이에톡시실레인 (Perfluorohexylethyl Triethoxysilane) –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Polytetrafluoroethylene, PTFE) – 테트라데실아미노부티로일발릴아미노부티릭우레아트라이플루오로아세테이트 (Tetradecyl Aminobutyroylvalylaminobutyric Urea Trifluoroacetate, TAUT) – 트라이플루오로프로필사이클로테트라실록세인 (Trifluoropropyl Cyclotetrasiloxane) – 트라이플루오로프로필사이클로펜타실록세인 (Trifluoropropyl Cyclopentasiloxane) |
‘퍼플루오로헥실에틸트라이에톡시실레인’은 베이스 제품군(파운데이션, 쿠션 등)과 립 제품군(립스틱, 립틴트 등), PTFE는 아이 제품군(아이섀도, 마스카라 등)과 베이스 제품군, TAUT는 스킨 케어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한국 화장품은 특히 스킨케어 제품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TAUT 사용에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TAUT는 피부에 특별한 효과를 주기 위한 성분으로 세럼, 크림 등에 사용된다. ‘피부컨디셔닝제(기타)’로 분류되는 이 성분은 건조하거나 손상된 피부를 개선하고, 피부 탈락을 감소시키며 유연성을 회복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화장품 성분 분석 서비스 ‘화해’로 분석한 결과, 스킨케어 분야 66개 브랜드에서 출시한 129개 제품(2025년 3월 21일 기준)에서 해당 성분이 발견되었다. 국내 브랜드는 52개고, 그중 43개는 올리브영 글로벌 사이트와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확산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 대응은 여전히 ‘준비 중’
업계는 ‘PFAS-Free’ 화장품을 개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레알’, ‘에스티 로더’, ‘유니레버’, ‘크로다 뷰티’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 원료 개발 기업이 PFAS-Free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 제조업체 중에서 PFAS 사용 축소 계획을 밝힌 곳은 많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이 PFAS 사용을 금지하고 성분 개선에 나섰지만, 전체 업계 차원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여러 주에서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무독성 화장품법(HB 1047)에 따라 화장품에서 PFAS 사용을 금지했다. 콜로라도주 PFAS 화학물질 보호법(HB 22-1345), 미네소타주 PFAS 보호법(116.943), 메릴랜드주 PFAS 금지법(HB 643)도 마찬가지다. 조지아, 하와이,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뉴욕, 네바다,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등도 화장품 및 기타 개인 관리 제품의 PFAS 사용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
연방 차원에서도 미국 내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시행을 계기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FDA는 화장품에 첨가된 PFAS의 안전성을 평가해 2025년 12월 29일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2년 화장품 원료 안전기준 개정 당시, 해외 규제 동향을 바탕으로 PFAS 8종을 신규 금지 원료로 지정했다. 이어 2024년 5월,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규제하는 PFAS 12종에 대한 물질 정보와 동시 분석법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화장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퍼플루오로헥실에틸트라이에톡시실레인’, PTFE 등은 국내 화장품 금지 원료가 아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PFAS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다가는 한국 화장품은 국제 기준에서 점차 멀어질 수 있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