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 것이다(We will make America the undisputed Bitcoin superpower).”
지난3월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 서밋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 및 확대하도록 글로벌 금융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도 밝혔다.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서밋에서 처음으로 연설한 현직 미국 대통령이며,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행정 명령’에도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美 비트코인 전략,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NC문화재단에서 열린 ‘2025 미래탐험포럼 서울(미래탐험공동체 주최)’의 연사로 나선 이선민 크로스 앵글 총괄이사는 ‘백악관에서 열린 첫 크립토 서밋’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달라진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을 설명했다. 이 이사는 현재 블록체인 정보 포털 서비스 쟁글(xangle)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SK그룹에 신설된 블록체인 조직에서 블록체인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그룹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왜 미국이 비트코인에 주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우선 지정학적 관점을 언급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국 국채로 많이 보유한 중국이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국채를 쥐고 있는 대신 ‘금 사재기’에 열 올리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 달러 의존도를 벗어나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2020년부터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로 장악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통화 기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이사는 경제적 관점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가 내려갈 때 금이 오르듯, 비트코인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 내지 달러 가치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또한 비트코인도 금처럼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수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선민 이사)
이전 바이든 행정부는 암호화폐 규제를 진행한 탓에 관련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보유’하는 행정 명령 발표에 이어, 각종 법안을 통과시켜 가상화폐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 덕분에 가상화폐 세계는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99%가 달러연동형… ‘기축통화국 유지 위해서’
‘스테이블 코인’이란 영어 단어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의 의미처럼 ‘미국 달러’ 같은 특정 국가의 화폐 가치에 사실상 고정되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다. 가격이 널뛰는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보다 결제 수단으로 쓰기 좋다고 평가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테더(tether)’다. 테더의 4월 4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1,440억 달러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이다.

트럼프는 1월 17일 ‘트럼프 오피셜(trumph official)’을, 3월 27일에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liberityfinancial)’을 출시했다. 이들은 미국 국채, 달러, 기타 현금성 자산을 지원하고,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총 발행 예정량은 약 350만 달러(약 51억3310만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트럼프미디어 앤 테크놀로지그룹은 크립토닷컴과 협력해 가상자산 ETF 출시를 추진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왜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하는가. 이 이사는 중국의 계속되는 매도에 대응해 미 국채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미국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 활성화가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 중인 관련 법안에 포함된 ‘1:1 준비금 의무화 조항’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위해서는 동일한 가치의 달러를 구매하거나 예금해야 한다. 이로 인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확대될수록 자연스럽게 달러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여 최근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펀드 등 전통 금융 자산을 토큰화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면 24시간, 365일 내내 안정적으로 거래가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는 AI 봇끼리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금을 결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다소 아쉬운 상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이 이사는 미국, 중국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규제 프레임워크는 보통 혁신 촉진을 하고 나서 투자자 보호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 정부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보호 시스템 안정화 관련 법제 이후에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기조라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나오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해 원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 홍콩 등은 스테이블 코인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한 스텝 늦은 유럽도 미카법(MiCA: EU의 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으로 유로 스테이블 코인은 자유롭게 쓰되 미국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에 제한을 두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전략 자산 분배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선민 이사)
AI 시대 속 우리의 미래
이번 미래탐험포럼에는 이 이사를 비롯해 ▲장동선 뇌과학자 ▲전진수 전 SK텔레콤 부사장 ▲장진규 캠패노이드 랩스 의장 ▲김준환 헬스케어 이사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강성지 (주)웰트 대표이사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윤종영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미래탐험공동체(FES)는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생생하게, 법률 정보는 유익하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As a student at Yonsei University studying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 offer a fresh, relatable perspective on Silicon Valley startups. My goal is to make legal information beneficial and easy to under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