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서 발견한 ‘CES 2025’ 최고의 혁신 10선

CES 2025는 전년 대비 눈에 띄는 신기술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현장 곳곳에서 “혁신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과거처럼 압도적인 신제품이나 파격적 기술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로봇,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신기술이 여전히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CES 2025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10가지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엄선해 정리한다.

1. 씽크북 플러스 G6 롤러블(레노버)

레노버가 공개한 ‘씽크북 플러스 G6 롤러블(ThinkBook Plus Gen 6 Rollable)’은 세계 최초의 롤러블 노트북이다. 14인치 OLED 화면이 버튼을 누르거나 제스처 인식으로 16.7인치까지 확장된다. 화면이 위로 말려 올라가며 최대 50% 넓어진 작업 공간을 제공해 멀티태스킹과 문서 작업, 영상 시청 등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레노버는 설명했다. 단순한 화면 확장이 아닌 갤럭시 폴드나 플립처럼 화면을 위아래로 나눠서 다양한 멀티태스킹 작업을 할 수 있다. 120Hz에 DCI-P3를 100% 지원하는 등 화면 품질도 합격점을 받았다.

확장 시 보이는 미세한 화면 주름, 확장 동작의 소음과 속도는 아쉽다는 평을 받았고, 내구성(2만회 확장/수축 보증)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3,499달러(약 500만 원)라는 높은 가격이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노트북의 미래’라는 극찬을 받으며, CES 2025 최고의 혁신 제품 중 하나로 꼽혔다.

레노보 씽크북 플러스 G6 롤러블
레노보 씽크북 플러스 G6 롤러블 (출처=레노보)

2. 페이퍼 배터리(플린트)

싱가포르 스타트업 ‘플린트(Flint)’가 선보인 ‘페이퍼 배터리’는 ‘완전 퇴비화’라는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이름처럼 셀룰로오스로 만든 종이를 외장재로 사용한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기존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유해 광물 대신 아연, 망간 등 보다 친환경적인 소재와 수계 전해질로 제작한다. 사용 후에는 포장을 벗겨 햇빛에 노출하거나 흙에 묻으면 된다. 플린트 측은 6주 내에 완전히 분해되어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량과 수명이 60% 수준에 머문다는 사실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기술 검증과 장기 내구성 확보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충전이 가능한 데다가 잘라도 작동이 멈추지 않을 만큼 안전하다. 발화 위험도 없어서 CES 현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배터리’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 오브 CES’에 선정되었다.

플린트 페이퍼 배터리
플린트 페이퍼 배터리 (출처=플린트)

3. 허리근력보조 웨어러블 로봇(위드포스)

웨어러블 로봇은 그동안 CES에서 자주 보인 디바이스 중 하나다. 다만, 이번 CES 2025에선 프로토타입을 넘어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제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국내 업체 ‘위드포스’의 허리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M10)이다. 형상기억합금 스프링 구동기를 적용해 3.3kg 정도로 경량화를 실현했고, 최대 16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위드포스가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 중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지점은 백팩 형태로 착용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산업재해 예방 솔루션으로 국내외 많은 참관객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위드포스 웨어러블 로봇 설명문
위드포스 웨어러블 로봇 설명문 (출처=웨드포스)

4. AI 커피 머신(미하타마)

일본 스타트업 ‘미하타마(Mihatama)’가 선보인 ‘플레이버 크래프트 AI(Flavor Craft AI)’는 AI 기반 커피 블렌딩 머신이다. 이용자가 앱으로 산미, 바디감, 강도 등 5개 항목을 조정해서 원하는 맛을 선택하면, AI가 여러 종류의 원두를 정밀하게 계량해 블렌딩 원두를 만들어준다. 1025개에 달하는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미하타마 측에서 제시한 이 제품의 가격은 400달러(약 58만 원) 수준이다. 집에서 전문 바리스타급 블렌딩 원두를 즐길 수 있다는 호평과 함께, AI가 제안하는 조합이 기대에 그다지 부응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왔다. AI 추천이 반복될수록 개성 있는 조합보다는 일종의 할루시네이션이 나온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미하타마 AI 커피 머신
미하타마 AI 커피 머신 (출처=미하타마)

5. 자동 야구 타격 기계(제스트)

‘제스트(ZEST)’의 ‘오토벳(AUTOBAT)’은 세계 최초 자동 T-볼 연습 장치이다. 전기 제어 센서와 카운트 보드를 내장했고, 타격자의 신체 조건에 맞춰 타격 포인트 높낮이를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이미 많은 한국, 미국, 일본 야구팀이 사용 중이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참관객들이 현장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직접 테스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퍼펙션(PERFECTION)’은 스크린 야구 분석 시스템이다. 스크린 골프처럼 비전 센서를 활용해 타구 속도, 각도, 비거리, 타구 분포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 및 분석한다. 일반 트레이닝 모드뿐만 아니라 홈런 더비, 배틀존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해서 일반인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제스트 오토벳
제스트 오토벳 (출처=제스트)

6. 스마트 실내 가든(플랜타폼)

캐나다 기업 ‘플랜타폼(Plantaform)’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 실내 정원을 선보이며 CES 2025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나사(NASA)의 ‘포그포닉스(fogponics)’ 기술을 접목해 물과 영양분을 안개 형태로 뿌리까지 직접 전달해 생장 속도와 수확량을 높이면서도 물 사용량은 기존 수경재배 대비 최대 50%까지 줄였다. 모바일 앱으로 환경을 자동 관리하면서 최대 15개 식물 팟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세련된 디자인과 간편한 유지관리, 자가 청소 기능, 무농약 재배 등으로 호평받았다. 다만, 모든 식물이 동일한 주기로 자라기 때문에 수확 시기가 겹치고, 하단 물탱크를 관리하기 다소 번거롭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받았다. 가격은 499.99달러(약 72만 원)로 상당히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랜타폼 스마트 실내 가든
플랜타폼 스마트 실내 가든 (출처=플랜타폼)

7. BOP 버튼(BOP)

싱가포르 스타트업 ‘BOP’의 ‘BOP 버튼’은 고령자 가족을 위한 24시간 비상 알림 솔루션이다. 집안 어디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무선 버턴으로, 위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10초간 녹음된 음성이 가족과 BOP 센터로 전송된다.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시 신속하게 구급차 호출 등 후속대응에 나설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4G 네트워크 연결 및 방수 설계로 실내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고, 단순한 동작과 높은 신뢰성을 갖췄다는 장점을 어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만 2만 대 이상이 배포된 검증된 시스템이기도 하다. 기기 가격은 169싱가포르달러(약 18만 원), 서비스 이용료는 월 20싱가포르달러(약 2만 원)이다.

BOP 버튼
BOP 버튼 (출처=BOP)

8. 스마트 요람(엘비)

영국 스타트업 ‘엘비(Elvie)’는 ‘엘비 라이즈(Elvie Rise)’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흔들의자에서 요람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독특한 구조, 보호자가 흔들어준 패턴을 기록해 자동으로 반복하는 ‘수드루프(Sootheloop)’ 기술롸 관람객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소아과협회의 안전 수면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매트리스, 접이식 스트랩과 무선 충전 기능, 접이식 구조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서는 ‘육아 난도를 크게 줄여줄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799.99달러(약 115만 원)라는 가격은 신생아부터 생후 1년 이내라는 짧은 사용 기간을 감안하면 너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아기가 몸을 가누기 시작하면, 요람모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엘비 스마트 요람

9. 유니웨일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시리우센스)

‘시리우스센스(SiriuXense)’의 ‘유니웨일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UniWhale Smart Baby Monitor)’는 세계 최초 AI 기반 아기 모니터 장치다. 바이오 어쿠스틱 센서로 아기의 심박, 호흡, 체온 등 주요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AI로 실시간 분석해 예측형 안전 알림 및 맞춤 돌봄 정보를 제공한다. 울음소리와 움직임을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자장가 같은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나왔던 카메라나 웨어러블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돌봄장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비접촉, 비영상 기반 서비스라서 사생활 보호 및 보안에 신경썼다는 점도 호평받았다. 레이더, 음향 기반 센서의 안정성 및 정확도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리우센스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

10. 전신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위띵스)

‘위띵스(Withings)’의 전신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 ‘옴니아(Omnia)’는 베네티안 전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덕분에 행사 기간 내내 참관객이 끊이질 않았다. 옴니아는 풀사이즈 스마트 미러를 활용한 360도 스캐닝으로 주요 건강 지표를 한 번에 측정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필요시 원격의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선 ‘가정용 헬스케어의 청사진’이라는 호평과 함께 대형 거울을 설치할 공간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현실성이 지적받았다.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띵스는 AI 건강 코칭, 전문의 해석 같은 일부 기능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옴니아 전신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

더프론티어 편집팀장. 기획자, 편집자, 기자로 일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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