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공시와 기후리스크, 한인 비즈니스의 글로벌 생존 전략

‘2025 산업계 기후리스크 대응 세미나 및 비즈니스 밋업’ 현장

기후위기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지금, 한인 창업가와 글로벌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5월 20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주관한 ‘2025 산업계 기후리스크 대응 세미나 및 비즈니스 밋업’에서는 기후공시, 물리적 리스크, 그리고 첨단 기술 기반의 대응 전략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사회 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
한국사회 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촬영=이아림)
“기후공시, 이제는 선택이 아닌 의무”

포럼 1부에서는 한국사회투자포럼이 주도하는 ‘기후공시’와 ‘물리적 리스크’ 이슈가 집중 조명됐다. 김태한 수석은 “기후공시는 더 이상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려는 모든 기업, 특히 수출입 중심의 한인 비즈니스에게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기후공시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 기후변화 대응 전략 등 기후 관련 정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다. 최근 유럽연합(EU)의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4년 3월 최종 확정한 ‘기후 관련 공시 규정(Climate Disclosure Rule)’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기후공시가 법제화되고 있다.

미국 SEC의 기후공시 규정은 ①미국 내 상장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1, 2) ②기후변화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 ③기후 관련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연차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도 이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기후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글로벌 바이어와의 계약, 투자 유치, 심지어 금융 거래까지 직접적인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한국사회 투자포럼 김 수석)

기후공시의 핵심은 ‘물리적 리스크’ 관리이다. 물리적 리스크란, 폭염·홍수·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 피해(공장 가동 중단, 원자재 수급 차질 등)를 의미한다. 김 수석은 “기후리스크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생산, 유통, 재무 등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 리스크’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 기술과 혁신으로 대응하다”

2부에서는 국내외 스타트업과 기술기업들이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보였다. 각 기업은 데이터, 인공지능, 에너지, 지속가능성 등 자신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솔라미의 이정혁 대표.(촬영=이아림)
솔라미의 이정혁 대표.(촬영=이아림)

솔라미(2021년 설립, 발표: 이정혁 대표)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에너지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존 대형 발전소 중심의 태양광 시장과 달리, 소규모 사업장이나 주택 등 누구나 쉽게 태양광 설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모듈형 설치, 실시간 발전량 모니터링, 남는 전력 거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발표자로 나선 이정혁 대표는 “솔라미는 대기업 위주의 에너지 시장에서 지역사회와 개인이 주도하는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를 만든다”며 “에너지 자립과 탄소 저감, 지역 내 순환경제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기존 기업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컨트롤에프 김정호 이사. (촬영=이아림)
컨트롤에프 김정호 이사. (촬영=이아림)

컨트롤에프(2020년 설립, 발표: 김정호 이사)는 데이터 기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컨트롤에프는 기존의 수동적, 사후적 ESG 관리와 달리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 생산,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규제 변화나 이상 기후에 따른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경영진에게 알린다.

김정호 이사는 “컨트롤에프는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기업들이 ESG 공시와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이고 선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대시보드와 리포트를 제공한다”며 “기존 컨설팅 중심 시장과 달리 자동화·실시간·예측형 솔루션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LBS 테크 김태섭 실장.(촬영=이아림)
LBS 테크 김태섭 실장.(촬영=이아림)

엘비에스테크(2018년 설립, 발표: 김태섭 실장)는 위성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기후리스크 예측 및 관리 솔루션으로 2025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엘비에스테크는 위성·드론·IoT 센서 등 다양한 소스에서 기상·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실시간 분석해 특정 지역, 산업, 공급망의 기후리스크를 예측한다.

김태섭 실장은 “실시간 데이터 처리, 예측 정확도,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기상정보 기업과의 차별점”이라며 “이 솔루션을 통해 생산 일정 조정, 물류 경로 변경, 재고 관리 등 실질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JH 서스테인의 김지현 대표.
JH 서스테인의 박지현 대표.(촬영=이아림)

제이에이치 서스테인(2019년 설립, 발표: 박지현 대표)은 지속가능한 소재와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이다. 박지현 대표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 기업과 달리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 중심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이에이치 서스테인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핵심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있다.
동남아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지역이다.

제이에이치 서스테인은 현지 기업 및 정부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폐플라스틱, 바이오매스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공급하고, 산업용 포장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동남아 현지 시장에 맞춰 개발·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동남아 각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 글로벌 브랜드의 현지 ESG 조달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제이에이치 서스테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동남아는 친환경 소재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며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한국 친환경 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인 비즈니스, 기후리스크를 경쟁력으로”

포럼에서는 기후공시와 물리적 리스크 대응이 한인 글로벌 비즈니스의 ‘생존 전략’을 넘어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기후리스크는 단기적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과 투자 유치, 글로벌 파트너십의 필수 조건이다.

강연자들은 한인 창업가와 기업의 우선 과제로 기후공시 체계 구축,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ESG 경영 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이제는 기후리스크를 ‘피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공시와 기술 기반 대응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현재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생생하게, 법률 정보는 유익하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As a student at Yonsei University studying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 offer a fresh, relatable perspective on Silicon Valley startups. My goal is to make legal information beneficial and easy to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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