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주요 시장과 이용 행태 분석
콘텐츠 수출 증가율 둔화, 내부 수익성·유통 개선 필요
넥스트K 실현 위한 정책 방향 제시
지난 6월 18일~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콘텐츠 산업 포럼’이 서울 중구 CKL 스테이지에서 개최됐다. 첫날 정책 포럼에서는 모팩 스튜디오 장성호 대표의 기조발제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하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송진 센터장,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수출입은행 김윤지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퓨처랩 조영신 박사 등이 발제를 진행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정책적 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K-콘텐츠가 소구하는 주요 시장과 이용자 특성, 그리고 수출 현황과 전망이 조명됐다. 아울러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넥스트 K’ 전략과 정책적 대응 방향이 제시됐다.

K-콘텐츠 이용자 특성: ‘한국적’보다는 콘텐츠 고유성
발제자들은 글로벌 진출에 있어 공통적으로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국가’에서 ‘장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미드’, ‘일드’, ‘영드’처럼 국적이 주요한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로맨스, 스릴러, 휴먼 등 장르 자체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스릴러 드라마 ‘악연’과 영국의 사회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각기 장르 팬층의 호응을 얻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정 평론가는 특히 “낯설지만 진정성 있는 로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중은 감각이 예민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집단입니다. 벤치마킹한 모방 콘텐츠보다는 고유성과 차별성이 있는 콘텐츠가 선택됩니다. 따라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도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보편적인 이야기보다 글로벌 대중에게 더 강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송진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또한 “K-콘텐츠가 ‘한국적’인 것을 넘어 콘텐츠 자체의 보편적 매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이용자들이 콘텐츠의 고유한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진흥원이 해외 9개국 이용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는 ‘한국’ 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시청 이유의 중심이었지만, 2023년에는 스토리, 캐릭터, 영상·사운드 등 내재적 품질 요인이 주요 시청 동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송 센터장은 “그동안 K-콘텐츠의 수출 시장은 중화권,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이 수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의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글로벌 OTT 유통 구조 변화와 K-콘텐츠 경쟁력의 상승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K-콘텐츠 수출 전망, 시너지 효과 크지만 내부 수익성은 과제
K-콘텐츠는 세계 수출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다. 2023년, 133억 달러(약 18조200억 원)를 기록한 K-콘텐츠 수출액은 2005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하며 이차전지 98.3억 달러(약 13조3200억 원), 가전 79.5억 달러(약 10조 7700억 원)를 넘어섰다. 모두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연관 산업에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향후 산업 전망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송 센터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약진 속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하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 산업이 2012년 이후 서비스 무역에서 흑자로 전환한 유일한 분야임을 짚으며 콘텐츠가 국가 브랜드 형성에 기여하고, 라면, 화장품 등의 소비재 수출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간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으며, 콘텐츠 기업의 경영체감도 역시 하락세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업계 전문가 대상 조사 결과, 대부분 장르에서 ‘현상 유지’ 혹은 ‘긍정’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며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망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K-콘텐츠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언급하며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K-콘텐츠가 소비재 수출을 1.8배까지 견인하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이를 계기로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적극 지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외부효과 중심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 입장에서 체감 수익은 여전히 낮다”며, “이제는 외부 효과보다 내부 수익성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K-콘텐츠 문제 진단, 유통 전략과 수익 구조 재정비해야
김윤지 연구원은 K-콘텐츠가 안고 있는 ‘낮은 수익성’의 원인을 유통망 부재와 수익 모델 미비에서 찾았다. 조영신 박사 역시 유통 전략을 K-콘텐츠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K-콘텐츠는 지금까지 직접 유통망을 갖추지 못하고 외부 플랫폼에만 의존해왔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드라마의 아시아 수출은 방송사 인력을 통한 직접 판매 방식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인터넷 공유 문화 확산으로 기존 유통망은 붕괴했고, 방송사 주도의 판매는 점차 사라졌다. 최근 글로벌 OTT가 한국 콘텐츠를 대규모로 구매하고 있지만, 이는 외부 플랫폼에 의존한 간접 유통일 뿐 국가별 직접 유통망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방송 콘텐츠의 문제점으로 본편 외 추가 수익을 만들려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K팝이 굿즈, 디지털 콘텐츠, 자체 플랫폼 등으로 IP 수익을 확장해 온 것과 달리, 방송 콘텐츠는 본편 외 부가 수익 구조 개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K팝의 수익 모델 전환 전략을 참고해 방송도 IP 기반 수익을 확대해야 합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영신 박사는 역시 한국 콘텐츠 산업이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적이며,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부족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콘텐츠 사업자가 “완제품 중심 유통 관행에서 벗어나 포맷, 팩추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상품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넥스트K 실현 위한 정책 방향, 재원 부족 문제 해결
K-콘텐츠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콘텐츠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IP 사업 다각화 ▲ 유통 전략 재정비 ▲선순환적 재원 체계 등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전환을 논의했다.
김 연구원은 유통 구조와 수익 모델의 전환을 위한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먼저 IP 사업 다각화 지원 확대를 언급한다.
현재 드라마는 굿즈, 라이선스, 소비재 연계 등의 IP 사업이 구조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소비재 기업과 협업해 공동 투자 및 수익 분배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IP 기반 사업 연계와 매칭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PPL 수준에 머물 게 아니라,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다양한 소비재 기업이 자금을 함께 투자하고, 공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콘텐츠 기업과 소비재 기업 간 네트워킹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했다. “누구를 만나야 할지조차 모르고,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모른다”며, 산업 간 교류를 위한 장 마련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외에도 국내 OTT 및 제작사가 해외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등 ‘콘텐츠 유통 다각화’ 지원 확대, 드라마의 특수성을 고려해 실질적 투자를 유도하는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센터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정책 전략으로 ‘H.I.P 전략’을 제시했다.
“초현지화, 콘텐츠 IP와 연관산업 동반 진출 확대, 새로운 해외판로 개척 (Hyper-Localization, Ip-connected Industry, Pioneer). H.I.P은 넥스트 K를 위한 전략적 접근입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그는 콘텐츠진흥원의 대표 사업인 K-박람회와 한류 마케팅 사업을 사례로 들며, “비즈니스 매칭과 해외 이용자 대상 체험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수출 주력 상품을 드라마 콘텐츠의 PPL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H.I.P 전략의 실행을 위한 세 가지 방향으로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 강화 ▲인바운드 기반 경쟁력 확대 ▲기획–제작–투자 선순환 구조 강화를 제안했다.
특히 산업 내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투자 라운드 지원 및 연계 등 글로벌 투자 유치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작 리스크가 크고 민간 투자 유입이 제한적인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보조금과 투·융자 등 지원 확대, 환급형 등 다양한 지원 방식 도입, 세액공제 및 소득공제 등 투자 유인책 강화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프론티어 인턴 기자 이유진입니다. 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있는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