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노타 AI 채명수 대표

현장에서 창업가분들을 돕고 자문하다 보면 창업가는 엔지니어로서나 기획자, 전략가로서의 면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결국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성과를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스타트업 대표자들이 고민하는 리더십, 리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270억 규모 Series B 투자를 유치하고, 86명 규모의 조직을 이끌고 있는 노타AI 채명수 대표를 만났다. 채명수 대표는 한 조직의 리더(대표)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이자, 실제로 대표로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다. 채명수 대표에게 조직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느끼는 리더로서의 고충과 해법을 물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표도 대표로서 성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진=노타 제공>

Q.“조직이 성장하면서 다음 단계 리더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책임감이죠”

사업 초기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책임감의 범위가 달라졌습니다. 투자를 받기 전에는 책임이 크지 않았어요. 같이 창업한 사람들 간의 개인 관계를 제외하면, 고객사나 임직원이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점점 인원이 많아지고 투자를 받고, 그러면 대표님들 간에 농담처럼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때려치고 싶어도 못 때려친다.“ 결국 힘들어도 그냥 계속해야만 하는 제일 큰 원동력은 책임감이죠.

임직원, 투자사, 고객사, 그리고 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책임감”

특히 다른 회사를 충분히 갈 수 있음에도 우리 회사를 와서 꿈을 만들어 보겠다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제일 크고요. 그 다음은 우리를 믿고 따라줬던 투자사 내지는 고객사분들이 그다음이죠.

엑싯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창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이 회사가 정말 잘되면 계열회사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설사 잘 안돼도 소위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가 되어야 하잖아요. 열심히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아쉽다. 이렇게 돼야 저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텐데. 열심히 한 것 같지도 않고, 심지어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다시 뭘 시도하지는 못할 거잖아요. 개인적인 커리어 상의 책임감도 있고, 임직원 고객사에 대한 책임감도 커요.

Keyword: 시스템

“조직이 커지면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온다.

충분히 얼라인(Align)된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사진=노타 제공>

“정리해 보면, 리더로서 내적인 동인은 책임감, 그리고 사업을 해서 스타트업 창업가로서 성공한 커리어를 만들겠다는 지향점.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내적인 동기라고 말씀 주시는 것 같아요.“

Q. “초기 리더십과 86명이 있는 지금 요구받는 리더의 능력은 어떻게 다르나요?”

시스템이 중요하죠. 시스템은 리더가 없어도, 리더가 있는 것처럼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줘요,”

초기에는 대표이사의 개인기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굳이 초기에는 시스템이 있을 필요가 없었죠. 초기 멤버들은 저 또는 저의 공동창업자들과 직접, 간접적으로 연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초기에는 인원이 적어서 밥도 같이 먹고 뭘 해도 다 같이 하기 때문에 얼라인을 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인원수가 40명 정도 넘어가면, 그때부터 차이가 생기더라구요. 이야기 층위도 달라지고, 고민하는 결도 달라져요.

권한 위임을 잘하고, 권한 위임을 받은 사람과 대표가 충분히 얼라인이 되어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리더가 없어도 리더가 있는 것처럼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어요. 지금 규모에서 제게 필요한 리더십이죠. 지금부터는 저의 개인기로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정 사람이 없다고 해서 회사가 안 돌아간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리스크잖아요.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 관리 능력이 중요해요”

시스템을 만들고 나면, 시스템에 사람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이 시점부터는 초기와 인재상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조직 초기에는 몰라도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필요했다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파트를 나누고, 파트 별로 권한 위임을 해야 하다 보니 특정 전문분야는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데려와서 전문성을 심화하는 게 필요해요.

스페셜리스트로 새로 영입되는 분들은, 주로 관리자 직급으로 영입하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초기부터 계시던 제너럴리스트 분들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시니어 분들은 원래 일하는 스타일이 있으시고, 초기부터 계시던 분들은 내가 이 회사를 키웠다는 자부심이 있다 보니 새로 온 스페셜리스트들을 잘 따라주지 않죠. 갈등 해결이 어려워요.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게 이제는 저에게 리더로서 제일 중요한 리더십인 것 같아요.

Q.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갈등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각자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많이 설명해 주는 편이에요. 새로 영입된 스페셜리스트들은 직위는 있는데, 조직 내 힘은 없는 사람들이에요. 반면에 초기 멤버들은 직위는 없지만, 실질적인 파워가 있죠. 처음에 상대방에 입장을 많이 인지를 시킨 뒤에 시작하려고 노력해요.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고,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Q. “그렇다면, 초기 멤버인 제너럴리스트에게 기대하는 부분은요?”

제일 기대하는 건 저나 회사의 서포터 역할이에요.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는데, 내부의 의견이나 불만을 감지해 주는 거죠. 저는 초기 멤버들에게 물어봐요. 주로 밥 먹으면서 술 먹으면서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 개별 면담 예정인 사람들의 평소 생각을 물어보기도 하고. 누군가 이직 제안을 받고 있으면 그런 걸 감지해서 알려주기도 하구요.

Keyword: 얼라인(Align)

“조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팀과 어떻게 연결되고,

회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도록 직원들과의 소통에 시간을 써라.”

<사진=노타 제공>

확실히 시리즈 A의 함정이라고 20~30명 되는 회사가 시리즈 A를 받고 확 커지는 시기에 C레벨을 영입하면서 위기를 겪는 조직을 많이 봅니다. (사실 너무 겸손하게 말씀해 주셨지만) 현재 80명이라는 숫자는 그런 갈등을 어느 정도는 극복하셨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조직에 녹아들게 한다” 혹은 “얼라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어요.

Q. “얼라인과 관련해서는 어떤 부분들을 가장 신경 쓰고 계시나요?”

소통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게 해답인 것 같아요”

토스에서 북콘서트를 했을 때 거기에서 어떤 분이 질문을 했어요. 토스는 얼라인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때 고민하시다가 답변하셨던 게 결론은 시간을 많이 쓰는 것. 되게 간단한 답인데 그게 정수인 것 같아요.

‘리드 미팅’을 ‘커미티 미팅’으로 바꾸기.

기존에는 리드 미팅이 있었어요. 리드 미팅은 리드가 속한 팀원들과는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거지만, 사실 그게 쉽지가 않아요. 스타트업 리드는 실무자만큼 실무도 하면서 매니저 매니징도 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인데, 리드를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다 보니, 굉장히 어려워요. 실무진 미팅을 해보니까 리드 미팅에서 정해진 결정이 실무진들에게 전달될 때 맥락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팀과 어떻게 연결되고 회사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불만이 있었어요.

기존에 리드 분들만 진행하던 미팅을 커미티 미팅으로 바꾸고, 리드가 아닌 사람들도 누구든 들어올 수 있게 했어요. 아젠다도 미리 공유해서 자기와 관련된 업무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직접 의견을 내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안돼서 못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을 회의록 및 녹화 영상으로도 공유를 했죠.

6주마다 경영진과 대화할 수 있는 ‘AMA(ASK ME ANYTHING)’를 진행.

작년 9월이었는데 커미티 미팅을 시작했지만,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어오고, 보라고 해도 안 보고 불만을 갖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최소한 6주 이상 동안 경영진 내지는 주요 의사결정자와 대화할 수 없는 경우는 없게 하겠다며 라운지 톡을 추가했어요. 라운지 톡에서 AMA를 진행해요. “의사결정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걸 편하게 묻고, 경영진들은 답변을 합니다. 물론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일단 얘기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소통 과정에서는 솔직해아죠”

사실 되게 답답할 수 있잖아요. 저도 예전에 연구소에 있을 때 불만이 많았어요. 왜 소장님은 지난주에 A라고 해놓고, 왜 B라고 하는 거냐. 의사결정이 더디고, 맨날 번복하냐 불만이 많았는데요. 창업하고 나서 겸손해졌어요.

“직원들에게 직접 창업을 해보면 알 거다.”라고 할 수는 없으니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이해가 안 되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설명해요. 일례로 “의사 결정이 왜 이렇게 느리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이전에는 의사결정에 대하여 리스크가 어느 정도 가늠이 돼서 얼추 생각하고 결정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리스크가 가늠이 잘 안돼요. 모르는 정보도 많고, 의사결정을 안 하는 게 나은지도 잘 판단이 안돼서 정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에요. 내 입장에서는 정보 수집을 위해 전략팀과 이런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답변을 하면서도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는데 그런 솔직한 답변을 오히려 좋아하더라고요.

Keyword: 자율성과 소통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유대감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룰을 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시간을 쓰고 해결해 나가는 건 드물어요. 그래서 더 신기하네요.

시스템과 얼라인을 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양이 늘어나고, 소통이 다층적으로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소통을 중시하신다고 말씀 주셨는데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 문화에 대하여 고민이 있을 것 같거든요.

Q. “원격 근무 문화와 소통의 양 늘리는 문화 사이에 어떤 고민이 있는지 궁금해요.”

한 30가지 정도의 고민이 있죠. 그래서 저희는 나름의 규칙을 좀 정했어요. 일단 저희는 코로나 전부터 자율근무를 도입했어요. 유럽이나 미국 사무실도 있고, 대전에도 사무실이 있다 보니 코로나 이전에도 근무 장소가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규칙 1: 신입직원이 팀에 오면 그 사람이 오는 날 기점으로 3일은 출근한다.

첫 번째 룰은 ‘신입직원이 우리 팀에 온다고 하면 그 주에 그 사람이 오는 날 기준으로 3일은 무조건 출근하는 것’이에요. 인간적 유대감도 쌓을 필요가 있고, 업무 인계도 해야 하니까요.

규칙 2: 의사결정은 만나서 하기

두 번째 룰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면 만나서 하기’예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항이 있을 때는 무조건 만나서 표정이랑 비언어적인 표현을 다 보면서 할 수 있게요.

규칙 3: 직원 간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무실 간에 교환 근무도 지원

또 다른 건 자율근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유연근무와 좀 다른데, 자율근무는 직원 몇 명이 모여서 제주도에 가서 일하기도 해요. 대전 사무소나 서울 사무소는 한 달에 한 번씩은 서로 방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요. 유럽 미국은 자주 이동하기는 어려우니 유럽, 미국은 일 년에 1번은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지원을 해드려요. 다만 한 번 오면 최소 2주일 동안은 한국에 근무를 하시도록 해요. 인간적인 유대감이 많이 쌓이고 업무적 신뢰가 쌓이면 그때부터는 프로페셔널이라 떨어져서 일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노타 AI는 지금 시리즈 B 단계이다. 시리즈 B가 넘어간 회사들 중에서 채명수 대표처럼 내부 조직과 소통에 고민하는 대표님들은 많지 않다. 사실 채명수 대표는 AI가 아닌 어떤 사업을 해도 잘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리더가 몇 명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가 그 기업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타 AI와 채명수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노타 AI는?

인공지능 모델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AI 보편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노타의 목표는 다양한 산업과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 AI 사용을 보편화하여 모든 사람에게 어디에서나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타의 핵심 제품은 인공지능 원천기술인 딥러닝 모델 경량화 기술을 기반으로 AI 모델 개발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는 AI 최적화 플랫폼, 넷츠프레소(NetsPresso)이다. 더불어 노타의 AI 최적화 기술은 지능형 교통 시스템 및 저전력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AI 솔루션 또한 제안한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삼성과 LG의 투자 유치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 D2SF가 최초로 투자한 스타트업이다. 노타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NVIDIA, Intel, ARM 등과 같은 기업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해외 AI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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