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품은 밀키웨이, 더밀크 손재권 대표

혁신가들의 수도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연결하는 미디어 더밀크를 창업한 손재권 대표가 바로 그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미국 시장에 가장 정통한 저널리스트에서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의 창업까지, 그가 그리고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래와 역사를 살펴본다.

세계의 중심 실리콘밸리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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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묻고 싶습니다. 왜 실리콘밸리인가요?

실리콘밸리가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해질 거라 생각해요. 실리콘밸리 DNA 자체가 스케일업에 매우 최적화된 마인드셋과 서포트 조직, 툴이 다 갖춰져 있거든요. 스케일업. 여기에는 자본시장이 당연히 포함되고 사람도 포함돼요. 그래서 하나의 스케일을 만들고 싶었죠. 글로벌에 최적화된 지역이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고, 관심이 있다면 실리콘밸리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리콘밸리가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이견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곳에서 창업을 하는 건 다른 문제일 거라 생각되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게 수월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까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이유가 뭘까요?

테크가 중요해졌는데, 실리콘밸리에서 테크의 중요성을 알고, 하나의 정보로 다루는 데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있었다면 제가 굳이 창업을 안 했을 텐데, 필요성에 비해 욕구를 충족시켜줄 매체는 없으니 이를 해결하고자 창업하게 된 거죠. 그리고 창업이라는 게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에요.

미국 자체가 원래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이 있는 나라인 데다가 주변에서 창업한다면 많이 도와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창업하는 게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죠. 사명과 미션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또 상황이 되고. 그러면 창업을 하게 되는데 저도 이 정확한 타이밍에 창업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비즈니스는 이민이에요.”

한국 사람의 미국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방식

한국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창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람으로서 제일 어려운 점은 네트워크인 거 같아요. 미국에서 창업하고 성장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네트워크가 많이 필요한데, (네트워크가) 없지는 않지만, 중심 네트워크로 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최근에 중심으로 조금 조금씩 가고 있긴 해요. 그런데 아직 중심으로 가지 못하는 게 첫 번째 어려움이고, 두 번째는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한국의 관성과 미국은 모든 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예컨대 미국에서는 미국 법을 따라야 하죠. 법이란 성문법도 있지만 관습도 있고, 문화도 있잖아요. 법은 따라가도 문화와 관습 이런 것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이방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혹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자신이 이민을 가는 것이라 생각해야 해요. 이민은 거주지뿐만 아니라 삶의 전체를 바꾸는 거잖아요. 비즈니스는 이민이에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건 쉽진 않아요.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하겠다는 건 미국으로 이민 가겠다는 생각으로 물질적, 문화적, 재산 등 다 바꿔야 하죠. 이런 총체적인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어려운 점은 문화적인 부분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규제적인 측면은 어떤가요?

산업마다 달라요. 미국에도 규제가 없진 않아요. 오히려 굉장히 센 부분도 있어요. 특히 한국과 달리 법이 주법, 연방법 등 카운티별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에 따라 법적인 검토가 상당히 중요해요.

미국이라고 규제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촘촘하거나 또 복잡하다는 거죠?

그렇죠. 주별로 비교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엄청 중요하죠. 그리고 법을 위반해서 쫓겨나면 그 사람은 입국을 다시 못해요.

반대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미국의 사업 환경은 되게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살기도 좋고, 주거 환경도 좋고. 모두 영어를 쓰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셋업 자체가 월드 시리즈잖아요. 모든 게 월드 시리즈인  점이 좋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보통 인재들은 인재 속에서 일하길 원해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애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고 싶어 하는 거죠.

한마디로 미국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세계시장 그 자체라는 거군요. 훨씬 더 많은 기회와 경쟁이 있고요. 세계로 나가고자 의지가 있는 스타트업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겠네요.

그렇죠. 지금 세기가 변했고, 셋업에 있어서도 글로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이제는 옵션이 아닌 거죠. 포트폴리오 다변화, 인재 확보, 자본 유치, 모든 면이 글로벌로 가는 데 중요해요. 이런 것들은 처음부터 마인드셋을 가져가는 게 좋죠.

미국 시장에서 다른 나라 창업가보다 한국 창업가들이 경쟁력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 창업가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능력 있죠. 똑똑하고. 일단은 각 개인의 역량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 창업가에 뒤지지 않아요. 그리고 출신 국가의 이미지에 있어서도 오히려 장점이 있어요. 미국에서도 어느 나라 출신인지 다 물어보거든요. 백그라운드가 중요하죠. 백그라운드가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한국이라는 모국이 급성장한 국가고, 굉장히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또 관심이 있거든요.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좀 유리한 위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미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딪혀야

파트너십을 활용하되 뚜렷한 목표를 정할 것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미국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 이게 미국 투자가 아무리 넓고 많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투자받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반적으로 어떤가요?

저희 사례도 있지만, 일단 일반적으로 말씀을 드릴게요. 역지사지로 생각해서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대형 VC한테 중국, 대만이나 일본 사람들이 와서 갑자기 데모데이 하고 투자해 달라고 하면, 우리가 뭘 보고 해주겠어요. 곧 본국으로 떠날 거 아니에요. 평판, 출신 보고 투자했는데 본국을 돌아가면 투자한 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사후 관리도 안 되고, 내가 투자했던 자금은 날리게 되는 건가? 등 (VC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걱정이 될 거란 말이에요.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미국에 가서 갑자기 아무 맥락 없는 사람에게 돈 달라 그러면 대단한 기세인 거예요. 이런 방법이 서툴고 똑똑하지 못하다는 거죠. 국내에서는 데모데이 하고, IR하는 것들이 기본적인 절차였는데, 그게 작동하지 않아요. 결과는 나왔죠 이미.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으니까요.

데모데이 등 행사는 했지만, 투자로 이어지진 못한다는 말씀이시죠. 행사 중심의 컨벤션이 돼버렸네요. 왜 실질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미국 시장 자체의 정의를 잘못 내리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하거나 투자할 때 직접 신뢰 자본이 없다면, 한국 현지에 있는 신뢰 자본에 접속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신뢰 자본은 무형 자본이에요. 자본은 돈인데 마일리지와 경험, 네트워크 이런 무형 자본은 보이지도 않죠. 그런데 이런 무형 자본 가치를 잘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한국인 창업자가 미국으로 진출하거나 미국에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도움이 필요할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에서의 한국인 투자자나 창업자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로 긴밀한가요?

아주 잘 작동하죠. 잘 작동하고,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대신) 장기적으로 보고 시나리오나 로드맵에 따라서 움직여야 해요. 이런 것 없이 그냥 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요.

또,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현지에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디딤돌 삼는 것이 필요해요. 이 때도 목적이 확실해야 돼요. 목표, 로드맵이나 시나리오는 내가 정해서 몇 년 뒤에는 사무실을 오픈하겠다. 2년 뒤에는 어디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파트너십으로 2년 간 하고, 그 다음부터 끝내고 내가 이끌어 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파트너십에만 의지하면 안 되지만, 처음부터 파트너십 없이 하기에는 실어야 할 비용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비전’

더 나아가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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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일을 하는 것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을 모으는 거잖아요. 대표님은 처음에 사람들을 어떻게 모으셨고, 모을 때 어떤 매력 포인트를 어필하셨을까요?

일단 지인들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친밀한 사람들로 시작을 하니까요. 처음에 뭐 있겠어요. 시작을 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중요하죠. 그런데 친밀한 사람들에게만 의존하면 확장이 안 돼요.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채용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비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이야기가 아니고 실리콘밸리에서 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창업자의 비전과 비전을 캐스팅하는 능력이 초창기 스타트업에는 제일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거기에 따른 보상도 중요해요. 왜냐하면 초기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들어가니까 이에 대한 보상이 좀 더 확실해야죠. 미래 가치에 대한 보상이니까요.

더밀크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함께 버추얼 스튜디오처럼 편집국을 하면서 일을 하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HR적 측면에서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크로스보더 미디어를 꿈꾸고, 만들어 가는 미디어로서는 불가피하겠죠.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나요?

좋은 질문인데요. 사실 상당히 좀 챌린징해요. 지금 우리는 처음부터 리모트워크로 했기 때문에 이걸 장점으로 했지만, 단점도 나타나고 있는 거죠. 뭔가 한 방향으로 세게 밀고 가야 할 때, 단기간에 뭔가 해내야 될 순간이 있을 때, 스프린트(sprint)를 해야 될 때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부족하고 아쉽죠. 외롭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고, 주로 제가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또 오프사이트 미팅을 자주 하고 있고, 만남도 많이 유도하려고 해요.

그리고 매일 보고, 한 건물에 있으면 장점이 많은데, 이런 방식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문제가 더 심한 경우도 있어요. 이제 그런 걸 인정하는 거죠. 리모트워크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다 같이 매주 보는 것도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다. 이런 걸 인식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동료 창업가를 보며 서로 배우고 성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연결하는 것에 초점

대표님께서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창업가를 많이 도우셨다는 수많은 소문과 미담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곳이나 생각나는 창업가가 있으신가요?

많죠. 센드버드(Sendbird), 몰로코(Moloco). 지금 유니콘 됐잖아요.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 이런 회사들 다 친구들이고, 처음에 도와주기도 했고. 어메이즈VR(AmazeVR)도 있고요. 기사도 쓰고, 네트워크나 투자도 연결해 주고 그랬죠.

그때 연결하실 때도 ‘여긴 잘 되겠다’, 이런 생각이 좀 있으셨나요?

그렇죠. 진심으로 기사를 쓰니까요.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요. 서로 배우는 거 같아요. 제가 배울 게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더밀크는 국경을 넘어 정보를 이어주기도 하지만, 또 국경을 넘어 사람이 이어질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소셜 캐피탈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런 인적 자본을 활용해서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도 미국 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돕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생각하고 계신지 혹은 그걸 어떻게 만들어 가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그건 우리의 주요 업무는 아닌 거 같아요. 우리의 가치죠. 이걸 우리가 주요 업무로 삼으면 미디어로서 본질적 정체성이 좀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요. 일단 우리의 가치는 있는데, 한 사람이 다 할 순 없어요.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할 수는 있는데, 할 수 있다고 다 하면 그거는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우리는 코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연결하는 게 우리의 핵심 전략이라기보다는 핵심 가치인 거 같아요.

정보 중심의 여러 가지 솔루션을 주고 싶어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필요한 플랫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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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밀크의 구독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구독자에게 어떤 밸류를 주고 싶으신가요?

핵심적인 질문인데요. 우리 구독자들에게 밸류는 크로스보더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는 미국을 알고 싶을 때, 변화가 필요할 때, 특히 상업적인 변화나 비즈니스적인 변화를 찾고 싶을 때 꼭 맞는 솔루션이 되고 싶은 거예요. 정보 중심의 여러 가지 솔루션이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한국인들 상대로만 비즈니스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대체제도 많고, 무료로도 널려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찾을 것 같지는 않고요.

그럼 만약 거꾸로 놓고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에서, 미국 관련 정보를 찾고 싶을 때 뭐 없나? 아니면 미국의 투자, 주식 투자, 미국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 없나? 할 때 어디서 찾겠어요. 그때 필요한 거죠. 근데 이런 비즈니스의 가치가 굉장히 높아요. 예를 들면, 해외 진출 같은 경우도 자기 사업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거고, 미국 주식 같은 경우도 나의 포트폴리오를 완전 바꿔놓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우리가 지금 결정하는 포인트는 아예 비즈니스 체질을 바꾼다든지 아니면 내 인생의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굉장히 라이프체인징한 결정이에요. 이런 라이프체인징 한 결정할 때 더밀크가 도움이 되겠다는 거죠.

그런데 구독자가 원하는 정보가 다를 수 있잖아요.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깊은 정보를 얻고 싶은 구독자와 광범위한 주제를 가볍게 알고 싶은 구독자가 있을 텐데요. 둘 중 어떤 방향을 추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죠. 우리 회사 정체성과 관련된 건데, 당분간은 다 잡을 수는 없어요. 솔직히 다 잡을 수 없다는 건 명확하게 하고. 시장에 따라서 맞춰가려고 해요.

예를 들면, B2B 정보라고 하더라도 다 알아야 되는 공공의 영역도 있는 거 같아요. 이에 대한 미션이 또 있겠죠. 변하는 세계나 변하는 세계에 어떤 걸 알아야 하는지 이런 건 프라이빗한 정보고, 나만 알고 있으면 더 좋은 정보긴 하죠. 하지만 또 공공의 성격도 있어요. 이것도 정답은 없는데, 시장에 따라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요. 얼마 안 됐으니까 계속 찾아가면서 하려고 해요.

정보의 국경, 자본의 국경, 인재의 국경을 넘기를

창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여정이란 게 의미 있어

지금 더밀크는 우리나라에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거나 실리콘밸리의 뉴스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0순위 매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진 않으실 거 같거든요. 더밀크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후배들도 따라오게 하셨던 미래, 그리고 앞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미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미래는 크로스보더 미디어라 생각하고, 정보의 국경을 없애자는 거예요. 지금도 인터넷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정보가 있지만, 컨텍스트에 대한 것들은 전달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는 정보의 국경을 넘고, 자본의 국경을 넘고, 인재의 국경을 넘는 게 미션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미국에 있는 고급 정보로 한국을 민주화하는 거죠. 그리고 다음엔 한국에 있는 고급 정보를 세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밀크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연결을 강화하는 핵심은 정보라고 생각해요. 알아야 움직이고, 알아야 신뢰를 하고, 뭔가 알아야 다음 절차로 투자도 하기 때문에 편협하지 않고 신뢰 있는 정보가 상당히 중요해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희는 이런 방향을 지향하면서 가야죠. 쉽진 않죠. 근데 쉬웠으면 다 했겠죠. (웃음)

‘창업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많은 순간 창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가끔 힘들 때도 있긴 있어요. 조직에 있었으면 더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그런데 저는 그게 편한 게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조직에 있다고 몸은 편할 수 있다지만, 사실 몸도 안 편하고, 다 힘들어요. 큰 조직이고 작은 조직이고 편하게 안 내버려 두죠. 그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요. 그나마 지금 밸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과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회사에 다닐 때와 창업을 했을 때,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저는 큰 회사에 있다가 나왔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곳에서는 미래가 좀 보였어요. 얼마나 지나면 어느 위치까지 올라갈 것인지, 선배들이 거치는 코스를 미리 봤죠. 그런데 창업은 앞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그리고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사람은 누구를 채용해야 되지, 펀딩은 어떻게 받아야 되지, 이 사업이 잘 될까 안 될까 모든 게 불확실한 거죠.

(회사 다닐 때나 창업이나) 앞에 안개가 있어요. 그래도 안개 하나는 멀리서라도 조금 보여요. 길도 멀어 보이고, 약간 평탄해 보이면서도 딱 가면 울퉁불퉁한 곳도 많고. 그 다음에 다들 많이 모여 있는 곳도 있고, 누구는 회피하고, 누구는 회피하지 않고, 드림랜드도 있고, 지옥 같은 데도 있고. 그래도 일단은 보이는 거죠.

그런데 여기(창업)는 안 보여요. 계속 가다보면 낭떠러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반대로 굉장히 멋진 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저는 이쪽으로, 안 보이는 곳으로 간 거죠. 잘 안 보이는 대로 가서 낭떠러지가 있더라도 자꾸 길이 놓여지고, 계속 올라가면 산이 보이잖아요. 그리고 산안개를 걷으면 크든 작든 산이 있고, 산에 올라가면 더 멀리 볼 수도 있고 성취감도 있잖아요. 더 큰 산이 또 있을 수도 있고, 대륙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다 제가 만들어 가는 거겠죠.

더밀크가 오르고 싶은 첫 번째 산은 무엇인가요?

내가 고생하고 많이 힘들면 좋은 날 오겠지 오겠지 하는데 그 “좋은 날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그리고 엑싯하고 싶기도 하죠 당연히. 그래서 스타트업에 투자도 직접하고 싶고요. 저도 엔젤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저렇게 엔젤 투자하고 싶다’는 약간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어요. 아직 생각해 본 정도는 없지만, 어느 정도 되면 제가 선배 투자자들한테 아무 조건 없이 받은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태평양이 있고, 이를 건너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고독하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와 가치는 늘 이러한 길을 마다 하지 않았던 이들, 누군가가 그려 놓은 항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걸음으로 길을 만들고 그려가는 이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손재권 대표와의 만남과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나아가는 길이 미디어의 새로운 길이자, 우리의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역사적 여정의 첫 탐험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대 가는 길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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