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컨셉의 장이다. 가장 최근 개최된 CES 2024에는 150여 개국에서 온 4,300여 기업이 참여했고 총 전시 공간은 약 250만 제곱피트(약 23만 ㎡)에 달했다. 전시장 규모는 회사 규모에 비례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CES 2024에서 국제 경기 규격의 축구장에 맞먹는 6,437㎡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목 받았다. 반면 스타트업은 대개 책상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루 종일 전시회장을 돌아다녀도 모든 공간을 둘러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관심있는 기업의 부스와 눈에 띄는 부스를 중심으로 관람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부스가 넓다고 주목받는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위해 다양한 컨셉의 부스 디자인을 시도한다. 역대 CES에서 참신한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던 부스 디자인을 모아 보았다.
핀터레스트(CES 2024)
핀터레스트는 기존 이미지 검색 중심 서비스에 쇼핑 기능을 추가한 이후로 이커머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Z세대 사이에서 패션, 뷰티,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의 트렌디한 아이템을 찾는 수단을 넘어 찾은 아이템을 바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진 결과이다. 핀터레스트 이용자는 핀(원하는 이미지를 저장하는 기능)한 제품에 대해 쇼핑 가능한 항목과 가격 정보를 확인하고,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쇼핑 트렌드 파악과 상품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핀터레스트는 CES 2024에서 이 쇼핑 기능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구현했다. 핀터레스트는 트렌드에 앞장서는 기업인 만큼 매년 다음 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Pinterest Predicts’를 발표한다. 2024년에는 ‘Pinterest Predicts’에 해당하는 제품을 부스에 전시하고, 함께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핀터레스트 구매 링크로 연결되게 했다. 파란색을 강조한 메이크업인 ‘Blue Beauty’, 은빛 톤 아이템을 칭하는 ‘Hot Metals’ 등의 제품이 전시됐다.
“핀터레스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관객층은 Z세대입니다. 그래서 행사장 입구 아치 중앙에 위치하여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우리의 ‘Gen-Zenuis Bar’을 배치했습니다. 부스 방문객이 ‘핀터레스트의 Z세대’라는 성장 동력을 직접 확인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죠.” (션 도일[Seán Doyle] 핀터레스트 마케팅 디렉터)
또한 부스 한 켠에서 트렌드 스타일을 반영한 매니큐어 체험, 커스터마이즈 가방 제작 등을 진행하며 소비자가 Z세대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장 뒤편에 충분한 테이블을 갖춘 공간을 마련하여 고객 접대 및 소통을 더욱 용이하게 한 점도 돋보인다. 화려한 구조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핀터레스트만의 특색을 반영한 체험을 가능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핀터레스트의 CES 2024 부스 전략이다.
레딧(CES 2024)
레딧(Reddit)은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과 토론이 주가 되는 플랫폼이다. 레딧에는 뉴스, 게임, 음악 등 몇 천개가 넘는 서브레딧(Subreddit)이라는 소 카테고리가 있다. 그 안에서 사용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질문이나 토론 거리를 올려 소통한다.
레딧의 CES 2024 부스 컨셉은 ‘박물관’이었다. 레딧 이용자를 칭하는 ‘레디터(redditor)’가 어떻게 레딧에서 구매 결정을 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체험형 박물관 형식으로 공간에 녹여냈다. 전시를 관람하면, 레딧을 어떻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용자 중 75%가 레딧에서 브랜드나 제품을 접했을 때 구매 의사가 더 높다고 응답한 점에서,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광범위한 잠재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딱딱하고 단조로운 테크 기업 사이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밝은 오렌지 색으로 부스를 꾸몄다.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레디터들이 레딧을 활용하는 방법을 삽화로 시각화했다. 여행을 계획할 때 레딧에서 정보를 얻는 장면, 기술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구하는 모습, 방에 누워 뷰티 팁과 요령을 공유하는 풍경 등을 묘사했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레딧 이용자의 구매 여정을 따라가면서 관심 기반 커뮤니티와 검색 및 공유 기능이 어떻게 브랜드 성장 문맥을 형성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레딧의 이벤트 마케팅 책임자 엠마 레이트(Emma Rathe)는 “레딧 이용자들이 낯선 사람과 솔직하게 상호작용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따뜻함이 이 공간에서도 전달되기를 원했다”며 부스 구성 동기를 밝혔다.
SK 그룹 (CES 2024)
SK그룹은 CES 2022부터 스토리와 화려함으로 승부를 내는 부스 디자인을 선보였다. 디즈니랜드 컨셉 부스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CES 2022에서는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 톤)을 줄이겠다고 공표하고, 이 탄소 감축 여정에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동행’을 주제로 했다. 다음 해인 2023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저전력 반도체, 폐기물 에너지화 등의 기술을 선보이며 목표를 어떻게 ‘행동’함으로써 달성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그리고 CES 2024에서는 그 목표가 실현되어 마침내 기후 위기가 사라진 세상이 도래했을 때의 ‘행복’을 주제로 테마파크 형식의 전시관을 꾸몄다.
SK하이닉스의 얼굴 인식 AI 기술을 통해 관람객 얼굴이 합성된 타로카드를 생성할 수 있는 ‘AI 포춘텔러’, SKT의 UAM 기술을 형상화한 ‘매직 카펫’, SK E&S의 수소를 활용한 놀이 기차인 ‘트레인 어드벤처’ 등 자사의 기술들을 테마파크의 어트렉션으로 녹여냈다. 전시관 중앙에는 지름 6m짜리 대형 구체 LED를 배치하여 놀이공원이라는 테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설명 위주의 다소 딱딱할 수 있는 CES 전시장의 활력소가 되었던 SK의 ‘SK Wonderland’는 작년과 대비해 두 배 이상의 관람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무리했다. 동행, 행동, 행복 다음 키워드는 무엇이 될지, CES 2025에서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CES 2022)
2022년, LG전자는 CES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오프라인 전시임에도 실물 제품이 없는 전시를 선보인 것이다. 2021년 CES는 코로나 19로 인해 100%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오프라인으로 전환된 2022년에도 LG전자는 온라인 전시 기조를 이어갔다. 4가지 섹션은 모두 QR코드를 연결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영상을 관람하고 AR 기술을 체험하는 등의 형태로 운영됐다.
‘History of OLED Experience Zone’에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CES에서 선보였던 LG 올레드 조형물들을 AR기술로 관람할 수 있었다. ‘CES 2022 Innovation Award Honorees Zone’은 CES 2022 혁신상 수상작들을 AR로 보다 자세하게 관람하도록 했다. 그리고 ‘LG World Premiere Zone’ 에는 집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곳곳에 QR 코드를 부착했다. QR코드를 연결하면 LG가 CES 2022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ploration Spot Zone’은 LG 전자 온라인 전시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생활가전 온라인 전시관에서는 직접 가상 공간에 LG전자 제품을 배치하며 인테리어를 체험할 수 있었고, 인기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ZEPETO),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메타버스 플랫폼과 접목한 LG 올레드 TV 전시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CES 2022 테마 중 하나인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부스 내 조형물을 구성할 때 OSB 합판, 대나무 합판 등의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는 대부분의 부스들과 달리 넓은 부스에 벽 없이 공간이 펼쳐져 있어 관람객들이 느끼는 개방감이 극대화된다는 점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로 작용했다. 미국 현지 전시장에 방문하지 못한 사람들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전시관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던 부스이다.
인턴 기자 김성희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기사로써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