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규제 – 드론 택배 언제쯤 가능할까?

코로나19로 늘어난 ‘택배’… 드론택배, 배송로봇 시장 역시 성장세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송물량 증가와 택배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최종 소비자에게 드론 및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이용해 물품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 무인배송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24%씩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을 통한 물류‧배송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이 세븐일레븐과 함께 ‘편의점 드론 배송 스테이션’을 오픈하고 드론 배송 상용화를 위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드론 배송과 배송로봇 개발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실증 테스트 단계에 머무르는 수준에 불과하다. 드론 배송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규제 회색지대’ 속에 있는 드론 택배, 드론 운항 관련 규제 역시 엄격해

우리나라는 아직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배송수단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2021년 7월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법」으로 인해 택배업 등 생활물류서비스업이 별도로 규정되게 되었으나 사업의 운송수단을 화물자동차와 이륜차에 한정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현행 「항공안전법」상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는 비행금지 시간이며 조종사가 육안으로 장치를 직접 볼 수 없을 때는 비행이 금지된다. 즉, 조종사가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곳까지 드론을 멀리 날릴 수는 없는 것이다. 특별비행승인을 받는다면 제한적으로 야간 및 가시권 밖 비행이 허용되나, 무인비행장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한 명 이상의 관찰자를 배치하여야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드론 택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물류 스타트업 ‘애즈위메이크’ 손수영 대표 또한 “시간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이나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시도하는데, 관련 규제들로 인해 오히려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아마존

미국 시장, 드론 배송 서비스의 현실화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아직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미국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Prime Air)’에 대한 운항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라임 에어’는 주문 후 30분 내 반경 16km 이내 고객에게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아마존은 향후 145개 발사대를 설치해 연간 약 5억개의 택배를 드론 배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드론을 활용해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배송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마존 외에도 월마트, 구글 등 역시 드론 배송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규제 허들은 높다. 미국에서는 까다로운 지역에 대한 운영 허가와 상업용 드론 운영허가를 FAA로부터 받아야 한다. 드론 배송의 사업성 확장을 위해서는 드론 자율 비행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보안과 안전 우려로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오는데, 2019년 개정된 시야선(Visual Line of Sight) 법안은 드론이 50피트(16m) 아래에서 비행하더라도 조종사가 항상 시야를 확보하도록 했다. 누군가 현장에서 비행 상황을 의무적으로 모니터링 해야하는 만큼 드론 배송을 대규모 상업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2021년 인간 조종사나 감독관이 없어도 자동화된 무인 항공 운영을 승인한 비가시권(BVLOS: Beyong Visual Line of Sight) 항공규칙에 따라 ‘프라임 에어’는 규정 135에 의해 비가시권 운항과 주야간 운항 및 무제한 운항 자격을 얻었다. 위 항공규칙은 드론의 상업용 정기 및 전세 운항 요건을 적시한 규정인데, 운항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여 미국 정부가 인증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EU ‘유럽 드론 규칙’ 발효, 국가간 드론 택배도 활성화 될까?

유럽연합(EU)에서도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2021년 ‘유럽 드론 규칙’을 마련했다. 해당 규칙은 전체 EU 회원국과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에서 시행된다. 유럽 드론 규칙은 드론을 이륙 질량 기반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무효화시키고 위험성 기반으로 새로이 분류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라 150kg 초과 드론은 EASA에서 규제하고, 그 이하의 드론은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규제한다.

또한 드론을 저‧중‧고 위험 범주로 구분하고, 각 범주에 맞게 제품과 드론 조종사에 대한 각기 다른 자격 요건을 적용한다. 저위험 또는 개방형 범주의 드론은 드론에 대한 허가와 조종사 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으나, 엄격한 운영 제한을 받는다. 중위험 또는 특정 범주의 드론은 위험 평가에 기초해 국가 항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위험 또는 공인 범주의 드론의 경우에는 항공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편 독일은 25kg 미만의 드론에 대해서는 타인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 이외에는 규제가 없으며,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25kg 미만의 경우에는 인물 인식이 가능한 수준의 촬영을 금하는 개인정보보호 정책 이외에는 규제가 없다.

규제개혁 Follower에서 Leader로 바뀌어야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존재하지 않는 규제라면, 안전에 우려가 없는 한 모든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으로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도 드론 배송과 관련된 규제가 비즈니스 운영에 적합한 수준으로 완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선진국 사례만을 좇는 방식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규제 개혁을 통해 스타트업의 산업 진출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기술 개발에 앞서고 있던 미국 기업들이 관련 규제로 인해 사업이 무산되었던 사례들을 타산지석 삼아 기술 발전과 균형 있는 규제 확립으로 국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EU와 같이 단순히 사업용 드론이라면 일반, 상용, 특수목적으로 구분한 뒤, 그 중 상용 드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여 산업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밖에 현행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을 통해 드론, 로봇 배송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들을 활용한 생활물류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 및 소비자 편의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드론 운항과 관련된 규정 완화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택배산업을 규율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드론 운송의 법적 근거를 추가하여 법률간 정합성을 마련하고 드론 택배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규제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사고 시 책임소재 등 법률의 모호한 분을 명확히 하고, 안전성 가이드라인 발표하여 혁신을 주도하는 창업자들이 불안감 속에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작성자|김예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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