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스킨’에서 ‘감성적 루틴’까지… K-뷰티, 미국 MZ세대의 일상이 되다

글로벌 뷰티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최근 K-뷰티는 이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 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뷰티 플랫폼 ‘입시(Ipsy)’의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이샤 차우더리(Eesha Choudhari)는 4월 7일 열린 SCIDR 2025 심포지엄 강연에서 2025년 미국 뷰티 시장의 주요 트렌드와 K-뷰티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공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K-뷰티 제품 시장은 2022년 약 217억 달러(한화 약 29조 5,000억 원)에서 2030년까지 약 428억 달러(한화 약 58조 2,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 8.8%에 달하는 수치로, 미국 내 K-뷰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스킨케어와 클린 뷰티, 맞춤형 화장품 트렌드가 이러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월 7일 열린 SCIDR 2025 심포지엄에서 ‘입시(Ipsy)’의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이샤 차우더리(Eesha Choudhari)가 ‘2025 미국 뷰티 트렌드와 기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제공=법무법인 미션)

이샤 매니저는 K-뷰티가 혁신적인 포뮬러(fomula: 화장품 성분의 전반적인 조합과 배합 구조), 감각적인 패키징, 그리고 K-팝, K-드라마와 같은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 뷰티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은 K-뷰티의 신뢰성과 효과를 점점 더 신뢰하고 있다. 틱톡에서 ‘Kbeauty’ 해시태그가 36만 개 이상의 게시물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세포라’ 같은 미국 주요 리테일러들은 K-뷰티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이샤 매니저는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미국의 뷰티 트렌드인 ‘뷰티테크, 스키니멀리즘, 웰니스’ 세 가지 키워드를 반영하면,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 뷰티 테크(Beauty Tech)

기술/AI와 뷰티의 융합은 뷰티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세포라(Sephora)의 피부 분석 서비스부터 큐롤로지(Curology) 같은 맞춤형 스킨케어 포뮬러까지, 소비자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다.

큐롤로지는 피부과 전문의 데이비드 롤처(David Lortscher)가 가족과 함께 2014년 설립한 맞춤형 스킨케어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이용자 피부 상태를 온라인 설문 및 피부 사진 분석을 통해 파악한 뒤, 나이아신아마이드, 트레티노인, 클린다마이신 등의 성분을 개인 맞춤 비율로 조합해 제공한다.

(왼쪽부터) 세포라와 팬톤이 콜라보한 화장품 추천 서비스, 큐롤로지의 맞춤형 스킨케어 포뮬라로 2년 뒤 개선된 피부 상태, 로레알이 인수한 모디페이스, 클락워크의 매니큐어 로봇. (제작=이아림)

왼쪽부터 세포라와 팬톤이 콜라보한 화장품 추천 , 큐롤로지의 맞춤형 스킨케어 포뮬라로 2년 뒤 개선된 피부 상태, 로레알이 인수한 모디페이스, 클락워크의 매니큐어 로봇. (제작=이아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기술 내장형 디바이스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가상 메이크업 체험과 로봇 매니큐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로레알에 인수된 ‘모디페이스(ModiFace)’는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네일 등의 가상 체험(Virtual Try-On) 기술과 AI 기반 피부 진단 솔루션을 제공했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클락워크(Clockwork)’는 자동으로 네일을 시술해주는 매니큐어 로봇을 개발해, 2023년 기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샤 매니저는 K-뷰티의 고유의 특징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한국 스파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홈 뷰티 디바이스를 제안했다. “수분과 열, 미세전류 등을 활용해 한국식 고급 스파 트리트먼트를 재현할 수 있는 가정용 디바이스를 출시한다면, ‘힐링’과 ‘셀프 케어’를 중시하는 미국 MZ세대 소비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제품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 스키니멀리즘(Skinimalism)

“Less is more” (적을수록 좋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상한 스킨케어 트렌드는 ‘스키니멀리즘’이다. ‘Skin(피부)’과 ‘Minimalism(최소화)’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단계는 줄이자는 철학을 담고있다. 기존의 10단계 스킨케어 루틴이나 과한 커버 메이크업 대신, 피부에 꼭 필요한 제품 몇 가지만 사용하면서도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원하는 것이다.

‘wanna korean glass skin(한국인의 빛나는 피부가 되고 싶다)’ 라는 제목의 틱톡 영상이 59.9K 조회수를 기록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스킨푸드 광고 문구) 한국 스킨케어 업계는 그동안 피부 결 자체를 좋게 가꾸는 것을 지향했다. 파운데이션이나 컨투어로 커버하기보다는, 기초부터 피부를 탄탄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메이크업 뷰티가 중심이었던 미국도 ‘글래스 스킨(Glass Skin)’을 추구하면서 ‘클린뷰티(clean beauty)’나 ‘내추럴 글로우(natural glow)’ 같은 키워드로 현지화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에서 인플루언서가 닥터 자르트 제품을 #natrual glow, #glass skin의 해시태그, 아침, 저녁 루틴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K-뷰티는 ‘기능성 + 순함’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민감성 피부나 클린 뷰티를 중시하며, 화장품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MZ세대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센텔라 아시아티카(병풀) 추출물을 활용해 피부 진정과 회복 + 자외선 차단을 동시에 하는 ‘닥터자르트(Dr. Jart+)’의 크림은 세포라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제품의 마케팅도 주목할 만하다. ‘아침에 빠르게 피부 톤을 정리할 때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문구로 틱톡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홍보되었는데, 미국 MZ 소비자는 단순히 “좋은 성분이 들었다”보다 “내 스킨케어 루틴에서 이걸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했다.

이샤 매니저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는 ‘Morning Routine’, ‘Nighttime Skincare’ 콘텐츠가 유행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K-뷰티 브랜드의 배경에는 이런 ‘사용 맥락 중심 제품 설명’ 마케팅이 있다고 밝혔다.

3. ‘감정적 효능(Emotional Efficacy)’ 시대

“이제 뷰티는 단순히 피부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기분과 웰빙을 향상시키는 감정적 효능(emotional efficacy)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샤 차우더리 입시 프로덕트 매니저)

그녀는 기능성 중심의 화장품 산업이 최근에는 감정, 웰빙, 정신적 건강과 연결되는 ‘심리적 경험’을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능성 향수, 스트레스 완화 성분이 포함된 스킨케어, 그리고 섭취형 뷰티 솔루션(먹는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스킨케어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하나의 감정 루틴이 된 것이죠.” (이샤 매니저)

K-뷰티가 고유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방 뷰티 브랜드 조선미녀
한방 성분과 현대 유효성분을 결합한 스킨케어 브랜드 조선미녀는 인삼아이크림 등 미국 MZ세대에 ‘한방 뷰티’를 판매한다. (틱톡 @what_is_lada)

“K-뷰티는 전통적인 웰니스 개념, 예를 들어 인삼이나 발효 식품 같은 성분을 활용한 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소재는 단순히 피부에 좋은 것을 넘어, 한국식 건강과 치유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감성적 스토리텔링 요소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이샤 매니저)

실제로 최근 미국 뷰티 시장에서는 ‘mindful skincare’, ‘self-care ritual’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도 마케팅과 제품 구성에서 감성적 체험 요소를 가미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탬버린즈처럼 감각적인 패키징과 향을 강조하거나, 라운드랩처럼 ‘예민한 날엔 이 토너만 써요’처럼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맞는 제품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정리한 그녀는, 이러한 접근이 뷰티 제품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신체적·정신적 필요를 함께 충족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K-뷰티 브랜드들에게 “기능만 강조하는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감정, 생활 리듬, 정서적 맥락을 고려한 스토리텔링과 제품 설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생생하게, 법률 정보는 유익하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As a student at Yonsei University studying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 offer a fresh, relatable perspective on Silicon Valley startups. My goal is to make legal information beneficial and easy to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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