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능 연출자 나영석 PD는 최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과도 만나는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2019년 5월, ‘채널 나나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약 707만 명의 글로벌 구독자(2025년 7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지구오락실’ 등 주력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위버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동남아시아, 일본, 미주 등지의 시청자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일본에서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열어 현지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나영석 PD가 말하는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과 고민, 그리고 미래를 Q&A로 정리했다.
Q. 피식대학, 소련여자, 숏박스 등 다양한 채널이 글로벌 협업, 다국어 자막, 보편적 유머 등으로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이 한국 유튜브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개선하거나 확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글로벌 진출은 많은 콘텐츠 제작자가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유튜브란 플랫폼은 많은 나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막이나 글로벌 스타와의 협업이 해외 팬 유입에 도움이 됩니다. 저희 채널(채널 십오야)도 구독자의 25%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하지만 외국 구독자 반응에 맞춰 방향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스타일을 지키는 것, 즉 신라면의 매운맛을 고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Q. 실제로 글로벌 협업이나 현지화 과정에서 예상과 달랐던 점, 혹은 현지 팬덤 피드백이 기획에 영향을 준 사례가 있을까요?
A. 글로벌 피드백을 참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방향을 바꾼 적은 없습니다. 예능의 본질은 결국 우리만의 정서와 문법을 지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주목해도, ‘우리만의 색깔’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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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팬들의 성지가 된 나영석 PD의 콘텐츠 창작소, ‘에그이즈커밍’. 이제는 외국 팬들이 관광하며 들르는 장소가 되었다. (촬영=이아림)
Q. 해외 리액션 영상이나 밈 등 숏폼 콘텐츠가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내고 있죠. 숏폼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전략은 어떻게 보세요?
A. 숏폼은 빠르게 확산되고, 언어 장벽도 낮아 해외로 퍼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음식처럼 소비되고 버려지는 느낌이 있어서, 수익 창출이나 팬덤 유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여전히 재미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숏폼과 롱폼을 연계해 뚜렷하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사례는 없지만, 숏폼의 장점과 롱폼의 깊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Q. 한국식 유머와 지역 감성에 대해 글로벌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제작 시 문화적 민감성은 어떻게 조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한국적 오리지널리티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글로벌 OTT와 협업할 때는 각국의 문화적 차이와 규정을 조율해야 하죠.
예를 들어, 한국에선 자연스러운 유머가 해외에선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면 1.5~2배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요.
Q. 해외 팬들의 댓글이나 SNS 피드백 등 반응을 콘텐츠에 반영하거나, 새로운 형식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실 때가 있나요?
A. 피드백은 참고하지만, 방향성 자체를 바꾸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만의 색깔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는 해외 팬들의 피드백이 자막 추가, 글로벌 밈 활용, 현지화된 굿즈 출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은 글로벌 시청자 요청에 따라 다국어 자막을 신속히 추가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는 팬들의 SNS 반응을 모니터링해 월드투어 세트리스트나 굿즈 라인업을 조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한 번 “방향성은 바꾸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싶어요. 한국 예능의 힘은 오리지널리티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팬덤의 피드백은 참고하되, 우리만의 정서와 문법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가져온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구오락실’ 등은 프로그램의 본질적 연출 방식이나 유머 코드는 그대로 유지해왔어요.
글로벌 OTT와의 협업, 문화·규정의 차이를 조율하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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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와의 협업은 문화적 차이와 규정의 차이를 조율하는 게 관건입니다. 현지화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나 PD)
Q. 최근 대만과 일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이런 체험 마케팅이 팬덤 유지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A. 팝업스토어는 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체험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팬덤의 결속력을 높이는 중요한 장입니다. 대만 팝업스토어는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곧 중국, 일본 등에서도 열 계획이에요. 이런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은 브랜드와 팬이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됩니다.
Q. 글로벌 OTT, SNS 등 플랫폼과의 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파트너십 모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글로벌 OTT와의 협업은 문화적 차이와 규정의 차이를 조율하는 게 관건입니다. 현지화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유연하게 조정합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와의 공동 제작 과정에서 한국 제작진은 기존 방송사와 달리 대본 없는 리얼리티를 고수하려 했습니다. 반면, 미국 측은 대본 중심 제작 방식을 선호해서 조율에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결국 현지 파트너의 의견을 존중하되, 우리만의 제작 방식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포맷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협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콘텐츠 업계에서는 팬 참여형 프로젝트, 인터랙티브 예능 등 혁신적 파트너십 모델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팬덤과의 소통, 공동 창작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유튜브, OTT,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생생하게, 법률 정보는 유익하고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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