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DEI를 위반하면 “부당해고” 될 수 있다?

NLRB, 직원의 ‘Black Lives Matter’ 표현도 노동법으로 보호된다 판결

전세계 기업들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가치 도입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더 나아가 DEI 가치의 도입을 외치고 있다. DEI란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즉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을 의미하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이다. 어찌 보면, ESG에서는 주로 앞의 E, 즉 “환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DEI에서는 ESG에서 S의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DEI를 갖춘 기업은 위기에 더 잘 대응하고, 더 나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으며,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많은 조직들은 DEI를 채용관행에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DEI의 상세한 개념 및 사례

다양성(Diversity)이란 직원의 구성 다양성을 지칭한다. 이는 성별, 연령, 인종, 장애 및 정치적 성향을 포함한 신념이나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포함한다.

형평성(Equity)은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며, 보다 상세하게는 규범, 관행 및 정책을 통해 개인의 성향이나 신원이 기회의 박탈을 가져오지 않도록 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형평성은 개인의 고유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에 따라 대우를 조정함으로써 최종 결과가 평등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가정하는 “평등”과는 미묘하지만 매우 다른 개념이다.

포용성(Inclusion)은 조직이 모든 직원을 포용하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업은 모든 직원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DEI와 노동법: 홈디포 사건

2024년 2월 21일, 미국 전국 노동 관계 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이하 NLRB)에서는 직원의 유니폼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표기를 한 것 역시 노동법(labor law)에 의해 보호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노동법상 신념이나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례를 남겨 이슈가 되었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법상 보호되는 활동”을 임금, 근무 일정, 고용 안정 등 특정 범주의 직장 내 문제에 대한 활동으로 제한하였는데, 법상 보호되는 활동에 “인종 차별, 신념의 다양성” 역시 포함하게 되었음에 이번 판단의 의의가 있다.

💡미국전국노동관계위원회란?

미국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1935년에 설립된 독립적인 연방 기관으로, 근로자의 조직화 권리를 보호하고,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 교류하며, 단체 교섭 대표를 고용주와 대신 교섭할지 여부를 선택하거나 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NLRB는 민간 부문 고용주와 노조가 저지르는 부당 노동 행위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NLRB는 양분된 기관으로 한쪽은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다른 한쪽은 General Counsel(법률고문)이 관리한다. 이사회 위원과 법률 고문은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1935년 개정된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에 따른 기관의 책임과 기능은 NLRB와 법률고문이 수행하며, 법률고문은 법령에 따른 독립 권한 외에도 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미국 홈디포 사건이란?

미국 홈디포의 한 고객응대 직원(Morales)이 홈디포 유니폼 앞치마에 “Black Lives Matter”를 지칭하는 “BLM” 이니셜을 쓴 점이 발견되었다. 이에 홈디포에서는 해당 직원에게 복장규정을 준수하고 해당 이니셜을 삭제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발한 Morales가 사직서를 제출한 후 소송이 제기되었다.

행정법원에서는 BLM 표시가 노동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으나, NLRB의 이번 판결은 행정법원의 판단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NLRB에서는 복장 규정을 준수하고 해당 표시를 삭제하라는 홈디포의 지시가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해당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수당 및 복직이 보장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BLM 메시지가 미국 노동법상 보호되는 활동일까?

미국 노동법 제7장 제157조에 의하면, 직원은 노동조합이나 단체교섭 외에도 “기타 상호 원조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타 연합 활동에 참여할 권리(to engage in other concerted activities for the purpose of collective bargaining or other mutual aid or protection)”를 가진다.

상호 원조 또는 보호의 목적에 해당할까?

Fresh & Easy 사건(361 NLRB at 153)에서 NLRB의 판결에 의하면, “상호 원조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공동 활동의 목표, 즉 주로 관련된 직원 또는 직원들이 ‘고용 조건을 개선하거나 기타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개선’하려는 것인지 여부에 초점을 둔다”고 하였다.

NLRB에서는 이번 판단에서, BLM 표시가 그간 Morales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던 직장 내 인종차별 이슈, 즉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활동이라고 보았다.

유니폼에 혼자 BLM을 새기는 것이 연합 활동?

“연합 활동”이란, 해당 활동이 (2인 이상의 직원이 참여하는) 공동 활동이어야 함을 의미하며, 개별 직원의 활동은 다음과 같은 일부 상황에서 “공동” 활동으로 간주된다.

1. 다른 직원의 승인 또는 권한을 받아 수행하는 활동의 경우

2. 집단 행동을 시작, 유도 또는 준비하려는 활동인 경우

3. 진정한 집단 불만에 대해 경영진의 주의를 끌기 위한 활동

4. 관련되고 보호되는 공동 활동의 “논리적 파생물(logical outgrowth)”인 활동

NLRB에서는 이번 홈디포 사건에서 상기 “논리적 파생물” 이론에 의거하여, “홈디포 유니폼에 BML 표시를 한 직원의 개별 활동”이 해당 직원이 근무를 시작한 6개월 후부터 시작된 인종차별 및 괴롭힘에 대한 직장 내 공동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하여, 노동법상 보호받아야 할 활동이라고 보았다.

미국법인을 운영하는 데 있어 시사점

이번 NLRB의 판단에 의하면, 앞으로 미국 내 고용주는 아래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직원 단 1명만이 관련된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노동법상 보호될 수 있다.

흔히 단체교섭이나 노사합의, 또는 2인 이상의 직원이 관련된 활동만이 법상 보호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NLRB의 판결에 의하면 직원 단 1명이 활동하더라도 직장 내 공동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노동법상 보호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1명의 행동을 금지하거나, 이러한 활동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게 된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어 소송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2) 임금, 고용안정과 무관한 직원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노동법상 보호되는 활동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치적, 사회적 원인과 관련된 직장 내 개별 활동 역시 이제 직장 내 불만 또는 분쟁과 시간적/주관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임금과 상관없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항의성 활동(근무 거부, 1인 시위 등)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게 된다면 소송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이 다수인 직장에서 고객 대면 대응을 주로 하는 여성 직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것에 대해 동료 여성들과 함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고, 어느 날 개별적으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수의 직원들과 고객들이 해당 문구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지적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거나,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게 된다면 이 역시도 노동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지난해 DEI 정책으로 역차별하는 것을 막은 연방 대법원 판결이 있지 않았나요?

맞다. 지난해 8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판결이 바로 Students for Fair Admissions, Inc. v.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그리고 Students for Fair Admissions, Inc. v. President & Fellows of Harvard College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인종을 고려한 입학 정책이 오히려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소비자, 직원, 이사회 및 주주의 “포용적 관행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수립한 기존의 DEI 프로그램들이 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 있게 되어, 평등보호 조항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일부 DEI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위법 가능성을 검토하고, 역차별을 방지하여야 함을 시사할 뿐, 미 연방 수정헌법 제7조에 따른 고용 평등의 원칙에 따라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인종, 종교, 성별,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는 DEI, ESG 정책을 수립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점은 이번 NLRB의 판결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법으로 보호할 권리로서 인정했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인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 풀 중 최고의 인재를 고용할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DEI 혹은 ESG 정책을 매우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바뀌는 미국 노동법의 해석,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미국의 법은 기본적으로 판례를 통해 재해석되고 형성된다. 이에, 미국 연방 노동법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판결을 확인하고 싶다면 미국 전국 노동 관계 위원회의 최근 동향을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업계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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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 미국(Washington D.C.주)변호사는 2009년부터 10년간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 근무하면서 국제개발협력분야 전문성을 쌓았으며, 2015년부터는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인 CTS사업(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을 기획, 론칭하고 운영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담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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