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펫나우는 생체인식 기술을 반려동물에 적용한 ‘펫나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가락 지문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것처럼, 반려견의 코에 있는 비문(코 무늬)을 활용하여 생체인식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생체인식은 유기 · 유실 동물의 구조 및 펫보험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생체인식 시스템은 어디까지 왔을까. 펫나우 임준호 대표에게 물었다.
현행법상 동물등록 방법 제한 … 생체인식은 인정하고 있지 않아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등록 방법을 ‘무선식별장치’ 부착으로 제한하고 있다(「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8조). 따라서 생체인식은 공식적인 등록방법이 될 수 없다. 임 대표는 생체인식 서비스 이전에도 관련 규제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반려동물의 사설인증서’로서 생체인식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규제의 벽은 컸다. 임 대표는 “자사의 인공지능 기반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 자체는 이미 상용화가 가능하다. 다만 펫나우 앱이 더 신뢰가능한 이용 수단이 되려면 제도권에서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려인과 보험사로부터 꾸준히 듣고 있다.”라고 밝혔다.
규제샌드박스, 리소스 투입 대비 실익 부족
펫나우에게도 규제샌드박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임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규제의 벽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규제샌드박스 시행 이후 스타트업 대상으로는 임시허가가 아닌 제한적인 규모의 실증특례만 허가가 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정보통신융합법」 제38조의2)상 임시허가는 1회 연장 이후에도 법령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연장된다. 반면 실증특례는 1회에 한정하여 연장 가능하며, 이후 종료된다. 따라서 실증특례를 받더라도 ‘법령정비’라는 최종 목적의 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복잡한 과정에 투입되는 회사 자원에 비하여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현재의 규제샌드박스는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에 불과해 … 대대적인 개편 必
특히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 부담
설사 절차상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질적 효과는 의문이라는 게 펫나우의 입장이었다. 임 대표는 “어떤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규제샌드박스를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라고도 말했다.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규제샌드박스만을 위한 전담 인력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2018년 기준으로 스타트업 1개사 당 창업인원은 평균 2.9명에 불과하다(2018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본투글로벌센터). 임 대표는 “시간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에게는 (규제샌드박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개편을 해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규제샌드박스에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할지 임 대표의 의견을 물었다. 임 대표는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리는 기간이 제일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보통 창업 후 2년에서 5년은 스타트업의 명운이 갈리는 시기이다.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 시대에서, 2년은 기술 트렌드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임 대표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연관된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체적인 절차가 이렇게 길어질 이유가 없다.”라고 답했다. 과도한 프로세스와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인 도움되었던 정부 정책은 중기부 ‘TIPS’에 불과
그렇다면 펫나우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정부 정책은 있었을까. 임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TIPS 프로그램’을 꼽았다. ‘TIPS 프로그램’이란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민간주도로 선발하여 미래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임 대표는 TIPS 프로그램 선정으로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BM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을 거친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준비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펫나우의 목표는 유실, 유기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작년 유기동물 수는 2만 3832건에 달한다. 뚜렷한 비전을 바탕으로 임 대표는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중소벤처기업부, 서울특별시 등 정부기관에 여러 경로로 꾸준히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최근 경제상황이 급변하여 투자 유치가 작년에 비해 굉장히 힘들어졌는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두드리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