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배출 서비스 ‘리클’의 규제샌드박스 도전기

쓰레기를 대신 수거해 드립니다, ‘리클’

코로나19가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는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폐기물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코로나19 이후 생활폐기물 재활용 쓰레기 품목별 증감률’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쓰레기 배출량이 모두 전월대비 약 10% 증가했다.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 위 3개월간 평균 증가율이 19.4%를 기록했다.

(주)커버링은 늘어난 쓰레기를 누군가가 대신 수거해준다면 코로나19 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리클’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경부가 쓰레기 배출 규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사업 시작을 결심하는 데 한몫했다. 환경부는 최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라벨이나 테이프를 떼서 버리도록 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리클’은 쉽게 말해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음식을 먹고 난 뒤 용기 등의 쓰레기를 자기 집 문 앞에 두면, 이를 수거하여 세척한 후에, 분리배출을 대신해준다. ‘엄격해지는 쓰레기 배출 규정에 따른 불편함을 (제3자가) 해결해 주는 것’, ‘리클을 통해 세척과 엄격한 선별을 거치면 양질의 재활용률을 이룰 수 있는 점’ 등이 리클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리클' 어플리케이션 화면
‘리클’ 어플리케이션 화면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는 ‘리클’ 어플을 설치한 후, 전용 가방에 쓰레기를 넣고 자기 집 문 앞에 내놓은 뒤 어플 내에서 수거신청을 한다. 수거가 완료되면 결제가 이뤄진다. 실제 이용 요금은 기본요금(1490원)과 재활용 쓰레기 무게 요금, 혼합 쓰레기 무게 요금을 합한 금액으로 부과된다.

적법한 폐기물 처리자로서의 첫 발, 리클의 규제샌드박스 신청

이러한 편리함 덕에 리클은 서비스 초기부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2020년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후, 한달 여 만에 중단 위기를 맞았다. 관할 지자체로부터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은 구청에서 입찰 받은 대행업체만 가능하므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입찰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리클의 서비스가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을 수집하여 처분장소로 운반하는 ‘폐기물 수입·운반업 ’에 해당하므로, 대행업체에서 입찰을 받아서 관할 지역 내에 쓰레기 전체를 일괄적으로 수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리클은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신고 후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현행법상 폐기물 수입·운반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폐기물 시설 설치, 장비 등의 확보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폐기물관리법」 제25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28조). 다만 폐기물 처리 신고의 요건에 해당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에는 위 요건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이 중 리클이 ‘신고’ 대상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관해서는, 고철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 등을 다루는 것도 (단순) ‘신고자’가 다룰 수 있는 폐기물에 속하는 여부가 모호하여 문제가 됐다.

리클 쓰레기 수거상자
사무실 앞에 놓인 쓰레기 수거상자

이렇듯 「폐기물관리법」상 동 서비스가 폐기물 수입·운반업에 해당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혹은 폐기물처리 신고에 해당하여 신고 후 사업을 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리클도 폐기물 처리 신고자의 특례로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 무렵 환경부는 해당 서비스를 ‘신고자’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기존 법 내에서도 허용 가능하다는 적극해석을 했고, 리클은 기존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리클의 경우 사업장 규모가 1,000m² 미만이었기 때문에, 신고의무도 면제될 수 있었다(「폐기물관리법」 제46조 제1항, 동 시행규칙 제66조 제5항 제1호). 결과적으로 규제샌드박스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도 받아냈다.

이와 같은 리클의 사례가 성공적인 샌드박스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에 스타트업포레스트는 ‘리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기업 (주)커버링 강성진 대표를 성동구에 위치한 SKV1 센터 사무실에서 만나 리클이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느낀 바와 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물었다.

(주)커버링 강성진 대표와의 인터뷰

규제샌드박스 취지에 공감,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승인여부가 달라지는 점은 안타까워

(주)커버링의 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촉진하고,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샌드박스 제도는 스타트업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승인을 담당하는 담당자에 따라 그 승인여부가 달라지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리클의 경우 환경부가 승인을 담당했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담당자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담당자로 바뀌면서 협의가 빠르게 진행되었다.”라고 밝혔다. 바뀐 담당자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리클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승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존 법의 적극해석으로 리클이 현행법상 합법이 되었음에도 실증특례 절차를 끝까지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하면 과기부 장관의 도장이 찍힌 공문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시 담당자가 바뀌어 다른 법해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실증특례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생존이다!”

리클의 경우 완전한 승인을 받기까지 약 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강 대표는 “10달이면 한 달에 하나씩, 총 10개의 서비스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간임에도 승인 절차에만 매달려 신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승인과정에서 부결되거나, 심의를 위한 의결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승인까지 2~3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기업은 비교적 자원과 시간이 많은 반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기에,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강 대표에 따를 때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서류 전달 과정 때문이었다. “리클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에 승인 신청을 했는데, 대한상공회의소-상공회의소-과기부-환경부 순으로 서류가 제출되었고, 환경부에서 답신을 과기부에 전달하면 위 순서의 역순을 다 거쳐야만 리클이 서류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류를 한 번 제출하고, 답변을 받는데 최소 1~2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다시 처음부터 위 순서를 반복해야 한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또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신뢰성,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시간 자체가 많이 지체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교수는 ‘부가조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샌드박스 승인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건을 붙였거나 또는 더 이상 필요성이 없어진 조건을 검토해서 면제시키는 등의 사후 관리가 부족한 점’이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리클의 경우 기존 법 내에서 이미 합법화가 되었기에 별도의 부가조건을 부여받지 않았지만, 일정 조건 하에 특례승인을 받는 스타트업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들이 개선되면 규제 합리화에 한 획을 그은 샌드박스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교수의 입장이다.

“주무부처에게 샌드박스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있었다면 …”

또한 강 대표는 현행 샌드박스 제도의 개선점으로, 주무부처에 인센티브를 줄 것을 꼽았다. 현행 제도의 경우 샌드박스 승인이 이뤄지면 과기부에게는 실적이 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에게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가 반대할 경우 승인이 이뤄질 수 없어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현재는 주무부처에게 인센티브는 없고 책임만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공무원들이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개선점으로는 승인까지 지체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들었다. 승인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거나,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샌드박스 제도가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 대표는 샌드박스 승인 또는 연장이 될 지 여부를 오랜 기간 알 수 없다는 점 또한 스타트업에게 불안요소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미 승인을 받은 기업은 승인 연장을 기대하고 사업준비를 했는데, 2년 후 연장이 안되거나 관련 규제가 해소되지 않아 준비한 아이템을 쓸 수 없게 되면 이는 스타트업에게 큰 위험이 된다는 것이다. “승인 여부 및 연장 여부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실무에 있는 강 대표의 바람이다.

승인의 비결은 리클의 사업 취지에 대한 전 부처의 공감

강 대표는 리클이 샌드박스 규제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로 ‘승인을 담당하는 환경부가 리클 서비스의 취지에 공감한 것’을 꼽았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쓰레기 배출 구조는 지자체와 같은 기존의 공공영역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민간영역에서 해결해 줄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승인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실제로 쓰레기 처분의 형태는 각 나라마다 다양하고, 우리나라 또한 특수한 형태를 띄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한 통에 모두 모아 처분한다. 중국은 최근에 분리수거를 시작했는데, 국가가 강제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공공수거를 하는 것을 민간 영역에서 서비스화 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다. 이 점에 대해 리클과 환경부의 이해가 일치했기에 리클의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었다.

이처럼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 주무부처에 대한 인센티브, 시간을 줄이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보다 빛나기를, 강 대표는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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