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위기 기업, 통하지 않는 성장 문법
위기 기업이 급증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1,657건에 달했다. 전년도인 2022년도의 1,004건에 비해 약 65% 증가한 숫자이다. 법인회생(회생합의) 사건 역시 1,024건이 접수되어, 전년도(2022년)의 661건에 비해 55%가량 증가하였다.
그간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성장 문법은 빠른 투자금 소진을 통한 외형과 시장점유율 확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증대와 더 큰 투자금의 유치였다. 매출에 비해 지출의 규모가 훨씬 큰 스타트업의 특성상, 그 생존은 투자 유치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벤처투자시장이 가장 활황을 맞았던 2021년에는 벤처캐피탈(이하 VC)들의 투자 경쟁이 이어졌다. 혹여 유망한 스타트업의 투자기회를 놓칠까 펀드들 사이에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쏟아지는 투자금을 등에 업고 많은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몸집을 불리며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었다.
고금리 시대, 호황은 끝났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문법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확대된 유동성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각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벤처투자 시장에 흘러들었던 자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2022년 1분기까지 0.25%(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했던 연준(Fed)은 이후 2022년 한 해에만 4.25%p의 기준금리를 인상하였고, 이후 2023년 5월까지도 인상 랠리를 멈추지 않아 기준금리는 2024년 3월 현재 5.5%(상단 기준)까지 치달았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2022년 상반기까지 0.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던 기조를 폐기하고 급격한 인상 랠리에 돌입, 1년 3개월 만에 4.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였다.
줄어드는 유동성, 민간투자의 감소
스타트업 투자금은 유동성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저금리 시절 고금리 고수익 시장으로 주목받는 벤처투자시장은 저위험 고수익의 고금리 채권시장 앞에서 그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감소하자 벤처투자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021년 7조 6,800억 원에 달했던 벤처투자실적은 2023년 5조 4천억 원 수준으로 30% 가량 감소하였다.
특히 3년 초과 7년 이하의 중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하락이 두드러졌다. 2021년 약 3조 4,8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조 7,300억 원, 2023년 2조 300억 원 수준으로 2년 만에 40% 넘게 감소한 것이다. 초기 투자금을 소진해가며 새로운 성장을 위해 시리즈 투자에 매진하던 중기 스타트업들에게 2023년은 ‘투자 가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 공공투자의 감소
벤처투자 규모의 감소는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금액이 감소하였다. 특히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은 전년 대비 금액과 비중이 모두 감소하였다. 벤처펀드 전체 2023년 출자가 그 전년 대비 27.7% 감소한 데 비해, 정책금융은 33.2%, 특히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은 각 34.5%와 65.5% 감소하는 등 평균보다 큰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정책금융 규모의 감소는 관련 예산 축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모태펀드 예산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은 2021년 16.8조 원에 이어 2022년 19조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3년 13.5조 원으로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2024년 역시 1조 원 가량 증액되는 데 그친 14.5조 원이었다.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모태펀드 예산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2021년 1조 700억 원에 달했던 모태펀드 예산은 2022년 5,200억 원으로 반토막이 넘게 감소하였고, 2023년은 2022년 대비 46% 가량 감소한 2,800억 원에 불과했다. 2024년 예산이 9,100억 원으로 증가하였다고는 하나, 집행까지의 시간적 차이를 고려한다면 당장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혹한기의 도래
그 결과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역시 건수와 금액 모두에서 감소하여, 유동성 감소와 경기의 연착륙을 위한 금리 인상이 스타트업 시장에는 유탄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분간 2021년, 2022년만큼의 투자 여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금을 빠르게 소진하며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토대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다시 투자받는 스타트업의 보편적 성장방식은 이러한 불황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에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기업 역시 늘어나게 되었다. 더 이상의 사업 영위가 어려운 위기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뜨거운 안녕’을 준비해야 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성자 | 우희성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