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프솔루션’ – 빛을 보지 못하는 빛나는 신기술

무선충전의 새로운 장을 연 혁신기업 (주)워프솔루션

최근 전자기기에 대한 여러가지 형태의 무선 충전기가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선충전기들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보편화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무선 충전기는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충전기와 전자기기가 맞닿아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고, 만일 전자기기가 충전기에 잘못 놓이게 될 경우에는 충전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원거리 무선 충전기의 경우라도 대부분 30cm를 벗어나면 충전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심지어 배터리 내 코일을 진동하는 방식으로 충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터리의 수명이 단축되는 단점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기업이 있다. 바로 (주)워프솔루션(이하 ‘워프솔루션’)이다. 워프솔루션은 기존의 전자기 유도방식과 달리 무선 주파수인 RF(Radio Frequency)를 이용한 무선 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송신기에서 특정 Mhz의 주파수를 보내면 수신기가 해당 주파수를 받아 충전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여러 개를 충전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스탠드 온’이라는 이름의 제품에 탑재된 이 기술은 ‘스탠드 온’의 LED가 비추는 범위 내의 모든 전자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다.

‘스탠드 온’은 기존에 전자기기와 맞닿아 있어야만 충전이 되는 무선충전기의 문제점을 극복했다. 송신기에서 보낸 주파수를 통해 충전을 하기 때문에 충전 거리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경우 송신기에서 특정 주파수를 송신하면 기존의 USB C타입이나 5핀 타입의 수신기를 통해 해당 주파수를 수신하여 전력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도 문제되지 않는다. 무선 충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의 획기적인 신기술이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 미비로 시장에 출시되지 못한 혁신 기술, ‘스탠드 온’

제품 출시 전 워프솔루션만의 혁신적인 신기술이 탑재된 ‘스탠드 온’에 대한 각종 기업들과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존의 무선 충전 방식 문제점을 해결하고, 동시에 여러 대의 기계를 원거리 충전 할 수 있기에 활용 범위가 광범위했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에서의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 대기업에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고,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워프솔루션의 원거리 다중 무선충전 스탠드

그러나 워프솔루션만의 신기술이 갖춰진 ‘스탠드 온’은 출시 직전에 큰 문제에 봉착했다. 현행 「전파법」상 ‘스탠드 온’의 주파수인 900Mhz에는 무선충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KC 인증과 같은 규격 기준이 없고, 결과적으로 이에 대한 승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 규정(절차)가 미비했다고 볼 수 있다. 워프솔루션측이 관계 부처에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승인이 불가하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결국 워프솔루션은 ‘스탠드 온’의 정식 출시를 미뤄야만 했다.

어둠 속 한 줄기 희망의 빛,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

‘스탠드 온’의 출시를 미루며 고심하던 워프솔루션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생겼다.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 제도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실증특례는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 제2조 제16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로서, ‘스탠드 온’과 같이 소관 부처의 허가 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이 없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실증특례 승인을 받으면, 법령의 미비로 사업 시행이 어려운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시험ㆍ검증 등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제도를 통해 워프솔루션은 ‘스탠드 온’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워프솔루션이 ‘스탠드 온’에 대한 실증특례를 받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검증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프솔루션측에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문의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유사한 제품에 대한 선례와 함께 자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불명확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이후 소관 부처 공무원의 재량에 따른 기준으로 검증기준과 부가조건이 제시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실증 특례 기준>
# 전문 시험 기관(전파플레이그라운드) 내에서 기술 성능 및 타 대역과의 혼간섭 확인
# 검증된 주파수를 사용하여 실사용 환경에서 실증

<부가조건>
# RFID 기술 기준 요건에 준하는 수준을 만족할 것 (900MHz 대역 간섭방지)
# 차폐 시설 내에서 간섭 분석을 실시하고 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할 것
# 제품 실증 시, 900MHz 대역 기존 사용자와 협의 후 진행할 것
# 추가 용도 분배 등 주파수 수요 제출은 한국전파진흥협회 등 접수창구를 이용할 것

<국민의 생명 안전 저해 여부에 대한 설명>
# 국가 시험 인증 기관과 인체 유해성 테스트 등 규제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 및 실증 예정


이상과 같이 소관 부처에서 실증특례 기준과 부가조건을 제시하긴 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검증 방법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해당 기준과 조건을 검증해야 하는지는 오로지 워프솔루션이 자체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워프솔루션의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시험을 보라고 했으면서, 시험지는 주지 않은 채 시험을 보는 상황같았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워프솔루션은 ‘스탠드 온’ 실증특례에 대한 집념으로 해당 조건들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먼저 실증특례 기준 중 ‘타 대역과의 혼간섭’ 이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거 정보통신부였을 당시의 선례에 기인하여 제시한 조건이었다.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승인을 했던 상품이 주파수 혼간섭과 관련해서 크게 문제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프솔루션은 이 문제에 대해 묘책을 내놓았다. 기존에 900Mhz였던 ‘스탠드 온’의 주파수를 다른 제품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 주파수인 920Mhz로 조정하면서 혼간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즉, 혼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혼간섭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인체 유해성 테스트’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스마트폰에 대한 테스트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파에 따른 물의 파동 정도를 통해 스마트폰 전자파의 유해성을 테스트 하는 방식을 그대로 ‘스탠드 온’에 대해서도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보다는 근소하게 높은 전자파로 스마트폰 전자파 평가 기준을 충족시켰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 검사방식과 워프솔루션의 제품 검사방식을 동일하게 해도 무방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모든 실증특례 기준과 부가조건을 충족시킨 워프솔루션은 결국 2020년 8월 29일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실증특례는 받았지만 아직은 요원한 ‘스탠드 온’의 시장 출시

실증특례는 받았지만, 아직 ‘스탠드 온’의 시장 출시는 요원하다. 바로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제샌드박스의 임시허가와 달리 실증특례는 말 그대로 제품의 안전성과 시장 출시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증특례를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련 규정의 미비로 시장 출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규제샌드박스의 취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입법 미비 사항이나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임시적으로 해결하고, 그 기간 동안 명확하게 법령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프솔루션이 2020년 8월 29일 실증특례를 받은 이후 2년여가 지났음에도, 관련 법령 입법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워프솔루션은 기존에 받았던 실증특례라도 연장하기 위해 관련 조건들을 갖춘 뒤 연장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스탠드 온’의 시장 출시는 언제 이뤄 질지 모르는 관련 법령의 입법에 달린 문제로만 남게 되었다.

워프솔루션을 통해 본 규제샌드박스의 개선방향

기존의 규제를 유연하게 완화시키면서 동시에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령들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샌드박스는 스타트업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행 샌드박스 제도가 이러한 당초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제도를 통해 규제 완화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 승인이 실질적으로 기업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 여부는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워프솔루션의 사례에서 우리는 규제샌드박스에 관해 크게 두 가지 개선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실증특례 기준의 충족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들의 경우 규정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제도를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관부처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실증특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스스로 검증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또 다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관부처는 실증특례 기준뿐만 아니라 그 검증방법에 대해서도 기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전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규제샌드박스의 본래 취지에 부합할 수 있게 규제 제·개정에도 힘써야 한다. 규제샌드박스가 일시적으로 규제 완화를 하는 취지는 규제 제·개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입법부 혹은 행정부의 관련 법령의 마련과 개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러나 아직은 본래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워프솔루션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증특례 혹은 임시허가를 받은 기간 동안 규정의 제·개정이 이뤄지는 케이스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임시 해결책이었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당초 규제샌드박스의 의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이 두 가지 점들이 개선된다면 워프솔루션과 같이 혁신적인 신기술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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