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시팅, 미국은 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 이유
상(上)편에서는 펫시팅의 유형과 함께 가정 위탁 펫시팅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요건을 살펴본 뒤, 현행 동물보호법이 펫시팅 스타트업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하(下)편에서는 현행 규제에 대한 정부부처의 입장, 해외에서의 펫시팅 산업 현황과 함께 동물보호 규제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를 비교해보고,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노력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개정(안) 입법예고 2020.9.11. • (입법목적) 가정돌봄(펫시터, 위탁관리 중개서비스업 포함)의 영업등록 범위를 명확화 • (영업등록범위) ▴1일 2회 또는 1일 1회 3마리 이상 위탁 또는 ▴매월 수입이 최저임금 월액(2019년 기준 1,745,150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아파트나 주택에서 동물을 위탁받아 돌보는 영업을 제한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일부개정령안 재입법예고 2021.4.27. • (영업등록범위) 영업의 세부범위에 반려동물의 사육, 훈련 또는 보호를 중개하는 영업을 포함하되, 반려동물을 위탁받아 보호하는 영업 중 반려동물을 1일당 1회 또는 1일당 2마리 이하로 위탁받아 보호하는 경우는 제외함 • (입법효과) 반려동물 관련 영업의 세부범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동물보호법 테두리내에서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의 관리·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 기대 |
상(上)편 에서 살펴보았듯, 현행 「동물보호법」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2020년 9월과 2021년 4월에 꾸준히 입법예고를 통해 동물위탁관리업의 대상이 되는 ‘영업등록범위’를 명확하게 하려고 시도하였다. 2020년 9월 11일에는 아파트나 주택에서의 동물을 위탁받아 돌보는 영업을 수입이나 마릿수에 따라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렇게 되면, 해당 수입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아파트나 주택에서의 동물 위탁은 허용 된다는 반대 해석이 가능해진다.
2021년 4월 27일에는 1일당 2마리 이하로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영업등록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도 하였다. 그러나 관련 부처에 문의해본 결과 위 개정안들은 횟수 당, 마리 당 제한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와 특정 마리나 횟수를 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제처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펫시터 중개 업체를 통해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위탁해주는 펫시터들은 언제든지 무등록 영업 및 탈세로 문제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처럼 ‘가정 위탁 펫시팅’이 언제든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리스크 탓에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감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 미국의 ‘로버(Rover)’
펫시팅을 포함한 펫케어 산업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망한 시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펫시팅이 먼저 활성화된 미국의 펫시팅 시장의 가치는 2020년 기준 26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였으며, 2027년에는 50억 달러(약 6조 5천억 원)로 전망된다. 펫케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펫시터 중개업체인 ‘A Place for Rover, Inc.(이하 ‘로버’)’은 2011년 시애틀에서 설립되었다. 설립 약 10년만인 2021년 8월 2일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었으며, 2021년 기준 수익은 약 1,453억 원이다.
로버는 다섯 종류의 펫시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1) 반려동물 소유자가 장기간 여행이나 출장 시 펫시터의 집에 맡기는 Boarding, (2) 펫시터가 주인집에 거주하며 돌봄을 제공하는 House Sitting, (3) 펫시터가 반려동물 소유자 집을 방문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Drop-In Visits, (4) 반려동물 주간 유치원 서비스인 Doggy Day Care, (5) 반려동물 산책 제공 서비스인 Dog Walking이 그것이다.
이 중 (1) Boarding은 가정 위탁 펫시팅에 해당하고, (2) House Sitting은 방문 위탁 펫시팅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에서 문제가 되는 가정 위탁 펫시팅이 미국에서는 나스닥에 상장될 정도로 성장 가능했던 배경이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가정 위탁 펫시터에 대한 규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에도 주 또는 시 단위로 펫시팅을 위한 규제가 존재한다. 다만 그 수준이 훨씬 완화되어 있다. 각 행정구역 별로 요건은 다르지만, 대다수의 행정구역에서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위탁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마릿수를 요건으로 하여 허가(Permit)를 받도록 하거나 토지사용제한법(Zoning Law)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일정 마리 수 이하의 경우에는 별도의 허가를 요하지는 않으나 사업자로서 등록을 하면 합법적으로 펫시터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펫시터를 위한 별도의 허가를 요하지는 않으나, 세금 문제를 위해 사업자로서 등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정 마리 수 이하일 경우에는 로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충분히 가정 위탁 펫시터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현실과 괴리된 펫시팅 규제로 인한 뉴욕시와 로버의 갈등
그러나 뉴욕시의 경우에는 2017년 로버 등의 펫시터 중개 플랫폼의 영업이 활발해지자 가정 위탁 펫시터를 위해서는 마릿수와 상관 없이 허가를 받아야 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보건부 법률고문 토마스 메릴(Thomas Merrill)은 로버에 의해 인수된 도그베케이(DogVacay.com)에게 사용자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펫시팅을 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면서, 로버 내에 펫시터로 등록하기 이전에 허가를 받으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많은 뉴욕 시민들은 이 펫시터 법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며, 2022년 현재도 뉴욕시를 기준으로 가정 위탁 펫시터를 구하려고 시도해 보면 라이선스가 없어도 펫시터로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로버의 고문 변호사 존 라팜(John Rapham)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안전한 반려동물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정부가 나서서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오히려 반발과 부작용만 따를 뿐이다.
마무리하며 – 동물을 위한다면, 현실에 부합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미국의 현황을 살펴볼 때 현행 「동물보호법」이 현실적으로 마릿수를 세분화하여 규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물 보호를 위해서 가정 위탁 펫시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은 핑계로 보인다. 또한 동물위탁관리업의 허가를 위해서 펫시터의 요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펫시팅 환경에만 치중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역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야 탈세나 무등록 영업 등의 문제도 개선할 수 있고, 절차를 통해 동물위탁업으로 등록하여 정당하게 영업 중인 기존 동물위탁시설과의 형평성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보호법」이 동물위탁관리업을 운영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한 이유에는 분명 ‘동물의 복지’를 위한다는 마음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취지와 달리 만약 그러한 규제가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규정은 동물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고, 이미 커져버린 펫시장의 발전 역시 불필요하게 저해될 것이다. 따라서 가정위탁 펫시팅이 법상 새로운 형태의 동물위탁관리업으로 인정받아 명확한 영업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정 범위 내에서는 펫시팅이 합법의 영역에서 관리받고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동물 보호를 위한다는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