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절차, 청산 ㆍ 파산
스타트업의 ‘뜨거운 안녕’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방법이 청산, 파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절차 자체가 생소하고 용어 역시 난해해, 실제로 청산 등을 고려하는 창업자들도 그 과정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 기획에서는 세 편에 나누어 스타트업을 정리하는 방법 중 청산과 파산에 초점을 맞추어 상세히 정리한다. 3편에서는 법인파산을 준비할 때 창업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들을 살핀다.
파산에 필요한 것
파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비용적인 부분에서 제일 큰 허들은 상기한 법원 예납금일 것이다. 500만 원 이상의 금액은 누군가에게는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지급 불능 상태에 놓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높은 허들이 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를 통해 업무를 진행할 경우 변호사비 역시 비용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놓치기 쉬우나 서류 중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사회 회의록이다. 파산을 신청하는 회사의 정관에서 파산신청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는 사항이 없을 경우, 대표이사 혼자 결정할 수 없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입장에서 파산을 고려한다면 우선 회사의 정관에 파산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 살피고, 규정이 없으면은 적어도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이를 서류로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1
파산신청서의 작성과 재무제표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면 파산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신청이 막연할 수 있으나, 법원에서 제공하는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하여 법인 파산 탭에 들어가면 바로 파산 신청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어떠한 서류에 어떠한 사항이 기재되어야 되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파산 신청서에 붙임으로 들어가는 서류 중 핵심은 채권자 목록과 재산 목록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파산관재인이 제일 먼저 하는 업무 중 하나가 채권 조사 및 재산 조사업무이다. 채권자 목록과 재산 목록은 이 조사를 위한 기초자료에 해당한다. 이때 재산목록은 반드시 결산을 받은 재무제표일 필요는 없고,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서 다시 조사하므로 승인되거나 완결된 서류일 필요는 없음을 유의하면 좋다.
그 외에 법인의 등기부 등본. 법인 정관 등 그런 기본 서류들과 재무제표가 필요하다. 기업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면 굳이 파산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지급 불능 또는 채무초과2는 파산의 원인 사실이며 실체적인 요건이 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에 이제 재무제표가 들어가게 된다.
투자금과 파산채권
VC의 투자금은 파산시 배당받을 수 있는 채권인가? 전환사채(CB) 형식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다. 투자자의 투자금은 지분에 대한 대가이지 대여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투자는 많은 경우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이뤄지고 있고, 통상 이러한 투자계약에서는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풋옵션)3을 규정하고 있다. 풋옵션이 규정된 투자계약상 투자자가 사유가 충족되어 이를 행사할 경우, 계약내용에 따라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의 고의나 중한 과실이 있는 경우 이해관계인 역시 그에 따른 매수 대금 지급 채무를 질 수 있다.
실무상 정립된 것은 아니나, 이 경우 아직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더라도 채권 신고가 이론상 가능하다. 우리 채무자회생법에서는 조건부 권리나 기한부 권리 역시 채권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직접적으로 매수청구권이 발생하거나 매수청구를 받지 않았더라도 투자금을 제공한 투자자가 채권자로 변해 채권자 목록에 기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펀드를 관리하는 GP(General Partner, 업무집행조합원)4의 입장에서 크게 고려된다. VC 역시 자신의 자산이 아닌 타인의 자산으로 투자에 임하기에 선관주의 의무5를 다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파산까지 엄격히 챙겨야 한다는 논리 역시 가능하기 떄문이다. 특히 조합을 운영하면서 많은 금액을 투자한 상황에서 파산 이슈가 발생한다면 GP 입장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이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회생 ㆍ 파산 가능성 고려
또한 상기한 것처럼, 대표나 이해관계인에게 고의나 중한 과실이 있는 경우 계약상 규정이 있다면 이해관계인에게도 지분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법인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 개인 역시 채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와 대표는 원칙적으로 별개의 주체이지만, 스타트업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면 대표나 이해관계인 역시 채무를 변제할 만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자 개인 역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의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기사에서 더욱 자세히 살핀다.
작성 | 법무법인 미션 강인원 변호사
- 이는 기업회생(법정관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여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으로도 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
- 투자자가 미리 정해진 조건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
- GP(General Partner, 업무집행조합원)이란 투자조합의 재산을 관리하는 조합원을 의미한다. 투자조합의 가장 큰 목표는 투자 및 회수에 있으므로, GP는 적절한 투자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사후관리하며 적절한 시기에 회수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한다. ↩︎
- 투자자는 통상적으로 자신의 자산이 아닌 타인의 자산으로 펀드를 운영하고 투자를 집행하므로, 투자를 위임받은 사람에 가깝다. 따라서 자신의 자산으로 투자에 임할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되는데, 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라 한다. ↩︎
법무법인 미션 강인원 변호사는 은행, 벤처투자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다년간 금융자문,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