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반도체를 활용하지 않은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컴퓨터부터 TV, 스마트폰과 MRI까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첨단 기기에 반도체가 사용된다. 방대한 활용성으로 인해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나아가 AI 기술의 발전은 기존 반도체보다 높은 성능을 가진 AI 반도체의 탄생과 발전을 가능케 했다. 이번 CES 2023에서 만난 ㈜모빌린트(이하 ‘주식회사’ 생략)는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했다. 더 프론티어는 모빌린트 부스에서 신동주 대표와 그들의 제품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Mobile + Intelligent = Mobilint
모빌린트는 ‘모바일(mobile)’과 ‘인텔리전트(intelligent)’의 합성어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이라는 뜻이다. 로봇이나 자동차 등의 기기들에 활용할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빌린트의 특성에 걸맞은 이름이다.
고성능의 AI 반도체 칩으로 효율적인 프로세싱을
AI 반도체란 이름 그대로 AI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이다. AI 반도체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기능을 자체적으로 향상시키며 과거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던 연산 과정을 스스로 처리한다. 모빌린트는 바로 이같은 AI 반도체를 만드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팹리스’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태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반도체는 설계, 웨이퍼(Wafer, 반도체 집적회로 생산에 필요한 기판) 생산, 패키징·테스트, 유통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위 4단계 중 설계만을 담당하는 기업을 ‘팹리스’라고 한다. 반도체 제조 공장을 뜻하는 ‘팹(Fab)’이 ‘없다(less)’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동주 대표는 모빌린트를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칩을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 로봇, CCTV, 자동차에 쓰이는 고성능 알고리즘을 프로세싱할 수 있는 AI 전용 칩이 모빌린트의 주요 제품이다.
CES에 전시된 모빌린트의 AI 반도체 칩 시연 영상에서는 한 대의 카메라와 3가지의 영상 소스를 비롯한 총 16개의 알고리즘의 하나의 칩에서 동시에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빌린트의 반도체 칩은 사람들의 자세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에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화하거나 사람이 있는 부분만 영상의 색을 다르게 하는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스타트업이 이끄는 반도체 시장
스타트업 자체의 힘으로 반도체 생태계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의 특성상 설계와 생산공정에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빌린트는 사내의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확보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내부적인 칩 설계와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컴파일러와 알고리즘 같은 부분들을 전부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들을 확보했다.”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AI 반도체는 많은 회사에서 눈독을 들이는 유망 분야이지만 매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참여자들이 많지 않다. 또한 신기술 분야인 만큼 대기업들이 단순히 많은 자금과 인력만을 동원해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신 대표는 이런 특성들 때문에 오히려 모빌린트 같은 스타트업들이 “관련 기술을 이끌어나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고 밝혔다.
설계는 모빌린트 스스로 해결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설계 과정을 거쳐 생산 과정까지 마쳐야 반도체 칩이 제작된다. 모빌린트는 실제 칩의 제조를 위해서는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제조 설비를 갖추어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 및 디자인하우스(팹리스 기업의 설계를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부합하도록 재디자인 하는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특히 현재 모빌린트는 ‘삼성 파운드리’와 협업하며 AI 반도체 칩의 패키징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칩과 함께한 박사과정과 창업, 글로벌 진출까지
모빌린트의 신동주 대표는 2013년부터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AI 칩을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신 대표는 현재 모빌린트가 주력으로 하는 제품의 원리인, ‘저전력으로 고성능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칩에서 가동’하는 연구를 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대신 자신의 연구 내용을 살려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신 대표는 모빌린트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실제 칩을 만들어 낸 성과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CES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모빌린트도 이번 CES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밝혔다. 신 대표는 “글로벌한 반도체 경쟁력이 없으면 한국에서도 쓰이지 않는다.”라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글로벌 고객사들과 테스트를 하면서 성능을 입증한다면 글로벌 비즈니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신 대표의 답변에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모빌린트는 재작년 10월에 시리즈-A 펀딩을 통해서 시제품 칩을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량 양산을 위한 펀딩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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