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혹한기, 스타트업의 생존방식

끊기는 투자, 흔들리는 스타트업

대개 스타트업들의 원정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투자 유치로 몸집을 불리고, 그를 토대로 더 큰 투자를 받아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모델들은 과거엔 더욱 많았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런 모델들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대표들은 수십 억의 자금을 운용하며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성장을 위해 대표는 과감한 채용을 감행한다. 직원의 수를 늘릴수록 고정비용은 높아지고, 투자금은 빠르게 소진된다. 이때 다음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회사는 곧바로 큰 재무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특히 투자시장 자체가 굉장히 얼어붙은 2022년 이후에는 다음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스타트업이 다음 라운드를 받지 못하고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불황기를 극복하는지 그 생존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생존을 위한 첫 움직임, 구조조정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1차적으로 단행하는 것은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한국은 구조조정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절반 정도 퇴사해 달라’는 일방적인 통보는 한국에서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 근로자를 높은 수준으로 보호하는 우리 노동법제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해도 전통적 형태인 해고보다는 권고사직의 형태

그러나 권고사직이라고 해도 직원이 거부한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명시적인 해고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일방적인 의사로 근로관계를 종결한다고 인정될 경우 부당해고로 다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고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정당한 이유가 경영상의 사정이라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도 입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는 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했던 구조조정이 오히려 법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

활로 개척을 위해, 다운라운드 투자 유치

이러한 어려움 끝에 구조조정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때 달리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신규 투자 유치이다. 하지만 당장 투자금이 급한 상황에서, 회사는 직전 라운드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집하기 어렵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다운라운드 투자이다. 다운라운드(Down Round)란 직전 라운드(투자유치)에서 인정된 회사 가치보다 더 낮은 가치에 기반하여 받는 투자유치를 의미한다.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더 높은 평가 가치에 기반하여 자신의 지분이 평가받기를 원하는데, 다운라운드의 경우 자신의 지분가치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투자자들이 잠재적 손실을 감수하여야 하는 투자 형태이다.

800억의 평가 가치로 투자받았던 회사가 500억, 극단적으로는 300억 이하의 가치로 투자받고자 시도한다고 하자. 다운라운드(Down-round)를 감행할 경우 투자자는 당장의 손실을 목도하여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투자 계약상 사전 동의권(구체적인 사전동의권의 내용과 관련하여 본 기획의 ‘이해관계인’[링크] 참조)을 고려하며 이해득실을 따져보기 시작한다. 특히 직전 라운드에서 800억의 평가 가치로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들은 고려하여야 할 점이 더욱 많다. 직전 라운드에서의 IR에서 어떠한 점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각 투자자의 의사결정 끝에 하나의 투자자라도 사전 동의를 거부할 경우, 다운라운드를 통한 신규 투자유치는 요원해진다. 이렇게 힘든 과정들을 거쳐 재기에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10개 중에 한두 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회사들은 그다음 단계인 청산형 M&A를 고려하게 된다.

미래를 위해 머금은 눈물, 청산형 M&A

‘청산형 M&A’란 M&A 중에서도 회사가 어려움에 있을 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거나, 회사를 청산ㆍ정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M&A를 통칭한다. 앞에서 예시로 든 회사가 다운라운드 투자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해보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수백 억 가치의 지분 또는 자산을 수십억 원 가량에 급히 매각한다면 이는 청산형 M&A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청산형 M&A 역시 다운라운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M&A와 함께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왜 이 회사가 이렇게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는지, 그동안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창업자 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이라도 하루빨리 매각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M&A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한다. 사전 동의권 이슈는 청산형 M&A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청산형 M&A에서는 기존 채무의 승계 문제도 발생한다. 한 스타트업이 청산형 M&A를 고려해야 할 정도라면 이미 많은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채무를 승계하지 않으려는 인수인과 채권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희망하는 채권자 사이에서 또다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굉장히 우호적인 전략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청산형 M&A가 성사되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뜨거운 안녕’, 청산ㆍ파산

스타트업이 청산형 M&A에도 이르지 못할 경우,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법인의 해산 및 청산절차에 돌입한다.

우선 ‘해산’과 ‘청산’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법적 관계에서 존재하는 새로운 사람(법인)과 같다. 회사가 가지는 완전히 법인격을 소멸시키는 것을 해산이라 하고, 해산하도록 결정할 때부터 완전히 사라지게 될 때까지의 정리 작업을 청산이라 한다.

회사의 해산과 청산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시작된다. 회사의 재산은 우선 채무상환에 쓰고, 그 후에도 잔여재산이 있다면 이를 주주에게 분배하는 식으로 청산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 즉 채무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에 있다면 바로 청산이 되지 못하고, 파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나만의 회사가 아니기에

그러나 이러한 생존방식들의 선택에 창업자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투자자, 채권자, 고객, 기관, 국가 등 다양한 주체가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이해관계인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인에 관하여는 별도 기사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작성자 |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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