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서밋 2023에서 나온 이야기들
[더프론티어=옥다혜 변호사] ‘지역 소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2년 3월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 위험지역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저출산도 문제가 있지만,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고, 청년들은 지방을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제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는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서 다시 일하고 싶었지만, 부산에서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서울에서 스타트업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즐거운 터라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지역 창업가분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그치만 대부분 “절반은 서울, 절반은 부산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언젠가는 지역 창업가들도 “굳이 서울 가지 않아도 되네” 하는 날이 올까요?
지역 창업 생태계 현황과 향후 지역 생태계에 필요한 것을 들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서밋 2023’에 다녀왔습니다.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어디까지 왔나요?
첫날은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에 대해 대전, 동남권, 제주, 포항, 울산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대전, 밀도 높은 딥테크로 승부하다.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대전 딥테크 창업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충남 오송 아산 세종 청주를 다 묶어서 충청권 엔젤투자 허브를 만드는 등 밀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다만 대전에서 창업한 기업들이 투자 받을 정도로 성장하면 서울로 이주하는 문제를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동남권, 실버테크와 관광
노태석 BNK 벤처투자 부장은 동남권, 부산, 울산, 경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노인과 바다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실버케어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고, 관광 비즈니스 중심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제주, 우주 항공 산업까지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공의 역할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해주셨는데요. 제주도에서 우주항공스타트업, 컨텍(CONTEC)을 유치하고 인터네셔널 스페이스 서밋까지 개최하게된 배경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우주항공스타트업은 국내에서 우주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합니다. 제주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컨텍(CONTEC)이 필요한 우주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컨텍(CONTEC)을 제주도로 불러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제주도는 페리지, 컨텍, 아이옵스, SIIS 등 우주전문기업과 우주 전문 기업 업무 협약을 맺는 등으로 우주 항공 산업 분야 육성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포항, 유일 무이한 산학연 협력이 가능한 곳
김천희 포스코홀딩스 벤처밸리플랫폼섹션 리더는 민간이 벤처생태계 구축한 사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포스코는 포스텍(POSTECH, 포항공대)의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한 결과물에 대해 벤처펀드 투자를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포스코 인터네셔널을 통해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창업가들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역 창업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역 성장 펀드가 중요하다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우리나라 가용 예산이 많지 않다. 건설, 토목에만 집중하지 말고, 1년에 1조씩 만들어서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1년에 100개, 10년에 1,000개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15년 전에 싱가포르 와서 창업하면 10억씩 주겠다. “고 하여 스타트업을 길러냈다며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사람과 자본이 해결돼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창업가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과 자본이다” 고 운을 뗐습니다. “사람”과 “자본”이 기본인 데 지역에서는 뛰어난 인재를 구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해법으로 “매력 있는 지역에 주거 공간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문제 인식은 동의하나 해법은 다르게 접근해볼 필요 있다”면서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충족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테라릭스 김태영 대표는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답답했던 건, 지역에서는 지혜를 구할 선배가 부족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건 “네트워킹과는 조금 다르다.”면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유사 업종의 선배 기업과 결연하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역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 사람, 지혜(네트워크)까지 한 번에 모아서 저글링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득해지기도 했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인재와 자본, 네트워크까지 모두 서울로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각 지역이 지역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지역 소멸을 막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옥다혜 변호사(news@thefrontier.co.kr)
법무법인 미션 소속 변호사.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NFT 등 신산업, 신서비스분야의 불확실하고 역동적인 규제 환경 속에서 행정 규제 분석, 입법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